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호 구매하기
포스코 최정우 회장, ‘ESG’ 내세우지만...‘지역상생 철회’ 요구하는 노조
포스코 최정우 회장, ‘ESG’ 내세우지만...‘지역상생 철회’ 요구하는 노조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0.12.21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스코는 최근 기업시민헌장을 통해 “기업이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경제적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인류의 번영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올해 최정우 회장 체제 하에, 국내 제조업계 최초로 ESG(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 전담 조직을 출범시킨 바 있다. 그러나 포스코 노조는 지난 16일 “회사가 지역사회 투자에 계획하고 있는 사업 및 검토 중인 사업에 대해 전면 보류를 요청하고 지역사회 투자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혀, 포스코의 ESG 경영이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했다.



한국노총소속 포스코노조는 지난 16일 성명문을 발표해 포스코 내 직업병 실태를 폭로한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를 방영한 포항MBC를 규탄하며 지역사회공헌 중지를 선언했다. 이에 포스코 내 또 다른 노조인 민주노총소속 포스코노조(이하 민노총 포스코노조)와 한국 기자협회,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노총소속 포스코노조(이하 노조)의 행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9일 포스코 하청업체 직원 A씨가 포항제철소에서 추락해 숨진 사고가 발생하자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지난 11일 유가족 참관 아래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포항 MBC취재진은 유가족 요청으로 현장 동행 취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포스코 사무동 사옥 앞에서 노조원 10여 명이 물리력을 행사하며 취재진의 입장을 방해했다.

출처=MBC 뉴스데스크

해당 노조원들은 당시 포항MBC가 지난 10일 방영한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를 언급하면서 “편파보도를 하는 MBC는 절대 못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해당 방송은 포스코 내 직업병 실태를 폭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날 취재진은 약 1시간 동안의 실랑이 끝에 결국 현장조사를 취재하지 못했다. 이들 노조원 뒤엔 포스코 임원진이 서서 사태를 방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방송기자연합회는 지난 16일 공동성명을 내고 노조원들과 사측에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노조든 회사든 억울하게 죽어간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취재를 막을 권한은 없다”고 주장했다.

 

포스코 노조, 회사 위해 지역사회 볼모로 삼나

같은 날 노조는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 방영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지역사회 투자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포항MBC가 객관적 사실보다는 왜곡, 악마의 편집 보도를 함으로써 철강노동자의 자긍심을 상실케 했다”고 주장하며 “일체의 사회공헌을 중단하고 포스코 직원 자녀들의 주소를 포항 바깥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노조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선 노조가 노동자를 대변하는 대신 회사의 입장에 서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노조가 지역사회를 볼모로 삼아 사측의 이미지 실추를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포스코 임원진이 노조와 취재진의 실랑이를 목격하고도 방조한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제철소 특성상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사정이 있는데, 언론사와 노조가 있다보니까 감정이 격해진 것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노조의 행보에는 회사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외부에서 보기에 그런 식으로 의심될 수 있지만 포스코가 공기업으로 출발한 역사가 있는 만큼 노조의 성격에 특수성이 있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민노총 포스코노조 “한노총 포스코노조의 행보 이해하기 힘들어”

 

출처=MBC 뉴스데스크

 

포항MBC는 지난 16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노조가 특정 방송사의 다큐를 문제 삼아 50만 포항시민과 포항시를 볼모로 협박하는 행태는 납득할 수 없다”며 “포스코가 지닌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 50만 포항시민과 포항시는 물론, 언론사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포항 MBC는 반복되는 포스코의 산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포항 MBC는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환경, 노동, 안전 분야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라면서, 논란이 된 다큐멘터리에 대해 “수십년간 묻혀 온 철강 노동자들의 직업병 실체를 드러내고 누구든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노동자를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포항시남구울릉군 지역위원회와 포항시북구 지역위원회는 지난 17일 언론보도를 통해 “포스코와 포스코노조는 포항시와 포항시민에 대한 협박과 압력을 중단하고, 최정우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 바란다”며 “포항시민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내 또 다른 노조인 민노총 포스코노조 또한 노조의 행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민노총 포스코노조 관계자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조라면 노동자를 대변해, 사측에 산재에 대한 투명한 규명을 요구해야 한다”며 “회사도 아닌 노조가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해당 단체는 같은 날 포항MBC를 지지하는 입장문을 내고 “포스코는 지역 시민의 양보와 희생으로 성장했으며, 그 그늘에는 직업성 질병과 환경오염의 잔재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한편, 본지는 포스코 본사에 수차례 연락해 ‘지역사회투자 철회를 감행할 예정인지’에 대해 물었지만 사측은 답하지 않았다.
 

 

글·김유라 기자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

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