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음주상태로 근무하다가 적발된 직원들 대부분을 고발하지 않고 ‘자체 처분’을 내리는 데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5년 간 음주 근무로 적발된 직원은 28명에 달해 ‘안전불감증’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KBS 보도에 따르면 스크린도어 개폐 등을 담당하는 차장 A 씨는 지난해 6월, 운행 중 술을 마셨다가 적발됐다. 다음 근무자와 교대하던 중 운전실에서 술 냄새가 풍겨 덜미가 잡혔다. 첫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농도는 0.39%. 음주운전 면허취소 기준 0.08%의 5배 가까운 만취 상태였다. 적발 당일은 역사 내 승객들이 다른 날보다 더 붐비는 월요일 오전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2020년 8월 경기 의왕역에서는 차량 간 연결, 분리 업무를 하는 직원 4명이 야근 중 단체로 술을 마시다 적발됐다.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 B 씨는 2015년부터 3차례 운행 전 술을 마셨다 적발돼 해임되기도 했다.
코레일에서는 지난 5년간 직원 28명이 음주로 적발됐고, 이 가운데 업무 중 술을 마신 사례는 13명이나 된다. 특히 업무 중 음주행위는 철도안전법상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코레일이 법 위반 사실을 철도 경찰에 알리지 않아 11명은 자체 징계로 끝났고, 철도경찰에 직접 적발된 2명만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재판 중이다. 자칫 대형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임에도 코레일은 안일한 대응에 그쳐, 안전불감증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은 언론을 통해 "제 식구 감싸기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운 좀 좋은 사람은 그냥 지나가고 철도경찰에 걸리면 징계를 받는다고 가정했었을 때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망의 구멍도 발견된다.
코레일 내부 임직원 행동 강령을 보면 범죄 내용이 더 밝혀질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그리고 수사 시 비위 규모가 더 밝혀질 수 있다고 판단 될 경우 지체 없이 고발 조치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코레일은 직원들의 음주가 적발돼도 이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수사기관에 넘기지 않았다.
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최대 형량이 6년이다. 그러나 철도 기관사가 음주 적발될 경우 최대 형량이 3년에 그쳐 오히려 더 낮다.
이에 음주 적발된 직원을 수사기관에 통보를 의무화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등 관련법을 개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지난 12일 철도 종사자의 음주 근무에 대한 형량을 상향하고, 근무 중 음주가 적발될 경우 철도경찰 등 수사기관에 통보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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