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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드림빌더> ― 현실의 반영에서 현실의 변형으로서의 꿈을 그린 애니메이션
[서곡숙의 문화톡톡] <드림빌더> ― 현실의 반영에서 현실의 변형으로서의 꿈을 그린 애니메이션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1.03.08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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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영화: 영화 <인셉션>과 애니메이션 <드림빌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Inception, 2010)은 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고 심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의 컨셉은 독특해서 그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특수 보안요원이다. 사이토(와타나베 켄)는 코브를 이용해 라이벌 기업의 정보를 빼내고자 한다. 그래서 사이토는 코브에게 생각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심는 인셉션 작전을 제안한다. 나중에 인셉션과 관련해 코브와 아내 맬(마리옹 꼬띠아르)의 비극적인 사적 비밀이 드러난다. 마지막에는 꿈과 현실이 뒤엉키게 되면서 여기가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킴 하겐 젠슨 감독의 <드림빌더>(Dreambuilders, 2019)는 꿈을 만드는 드림빌더와 꿈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는 꿈과 현실이 뒤엉키지만 꿈과 현실의 변형을 코믹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린 작품이다. 미나는 자상한 아빠, 귀여운 햄스터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소녀이다. 어느 날 아빠가 애인 헬레나와 그녀의 딸 제니 모녀와 동거를 결정하게 된다. 동거 후 미나는 제니와 계속 갈등을 겪게 된다. 미나는 꿈을 만드는 드림빌더와의 만남으로 이러한 갈등을 꿈으로 해결하려는 독특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꿈과 현실이 엉켜 버리게 된다.

 

사적/내적 갈등과 더블링을 통한 대비
 

<드림빌더>의 전반부에서는 미나가 아버지의 애인 모녀와의 동거와 성격/환경의 차이로 인해 사적/내적 갈등을 겪는다. 아버지가 자신의 애인 헬레나와 그녀의 딸 제니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후, 제니의 트집 잡기, 짜증 불만으로 인해 미나와 제니가 갈등을 겪게 된다. 미나와 같은 방을 쓰게 된 제니는 미나의 침대를 빼앗는다. 미나가 옷이 거의 없으며 노란 목플러만 입으며 햄스터 비고 모텐슨을 키우는 것에 대해서 제니는 모두 거부감이나 혐오감을 드러낸다. 아버지와 미나가 요리를 만들지만, 제니는 초밥을 시켜 먹기를 요구하고 배달된 초밥을 못 먹게 하고는 계속 사진을 찍어댄다. 제니는 밤늦게까지 핸드폰을 하고, 묵음으로 해달라는 미나의 요청을 거부한다. 그리고 제니는 미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햄스터 비고를 싫어해서 내다버리라고 요구한다.

<드림빌더>의 전반부 스타일에서는 더블링이 강조된다. 미나와 아버지가 체스를 두는 장면, 춤을 추는 장면, 행복 모자를 쓰는 장면 등이 계속 반복되면서 아버지와 미나의 친밀한 관계와 교감을 표현한다. 두 사람의 교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행동이 바로 머리에서 손을 내려 아래로 당기는 동작이다. 두 사람은 마음이 불행하다고 느낄 때 행복 모자를 쓰는 행위로 서로를 위로한다. 두 사람 사이의 이러한 교감이 전반부에 강조됨으로써 중반부의 갈등과의 대비를 더욱 부각시킨다.

 

현실 갈등과 꿈으로의 도피
 

<드림빌더>의 중반부에서는 미나와 제니의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미나는 꿈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자 한다. 미나는 꿈 속 세상을 발견하고 영화처럼 꿈을 만드는 드림빌더와 만나게 된다. 아버지의 꿈 속에서 미나는 실수로 케이크가 아니라 엔초비를 생일선물로 가져가는데, 현실에서 아버지는 꿈의 영향으로 엔초비를 좋아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미나는 제니와의 두 가지 갈등도 꿈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한다. 우선, 제니가 미나의 햄스터 비고를 쫓아내려고 하자, 미나가 제니의 꿈에서 햄스터와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만들어서 현실에서도 햄스터를 좋아하게 만든다. 다음으로, 제니가 미나의 노란 목플러를 조롱하지만, 미나는 제니의 꿈에서 노란 목플러가 신상 핫아이템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서 제니가 현실에서도 노란 목플러를 입게 만든다. 하지만, 제니가 미나의 일기장을 읽음으로써 이러한 미나의 조작이 폭로된다. 제니는 분노하여 미나가 사랑하는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를 만듦으로써 미나를 괴롭힌다.

<드림빌더>의 중반부 스타일에서는 자기반영성, 점층법, 데자뷰가 강조된다. 꿈은 영화이자 현실이다. 꿈은 영화의 세트장처럼 만들어져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꿈 속 세상에서는 주인공 외에는 모두 배우들이 분장을 하고 영화처럼 꿈을 만든다. 현실의 미나가 나타나자 미나의 얼굴 가면을 쓴 꿈 속의 미나가 나타난다. 현실/반영, 진짜/가짜, 원본/복제가 뒤섞이면서 현실/꿈이 뒤엉킨다. 영화세트장으로 표현되는 꿈은 영화의 자기반영성을 보여주며, 마치 SF영화의 초현실적 공간으로 표현된다. 제니에게 노란 목플러가 신상 핫아이템이라는 것을 주입시키는 장면은 제니의 거부감으로 인해 데자뷰 버튼을 계속 누름으로써 반복과 차이를 보여준다.

 

현실의 대립과 꿈/현실의 뒤엉킴
 

<드림빌더>의 후반부에서는 미나가 자신을 괴롭히는 제니를 꿈 속에서 괴롭히다가 꿈 속에 갇히게 만들게 되고 나중에 제니를 구출해낸다. 제니가 미나의 일기를 읽고는 미나가 좋아하는 아버지를 독차지함으로써 미나에게 상처를 준다. 제니는 미나의 아버지와 체스를 두고, 춤을 추고,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 이에 분노한 미나는 제니의 꿈 속으로 들어가서 제니가 가장 무서워하는 대형 거미로 제니를 괴롭힌다. 이 과정에서 대형 거미의 기계장치가 고장나서 미나와 제니가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되고, 결국 제니가 수거장 아래로 떨어지면서 꿈 속에 갇히게 된다.

미나는 현실에 돌아와서는 제니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고는 자신의 행동을 뉘우친다. 미나는 꿈 속으로 들어가 절대 찾을 수 없다는 수거장 아래로 내려가 제니를 찾고 거미로부터 제니를 구해낸다. 이 과정에서 제니는 아버지가 자신을 버린 이야기를 고백하고, 미나는 어머니가 자신을 버린 이야기를 고백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 동병상련을 느끼게 되고 “선택할 수만 있다면 난 너와 자매가 되고 싶어.”라는 미나의 말을 계기로 서로 화해하게 된다. 수거장에서 누군가를 구하기라는 실현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미나는 자신감을 되찾게 된다.

<드림 빌더>의 후반부 스타일에서는 더블링으로 관계의 변화를 강조한다. 행복모자 쓰기, 춤을 추기, 체스하기, 요리하기, 엔초비 등의 장면이 계속 반복된다. 이러한 더블링은 처음에는 미나/아빠의 교감을 보여주고, 다음에는 미나/아빠와 제니/헬레나 가족의 차이와 갈등을 부각시키고, 마지막에는 두 가족의 재결합과 교감을 강조한다. 처음 장면과 끝 장면에서 노래하는 영상이 계속 나오는데, 마지막에 그 노래의 가수가 집을 나간 미나의 어머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미나는 제니에게 고백함으로써 가족을 버리고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 어머니를 이해하고 용서하게 된다. 처음에 정보 제지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나중에 정보 제공으로 궁금증을 충족시킨다.

 

현실 소망 충족으로서의 꿈
 

<드림빌더>는 영화 컨벤션의 전형성과 특이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도피, 갈등, 해결이라는 전형적인 서사 구조를 보여주면서, 문제와 갈등의 해결로 나아간다. 갈등 구조에서도 내적 갈등, 사적 갈등, 공적 갈등으로 점차 확장되고, 마지막에는 모든 갈등이 해결된다. 전반부에는 공동체의 내부적인 갈등을 겪으면서 내적 갈등과 사적 갈등이 부각되지만, 후반부에는 공동체의 외부적인 갈등을 겪으면서 내부 구성원이 단합하게 되면서, 사적 갈등과 내적 갈등이 해결되고 마지막에 공적 갈등도 해결된다. 이 영화의 스타일에서는 더블링을 통해 반복과 대비를 강조하면서, 화합, 갈등, 교감의 순서로 의미가 변화한다. 이 영화의 해피엔딩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임시방편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는 반면,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가슴 아픈 상처를 위로해주는 진정성 있는 노력은 화합이라는 결실을 맺게 된다. 마지막에 모든 갈등과 문제가 해결되는 소망충족의 해피엔딩고 전형적인 관습을 충실히 따른다.

<드림빌더> 현실=꿈=영화라는 등치관계를 통해 현실 소망 충족으로서의 꿈과 영화의 유사성을 이끌어낸다. 꿈을 영화세트장에서 영화를 찍듯이 설정한 이야기는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배우를 데려와 꿈을 연출함으로써 꿈이 현실에서의 소망을 충족시키거나 아니면 현실에서의 좌절을 반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영화도 꿈처럼 현실 소망 충족과 좌절의 반영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 영화 <드림빌더>는 영화의 자기반영성을 드러낸다. 꿈과 영화는 사실상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드림빌더와의 우정을 통해 꿈을 현실 소망 충족의 방법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독특한 아이디어이다. <드림빌더>는 <토이 스토리 2>, <니모를 찾아서>를 만든 픽사 애니메이션의 섬세한 디테일과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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