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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희의 문화톡톡] 이 시대의 위로법
[한유희의 문화톡톡] 이 시대의 위로법
  • 한유희(문화평론가)
  • 승인 2023.12.18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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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 현실을 담아내는 웹툰 읽기] 2
-키크니 인스타툰,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SNS는 생활이다. 최근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올리기에 적합한 형태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나의 상황을 빠르게 업로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시태그로 쉽게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도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일상의 공유가 익숙한 시대. 당신의 일상은 우리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일상은 모든 곳에서 공유된다. 특히 일상을 이미지화하는 방식이 익숙해지며 이미지가 삶의 이야기를 대체한다. 따라서 인스타그램은 삶을 이미지로 대체하는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다. 누구나 이미지를 업로드 하면서 웹툰 작가들 또한 인스타그램에 자신들의 일상을 내비치거나 브랜드 웹툰 혹은 짧은 일러스트 등으로 업로드하고 있다.

이런식으로 일상을 전하는 ‘일상툰’은 웹툰에서 가장 오래되고 익숙한 장르다. 웹툰의 특성상 활발한 상호작용은 필수적이다. 일상툰은 특히 자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기 때문에 독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전제로 한다. 소재와 화자가 다양한 일상툰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통해 작품에 쉽고 빠르게 빠져들게 한다. 거대서사 대신 미시서사를 기본으로 한 일상툰은 본인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 상황의 재구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분명 모든 사람의 하루하루는 각자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일상툰은 ‘지금-여기’의 공통적 감각을 일깨운다. 당신의 일상에서 나의 일상을 찾고 당신의 일상에 동기화하는 것이다. 일상툰은 공감이라는 감정을 통해 ‘나’의 일상에 ‘타인’을 적극적으로 관여시킨다. 타인의 일상의 틈에 끼어들면서 독자들은 자신의 일상에서의 문제를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게 되거나 곱씹기도 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일상까지 댓글로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당신’과 ‘나’의 일상을 ‘우리’화 한다.

일상툰 뿐만 아니라 웹툰 또한 이제 일상이 되었다. 웹툰 플랫폼 또한 많고 플랫폼 모두 각자의 성격을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웹툰의 장르도 다양하다. 수많은 웹툰 플랫폼이 아닌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SNS 공간에서도 웹툰은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플랫폼의 구획화된 영역을 벗어나는 지점인 것이다.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공간에서의 웹툰은 이미 존재한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인기를 얻어 출간되고, 드라마화까지 된 ‘며느라기’의 성공은 특히나 새로운 웹툰의 형식과 연재 방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렇게 ‘일상’툰은 웹툰의 일상화, 일상화의 웹툰화를 이끌며 새로운 플랫폼이 아닌 이미 ‘일상’인 플랫폼에 차차 자리잡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도 연재되고 있는 웹툰 중 일러스터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은 새로운 방식의 웹툰이다. 키크니의 웹툰은 오히려 화려한 색채, 작화로 웹툰을 구성하지 않는다. 흑백에 투박한 그림체로 많은 대사를 적지도 않는다. 다만 일상툰을 전달하는 방식을 바꿀 뿐이다. 일상툰이 대체로 ‘나’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나’를 확장한 이야기를 타인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키크니의 웹툰은 반대의 방식을 택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키크니의 각색을 통해서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웹툰 플랫폼에서 새롭게 제시하고 있는 컷툰의 방식으로 웹툰이 진행되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진행될 수 없다. 한 사연 당 두 개의 컷으로 구성되어 대답을 듣고 싶었던 대상-대부분 발화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에게 ‘말’을 통해서 새로운 구성을 택한다. 

재치있는 말장난의 형식은 동음이의어나 발음이 유사한 방식을 통해서 진행된다. ‘까까’가 ‘깔까’로 닭다리가 ‘닦달이야’로 변경되는 방식이다. 또한 숙취로 점심을 선택할 때 같은 메뉴를 고르자 ‘이심전심’을 ‘이심점심’이라고 적기도 한다. 혹은 단어를 폭넓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비 장인어른과와 술을 마시고 취한 예비사위를 표현할 때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표현한다. 또한 라면회사에 재직 중인 직원이 신상품 라면을 고민할 때 입만 열‘면’이라고 제품명을 달아주기도 한다.

단어들의 확장과 재기발랄한 사용은 쉽게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이런 현상은 하상욱 시집 <서울시> 시리즈로 알 수 있다. 간결하지만 감각적인 시는 읽기 쉬운 텍스트에 익숙한 현세대에게 주목을 받았다. 누구나 쉽게 접하는 상황과 단어들을 재치있게 변환하는 아이디어에 모두 공감하는 것이다. 키크니의 웹툰은 하상욱의 <서울시>보다 한층 더 현세대에 적합하다. 이미지가 결합되기 때문이다. 텍스트가 부재하더라도 충분히 이미지만으로 상황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크니의 일상툰이 빛나는 지점은 대부분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는 ‘위로’에 있다. 부재하는 대상을 통해 키크니가 전하는 각색은 진심을 담은 ‘말의 재치’다. 눈이 보이지 않는 강아지의 생각을 묻는 사연에 “넌 나에게 언제나 눈부셔”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표현을 ‘눈이 부셔서 보이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확장하며 짧지만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위로를 전하는 것이다. 다른 에피소드들도 마찬가지다. 힘든 상황에서 커피를 마셔서라도 일을 해야하는 사연자에게는 “너무 진하게 타지는 마”라고 말한다. 따돌림을 당했던 사연자가 중학교에 올라가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싶다고 하는 사연에는 교복을 입은 사연자와 친구들이 함께 웃는 모습과 더불어 “다 너무 잘 어울릴거야”라는 중의적 표현을 통해 위로한다.

키크니는 재치있는 ‘말’을 통해서 에피소드를 진행한다. 동시에 키크니의 웹툰은 말들이 모여서 전하는 위로의 파급력을 보여준다. 분명히 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한 위로인데 라디오의 형식을 띤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DJ가 전달하는 방식을 띠는 것이다. 최신의 SNS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져오는 것이다. 따라서 키크니는 새로운 위로의 방식이 아닌 다시 돌아온 위로의 형태를 띤다. 최근 베스트셀러의 대부분이 ‘말’과 위로에 집중한다. 바꾸어 말하면 ‘말’과 위로의 가치를 반증하는 것이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잊는 부분이 있다. 위로는 결국 아픔을 잘 ‘듣고’ ‘공감’하는데서 시작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닌 아플 때는 들어주는 행위로 이어진다. 귀 기울인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듣는다는 것은 누군가를 보듬는 일과 동일한 의미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서 주인공 모모의 특별한 능력이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표현했던 것은 그만큼 누군가의 이야기를 주의 깊고 공감하면서 듣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려주는 것이다. 뻔하지만 누구나 위안을 얻고자 한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SNS에서 ‘타인’의 사연을 통한 위로는 반대로 타자를 개인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과 동일하다. 사연을 통해서 웹툰이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타자의 말에 귀 기울여서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툰 속 ‘나’라는 내포화자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적극적으로 각색한다. ‘나’에서 시작한 일상은 나를 이루는 모든 환경으로 확장된다. 이때 환경은 개괄적인 의미로, 인물을 포함한다. 일상툰의 에피소드가 대부분 ‘나’와 나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는 점차 넓어진다.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은 타인의 일상을 통한 적극적인 각색을 통해서 일상을 확장한다. 웹툰 속 사연들은 댓글과, 인스타그램의 DM, 메일을 통해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나’가 아닌 ‘타자’를 통한 새로운 방식의 일상이 확장된다. 더 넓게 바라보자면 ‘나’의 사회가 ‘우리’의 사회로 나아가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인스타툰의 확장성과 위로의 접합은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빠르게 들어올 수 있다. 댓글을 통해 받은 사연이 확장되어 하나의 웹툰의 소재가 되는 것은 형식적인 위로라기보다 각색을 위한 ‘고민’을 전제로 하기에 진정성있는 위로로 다가간다. 최근 조금 더 길어진 형태로 <사연을 그려드립니닷>이 연재된다. 조금 더 ‘당신’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키크니의 인스타툰은 따라서 다시금 웹툰의 가치를 재정의한다. 결국은 독자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웹툰. 복잡한 문법이 아닌 ‘당신’과 ‘나’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동시에 플랫폼의 장점을 통해 밈으로 확장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빠르게 공유되고 댓글과 좋아요로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난다. 동시에 웹툰 플랫폼에 묶여있지 않기 때문에 저자의 허락만 있다면 저작권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업로드 된 웹툰의 댓글을 통해서 또 다른 웹툰이 연재된다. ‘나’와 ‘너’, ‘우리’와 ‘우리’가 점차 넓어지는 세계에서 새로운 방식의 웹툰은 앞으로도 확장될 것이다. 키크니의 인스타툰은 새로운 시대의 웹툰 문법이자 위로법이다.

 

 

글·한유희
문화평론가. 제 15회<쿨투라> 웹툰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2021년 만화평론 공모전 우수상 수상. 경희대 K-컬처 스토리콘텐츠 연구원으로 웹툰과 팬덤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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