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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연의 문화톡톡]이상하고 아름다운 산후조리원?
[류수연의 문화톡톡]이상하고 아름다운 산후조리원?
  • 류수연(문화평론가)
  • 승인 2020.11.23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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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처절한 육아적응기

 

출산에서 빠질 수 없는 장소는? 산부인과! 물론 정답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출산과 함께 중요한 장소로 반드시 언급되는 곳이 한군데 더 있기 때문이다. 산모들에게는 산부인과만큼이나 중요한,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 바로 산후조리원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산후조리원은 임신과 출산에서 현실 육아로 이어지는 육아적응기의 필수 코스로 인식된다. 전통사회에서 주로 외출을 삼가며 가내에서 진행되었던 산후조리는 어쩌다가 산후조리원이라는 집단시설로 옮겨진 것일까? 금줄까지 걸어서 외부의 출입을 차단했던 우리의 전통적인 산후조리 문화를 떠올린다면, 실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산후조리원의 출현은 핵가족화와 맞물려 있다. 전통사회에서 산후조리가 가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대가족이라는 가족구성과 공동체라는 인프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육아를 경험한 가족이나 친인척, 이웃을 통해 육아와 관련된 지식을 배우고, 몸조리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족의 형태가 부부중심의 핵가족으로 전환된 오늘날에는 가내에서 산후조리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도움을 받을 그 누군가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출산문화에서 산후조리원은 임신과 출산을 현실 육아로 연계하는 필수불가결한 구심점이라 할 수 있다.

사진1. 드라마 [산후조리원] 포스터, 출처: tvN 홈페이지.
사진1. 드라마 [산후조리원] 포스터, 출처: tvN 홈페이지.
사진2. 연극 [산후조리원 이야기] 포스터, 출처: 뉴스테이지.
사진2. 연극 [산후조리원 이야기] 포스터, 출처: 뉴스테이지.

tvN의 드라마 <산후조리원>은 이러한 출산문화의 장소를 직접적인 서사배경으로 삼는 본격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물론 이것이 첫 번째 시도는 아니다. 이미 2012년 주목받았던 연극 <산후조리원 이야기>에서 한차례 산후조리원에 대한 서사를 풀어낸 바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드라마의 등장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그것은 드디어 출산과 육아를 둘러싼 서사가 TV라는 보다 대중적인 무대로 그 영역을 확장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브라운관까지 진출한 산후조리원의 모습은 어떨까? “격정 출산 느와르라는 드라마 설명처럼 <산후조리원> 속에 그려진 초보엄마들의 육아 현장은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다. 외부와 차단되어 보호되어야 마땅할 산모들이지만, 그들이 겪어내야 할 육아의 현실은 바깥세상보다 더 다사다난하다는 것. 그것이 이 드라마를 매혹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열정적인 커리어 우먼으로 사회적으로는 승승장구했지만 산후조리원에서는 노산에 초보엄마로 좌충우돌하고 있는 주인공 오현진(엄지원 분), 완벽한 육아로 유명한 인프루언서인 육아 만렙의 조은정(박하선 분)은 각기 워킹맘과 전업맘이라는 대비를 이루며 이 드라마의 두 축을 담당한다. 여기에 더해 결혼을 거부하는 스물다섯의 미혼모 이루다(최리 분)와 아이를 중환자실에 두고 홀로 입소한 전직 유치원 교사인 박윤지(임화영 분)까지. <산후조리원>은 실제 산후조리원에서 만날 법한 현실적인 산모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개개인의 조건은 그들이 산후조리원에 입소하는 순간 순식간에 무화되고 만다. 이것은 산후조리원이라는 공간이 가진 독특한 장소성 때문이다. 여기서 한 여성의 존재는 그 이름이 사라진 채 ◯◯엄마로 호명될 뿐이다. 왜냐하면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격이 바로 출산했다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 이상한 나라에 발을 딛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뒤집어진다.

산후조리원에 들어선 순간, 모든 산모의 위치는 동일해진다. 자신이나 배우자의 사회적 지위나 성공은 젖병에 담겨지는 모유의 양 앞에서 모두 무색해지고 만다. 그렇다면 나이나 연륜은? 이곳에서는 나이보다는 육아경력이 더 우선시 되는 세상이다. 모유냐 분유냐를 선택하는 일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해지는 이상한 공간.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산후조리원에 들어올 만큼 부유한 산모들이 고작해야 200ml밖에 안 되는 모유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곳. 그곳이 바로 산후조리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드라마의 의미를 추적하는 것은 산후조리원이라는 공간의 장소성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곳은 일단 건강의 회복에 신경 써야 하는 산모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한다는 점에서 병원이나 요양원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산후조리원은 동시에 육아라는 새로운 역할에 대해 배워나가는 곳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학교와 같은 성격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인 출입이 차단되어 있는 산후조리원에 배우자는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한 이유 역시 바로 이 후자의 역할 때문이다. 오늘날의 육아는 부부 모두의 일이니 말이다.

실제로 산후조리원에 입소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이 작은 공간에서 고작 2-3주간을 함께했던 우정이 꽤나 오래도록 지속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치열했던 육아기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사라진 이후에는 다소 소강될 테지만, 조리원 동창생들의 모임 역시 그 어떤 학연이나 지연보다 질긴 인연으로 남겨진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므로 이곳은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장소임이 분명하다. 서로 앙칼지게 자신의 (육아에 대한) 지식을 겨루지만, 그 어떤 갈등도 아기의 울음 한 방이면 끝나버리는 곳. 자신이 최고의 엄마가 되고자 하지만 결국엔 서로의 최선을 이해하고 다독여주게 만드는 곳. 산후조리원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이곳에 모임 모든 이들이 같은 눈높이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당연하게도 바로 이 장소, 산후조리원이다. 이곳은 그 어떤 사람도 계급장떼고 민낯을 마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이다. 그뿐이랴. 이 세계를 완성하는 서사 역시 장소 그 자체에 의해 이미 완결되어 있다. 주인공 현진을 비롯한 모든 산모가 퇴소한 이후에도 이 산후조리원은 같은 모습으로 비슷한 고민을 안고 들어오는 산모들로 가득할 테니 말이다.

 

우리의 육아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출산율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대한민국에서 출산은 가장 중요한 사회적 목표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정책들이 무색하게도 우리의 출산율은 여전히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는 그 이유를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축하받아야 할 출산이지만, 출산 이후 직면하는 것은 커리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현진의 경우). 완벽한 육아를 내세우지만, 격려 받지 못하는 독박육아와 맞바꾼 꿈은 언제나 후회를 남긴다(은정의 경우).

물론 드라마 속에 그려진 산모들의 세계는 여전히 아름답다. 서로 대립했던 산모들이 화해하고, 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달달한 반전이 난무한다. 사실 이것은 실제 산후조리원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이 작은 우주의 질서는 웬만해서는 깨지지 않는다. 어차피 모든 산모는 2주 후에는 이곳을 나갈 것이고, 새로운 사람들의 사소하면서도 커다란 고민들이 다시 이 세계를 채워나갈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이토록 이상하고 아름다운 평화가 우리의 현실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수많은 현진들이 출산과 함께 커리어를 잃는다. 또 다른 은정들은 산후우울증을 넘어 육아우울증에 시달린다. 홀로 아기를 낳은 루다들에게 산후조리원은 사치에 가깝다. 출산을 오롯한 행복으로만 여길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 많은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단 하나이다. 출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출산에 따른 정책 역시 그 시작만이 아닌 과정과 끝을 함께 보아야 한다. 바로 육아가 행복해지는 사회 말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

어찌 보면 정말 간단한 일이다. 누가 육아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를 보면 된다. 바로 육아의 전통적인 주체였던 여성,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함께하는 또 다른 주체인 남성. 육아의 주체를 기관이나 시설이 아닌 부부 두 사람에게 먼저 놓고 펼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 드라마가, 우리 사회가 출산에 대한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한 발짝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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