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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 달콤한 악몽과 괴로운 현실을 서사성과 서정성의 조화로 그려내기
[서곡숙의 문화톡톡]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 달콤한 악몽과 괴로운 현실을 서사성과 서정성의 조화로 그려내기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1.04.12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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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귀 대 귀살대: <귀멸의 칼날> 시리즈

혈귀와 귀살대의 대결을 다룬 <귀멸의 칼날> 시리즈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뜨겁다. 귀살대는 우부야시키 카가야 수장(큰어르신)과 9명의 주(대장)가 이끄는 비밀조직이다. 귀살대는 혈귀에게 가족을 희생당한 아이들이 지원하며,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훈련을 통해 혈귀를 상회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대장은 일반 귀살대원 100명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 한편, 혈귀는 카부츠지 무잔 수장과 십이귀월(대장) 12명이 이끈다. 십이귀월은 상현 6명과 하현 6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혈귀는 원래 사람이었으나 키부츠지 무잔에 의해 혈귀가 되며, 혈귀는 사람을 많이 잡아먹을수록 힘이 강해진다.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는 가족이 혈귀에게 희생당하고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여동생 네즈코는 혈귀가 된다. 탄지로는 혈귀 네즈코를 인간으로 되돌릴 단서를 찾아 비밀조직 귀살대에 들어간다. 탄지로는 멧돼지탈을 쓴 하시바라 이노스케, 노랑머리 아가츠마 젠이츠와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劇場版「鬼滅の刃」無限列車編)(일본, 2020)은 코로나로 인한 극장 관객 급감에도 불구하고 2021년 4월 10일 현재 1,636,753명의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동원하여 사회문화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달리는 무한열차에서 승객들이 사라지는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귀살대원은 최강 검사 염주 렌고쿠와 합류한다. 렌고쿠는 숨어 있는 식인 혈귀의 존재를 직감하게 된다. 귀살대와 렌고쿠는 하현1 엔무와 상현3 아카자와 대결하게 된다.


꿈과 현실의 대비: 행복한 꿈의 파멸과 괴로운 현실의 생존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전반부 내러티브에서는 꿈과 현실을 통해서 행복한 꿈의 파멸과 괴로운 현실의 생존을 대비시킨다. 혈귀 하현1 엔무가 귀살대의 꿈/무의식을 공격하고 ‘정신의 핵’을 파괴하고자 하지만 실패한다. 혈귀 엔무는 두 가지 공격으로 인간을 파괴시킨다. 첫째, 인간이 행복한 꿈을 꾸는 사이에 무의식에 침입하여 정신의 핵을 파괴하여 폐인으로 만든다. 둘째, 인간에게 악몽을 꾸게 하여 멘탈을 붕괴시켜 죽게 만든다. 엔무의 주술로 귀살대는 행복한 꿈 속으로 빠져들어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다. 탄지로의 여동생 혈귀 네즈코가 상자에서 나와서 자신의 이마에 피를 흘리게 하고 화염을 만든다. 꿈 속의 탄지로는 네즈코의 피냄새와 화염으로 각성하게 된다. 탄지로는 꿈 속에서 살아있는 가족과의 재회와 평온한 일상에 행복해 하지만, 현실의 네즈코에 대한 강한 사랑과 책임감으로 행복한 꿈을 떨치고 나오고자 한다. 탄지로는 행복한 꿈 속에 있는 자신을 죽이는 자결로 각성하여 현실로 돌아온다. 꿈과 현실의 공존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꿈 속의 자아를 죽여야만 현실의 자아를 살릴 수 있다. 탄지로는 과거의 슬픔/고통에서 현재의 책임/사랑으로 나아간다. 엔무는 귀살대의 ‘정신의 핵’을 파괴하고자 하지만, 렌코쿠의 불바다, 이노스케의 어두운 계곡, 젠이츠의 큰 가위, 탄지로의 깨끗한 하늘/바다라는 특이한 정신의 핵을 파괴할 수가 없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전반부 스타일에서는 색채와 이미지, 시선/동작/분위기의 대비, 교차편집으로 꿈/현실의 대비를 강조한다. 첫째, 색채와 이미지에서는 어두움/밝음의 대비로 혈귀/귀살대의 정서를 보여주고, 혈귀 엔무 손의 눈/이빨로 무의식의 조종을 이미지화하고, 서정적인 화면과 피아노 소리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정신의 핵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로 주인공의 순수성을 강조한다. 둘째, 대비에서는 인물 시선의 차이로 의지와 존경을 대비시키며, 패스트모션과 슬로우모션의 조합으로 혈귀/귀살대 대결의 속도감과 검사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비장미/코믹성의 부조화로 죽음/웃음의 기묘한 조합을 보여준다. 셋째. 교차편집에서는 렌고쿠의 꿈/현실의 영상으로 교대로 보여주면서 정신의 핵을 방어하고자 하는 렌고쿠의 강한 생존 본능을 강조한다.


엔무와 탄지로의 대결: 현실의 망각과 고통의 각성 대비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중반부 내러티브에서는 엔무와 탄지로의 대결로 현실의 망각과 고통의 각성을 대비시킨다. 꿈/현실을 혼동시키려는 엔무의 공격에 대응하여 탄지로는 자결에 의한 각성으로 맞서고, 탄지로와 이노스케의 협공이 엔무를 소멸시킨다. 혈귀는 행복한 꿈을 꾸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이용하여 정신과 육체를 파괴한다. 이에 탄지로는 자결이라는 각성의 조건을 재빠르게 파악하여 현실로 돌아온다. 탄지로는 “인간의 마음 속을 짓밟지 마”라며 분노한다. 엔무는 “잠들어라”고 공격하지만, 탄지로는 강제 졸도라는 주술에 걸린 순간 각성하고 자결하는 엄청난 담력을 보여준다. 이에 혈귀는 악몽으로 멘탈을 붕괴시키고자 한다. 탄지로의 가족들이 나타나 “우리가 죽을 때 뭐를 한 거야?”(동생들), “쓸모없는 놈”(아버지), “너가 죽었으면 좋았을텐데”(엄마)라며 탄지로를 원망한다. 하지만 탄지로는 “내 가족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잖아. 내 가족을 모욕하지 마.”라며 혈귀 엔무의 목을 자른다. 엔무는 꿈(무의식)을 통해 현실(의식)을 지배하고자 하지만, 탄지로는 각성/자결을 통해 현실로 돌아온다.

탄지로가 혈귀의 목을 자르지만 혈귀는 열차 전체로 변화하면서 소멸되지 않는다. 탄지로와 이노스케가 혈귀를 추격하여 협공으로 혈귀를 처단한다. 꿈에서의 자결로 각성하는 탄지로는 계속해서 자신의 목을 베려고 하지만, 결국 꿈과 현실을 혼동하여 현실에서 자신의 목을 베려고 하는 순간에 이노스케가 구해준다. 혈귀의 눈을 보면 잠에 빠지는데 혈귀의 무수한 눈으로 인해 탄지로는 눈을 감고자 하지만 오히려 꿈/현실의 혼란을 일으킨다. 반면에 멧돼지탈을 쓴 이노스케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혈귀가 이노스케를 잠재울 수 없다. 탄지로와 이노스케의 협공에 무너진 엔무를 200명의 인간을 한꺼번에 먹을 거대한 계획을 세웠으나 실패하게 된 ‘끔찍한 악몽’에 고통스러워하며 소멸한다. 혈귀는 현실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한 꿈에 잠기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이용하지만, 탄지로는 과거의 슬픔, 괴로움, 고통을 모두 간직하고 가족에 대한 믿음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중반부 스타일에서는 슬로우모션과 패스트모션의 대비, 색채의 대비, 교차편집을 보여준다. 슬로우모션과 패스트모션의 대비에서는 잠드는 순간에는 슬로우모션이 사용되는 반면, 각성/자결 장면에서는 패스트모션이 사용되어 주술의 순간과 각성의 순간 사이의 대조를 강조한다. 색채에서는 혈귀의 붉은 피, 탄지로의 ‘물의 호흡’에서의 푸른 색, 렌고쿠의 주황색 화염이 대비를 이룬다. 교차편집에서는 꿈 장면과 현실 장면의 빠른 교차편집을 통해 주인공의 혼동을 표현한다.


아카자와 렌고쿠의 대결: 탐욕적인 불멸과 희생적인 죽음 대비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후반부 내러티브에서는 아카자와 렌고쿠의 대결로 탐욕적인 불멸과 희생적인 죽음을 대비시킨다. 상현은 귀살대 대장 2~3명이 붙어야 하는 정도의 능력을 가지며, 아카자는 무잔을 제외하고 혈귀 중에서 3번째로 강하다. 상현3 아카자는 인간은 늙고 죽는다며 약한 인간을 싫어한다. 그는 염주 렌고쿠의 정신, 육체, 검술에 탄복하여 혈귀의 자격이 있다며 혈귀가 되라고 제안한다. 그는 인간은 혈귀에게 못 이기며, 혈귀가 되면 육체가 계속 재생되며 더 강해진다고 유혹한다. 하지만, 렌고쿠는 강인함이 육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도 있다며 혈귀가 되기를 거부한다. 그는 ‘강인하게 태어난 것은 약한 자들은 돕기 위해서’라는 어머니의 말을 회상하며, ‘주라면 후배의 방패가 되는 건 당연하다. 어린 싹이 꺽이게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동생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옳다고 여기는 것을 하라’고 전해달라고 부탁하며, 귀살대에게는 ‘가슴을 펴고 살아라. 앞으로 나아가라’고 유언을 남긴다. 혈귀와 염주의 대결을 통해 ‘영원한 육체’를 원하는 아카자와 ‘후배의 방패’가 되고자 하는 렌고쿠를 대비시킨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후반부 스타일에서도 패스트모션과 슬로우모션의 대비, 비장미와 코믹성의 대비를 보여준다. 아카자와 렌고쿠의 대결 장면에서는 계속되는 공격과 수비를 패스트모션으로 보여줘 속도감과 역동성을 표현하는 반면에, 렌고쿠가 다치는 장면에서는 슬로우모션과 정지 동작으로 충격과 괴로움을 강조한다. 비장미와 코믹성의 대비에서는 렌고쿠가 죽어가면서 유언을 남기는 장면과 젠이츠가 햇빛 속의 네즈코를 걱정하며 소란을 피우는 장면을 연이어 보여줌으로써 죽음의 장엄한 분위기와 애정 어린 코믹한 분위기를 대비시킨다.


혈귀와 귀살대의 대결: 경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의 대비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혈귀와 귀살대의 대결을 통해 경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의 대비, 정신과 육체의 합일, 사무라이 정신과 자결 문화을 보여준다. 첫째, 경제적 인간 혈귀와 생태적 인간 염주를 대비시킨다. 혈귀는 소유, 이익, 공격을 보여주며, 타인을 자신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경제적 인간을 대변한다. 혈귀는 자신의 힘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잡아먹으며, 사람들의 죽음을 담보로 힘을 키우고 몸의 자생력과 생명력을 유지한다. 반면에, 귀살대는 공유, 희생, 공생을 보여주며,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점에서 생태적 인간을 대변한다. 특히, 염주는 자신의 호흡 기술과 정신력을 탄지로에게 전수해 주며, 후배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을 목숨을 바치며, 자신이 죽어가는 와중에 후배들과 200명 승객들이 단 한 명도 죽지 않은 사실에 행복해한다. 둘째, 혈귀와 귀살대 모두 정신과 육체의 합일을 보여준다. 혈귀 엔무는 꿈/무의식이라는 정신의 세계에 침입해서 현실의 인간의 육체를 파괴한다. 귀살대 탄지로도 자신의 죽음을 통해 각성하며 꿈에서의 자신을 버려야 현실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으며, 정신의 강인함이 육체의 강인함으로 이어진다. 셋째, 사무라이 정신과 자결 문화를 보여준다. 꿈/현실의 혼동 속에서 계속 자신의 목을 베는 소년 탄지로의 행위는 처연함과 동시에 섬뜩함을 느끼게 만든다. 10대 소년이 각성하고는 계속 자신의 목을 베는 자결로 현실로 돌아오는 목적을 달성하는 장면에서는 자신의 폭력의 주체이자 대상이 된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스타일에서는 영화 전체적으로 패스트모션과 슬로우모션의 대비, 동적 이미지와 정적 이미지의 대비, 비장미와 코믹성의 대비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첫째, 패스트모션에서는 대결에서의 뛰어난 기술과 속도감을 강조하는 반면, 슬로우모션에서는 기술을 초월하는 강인한 정신력을 강조한다. 둘째, 강렬하고 어두운 현실세계를 동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반면,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꿈의 세계를 정적인 이미지로 표현하여 대비시킨다. 셋째, 비장미와 코믹성의 대비로 희비극의 아이러니한 세계를 보여준다. 슬픔/기쁨, 불행/행복, 고통/웃음의 교차를 통해 대결/죽음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코믹한 장면을 계속 넣어 관객의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 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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