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이 ‘불가리스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데 이어, 이번엔 회장 일가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정재연 남양유업 비상대책위원장은 "현 이사회 내 대주주 일가인 지송죽·홍진석 이사 2명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고,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확대를 이사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등기이사는 사내 이사회 구성원으로,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
이번 발표로 홍 전 회장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다.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 지송죽·홍진석 이사는 각각 홍 전 회장의 모친과 아들이다. 앞선 4일 홍 전 회장은 회장직을 사퇴하며 “두 아들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논란과 2019년 홍 전 회장의 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 최근 불거진 ‘불가리스 코로나 19’사태 등 연이은 논란에 대한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남양유업 비대위는 "소비자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강도 높은 혁신을 위한 세부 조직 인선과 외부 자문단 구성 등 진정성 있는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에서 홍 전 회장 일가의 입김이 여전히 강하다는 주장이 일고있다. 가족들이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는 것과 달리, 홍 전 회장 본인의 사퇴 여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홍 전 회장은 회장직을 내려놨음에도 여전히 등기이사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홍 전 회장 일가의 남양유업 지분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53.08%로, 이 지분을 정리하지 않는 한 남양유업의 경영 전반은 오너가의 의중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이에 일각에선 홍 전 회장의 지분 매각 등이 요청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글 ·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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