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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잇단 산재에도 최 회장 연임 나서... ‘무책임’ 비난 가중
포스코, 잇단 산재에도 최 회장 연임 나서... ‘무책임’ 비난 가중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0.12.1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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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제철소 산소 배관설비 사고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 우리의 일터 현장에서 고귀한 목숨이 희생된 데 대해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후속 조치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사과문 일부이다. 작업자 3명을 죽음으로 내몬 광양제철소 폭발사고에 대한 반성이었다. 그러나 해당 사고 보름만인 지난 9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또다시 노동자 한 명이 사망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최 회장의 연임을 점치는 기사가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이에 관련, 포스코 관계자는 “최 회장의 연임은 이사회 결정"이라 밝혔다. 이사회의 결정은 잇단 산재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책임에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또 최 회장이 느꼈다는 ‘책임감’은, 그저 유명무실한 말뿐이었을까.


 

최정우 포스코 회장 /출처=뉴스1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은 인재

지난 9일 포스코 협력사의 하청업체 직원 1명이 포항제철소 공장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3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이를 두고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벌어진 인재”라고 비판했다. 노의원은 앞선 11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고 현장을 방문한 바 있다. 그는 현장 방문에서 “사고 당시 집진기(먼지와 불순물 등을 흡기해 외부로 배출하는 설비)가 가동 중이었음이 새롭게 밝혀졌다”면서, 사망의 직접적 원인은 기계의 가동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공작·수송·건설기계 등의 정비·청소·급유·검사·수리·교체 작업을 할 때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해당 기계의 운전을 정지해야 한다. 노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당 사고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전형적인 인재다.

 

지난 달 24일 오후 4시2분쯤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 부대설비에서 폭발이 발생해 세 명이 사망했다. 소방대원들은 당시 사라진 2명의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수색을 벌이고 있다.(전남소방본부 제공 동영상 캡처)2020.11.24/출처=뉴스1 

사망자 5년간 41명... 끈질긴 안전불감증

포스코의 산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3일 노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포스코 관련 사망 노동자는 41명에 달한다. 또한 지난해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에 포스코 건설은 1위, 포스코는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포스코 건설의 지난 3년간 사망자 수는 19명으로 100대 건설사 평균의 9배가 넘는다.

업계에선 계속되는 산재의 유력한 원인으로 사측의 안전불감증을 지목하고 있다. 올해 포스코 포항 제철소에서는 총 4명의 작업자가 사고로 사망했다. 지난 7월 작업자 한 명이 추락사했고 지난달 25일에는 폭발사고가 일어나 작업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해당 제철소에선 지난 1년간 총 4번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사측의 안전 관리 소홀이 문제로 떠올랐다.

직업성 질병으로 인한 산재신청도 잇따랐다. 오늘(14일) 포스코 제철소 현장에서 근무한 직원 중 8명은 근무 중 각종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직업성 암에 걸렸다면서 단체로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했다. 지난 10년간 포스코에서 직업성 암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건수는 총 4건으로 집계됐다.

 

포스코 관계자 “최회장 연임은 이사회 결정”

지난 11일 포스코 이사회에서 최 회장을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최 회장은 단일 후보로 나설 것으로 알려져, 그의 연임은 사실상 확실시 되고있다. 또한 최 회장은 신사업(이차전지소재사업 및 수소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기존 사업의 안전문제조차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한 확장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계속되는 산재로 최 회장의 자질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포스코 관계자는 15일 “최 회장의 연임은 이사회 결정사안"이라며 “안전사고와 신사업은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지난달 25일 사과문을 통해 사망사고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포스코는 "안전 관련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라 주장하지만, 반복되는 산재를 막지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도 않는 최 회장의 존재감은 유명무실하다.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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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