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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화의 문화톡톡] BWC(부산여자대학교) 사제동행 프로젝트
[김기화의 문화톡톡] BWC(부산여자대학교) 사제동행 프로젝트
  • 김기화(문화평론가)
  • 승인 2023.12.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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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시선, 젊은 그들을 향하다.-

2023년 12월 14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제6회 BWC(Busan Women’s Colleage 부산여자대학교) 댄스컴퍼니의 <춤-바라보다>를 관람하였다. 부산여자대학교의 아동예술무용과 김해성교수의 연출로 교수와 졸업생, 그리고 재학생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사제동행 프로젝트 공연이다. 재학생의 구성원은 20대의 청년층과 30대 이상의 중년, 60대 이상의 장년들로 각각 나이가 다양하였다. 출연자인 재학생의 나이 차가 크다 보니 관객의 구성도 2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폭넓었다. 부산시민회관의 1층의 객석을 채운 1,000여 명의 관객은 콘서트 분위기를 방불케 열광하였다. 바로 이런 분위기가 대중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은 작품의 막간을 이용해 출연자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파이팅(fighting) 넘치는 소리를 크게 내다가도 공연이 재개(再開)하면 숨죽이고 공연에 몰입하였다. 객석 젊은이들의 패기 넘치는 에너지에 지긋한 연세의 어르신들도 분위기에 휩싸여 함께 흥을 내며 즐거워하였다.

대다수 관객이 공연에 동화되어 공연자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잠시 생각하였지만, 열광하는 무리로 인해 함께 박수하며 공연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동안 예술이라는 명제 아래 춤을 바라보며 진선미(眞善美)를 발견해야 한다는 습성에 젖어온 터라 공연을 볼 때 온전히 즐기고 응원하지는 못하였다. 편견을 버리고 공연에 빠지니 즐거웠다. 이번 공연은 무용계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에서 보이는 1시간 이상 작품의 메시지와는 달리, 10분 이내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공연되어 춤 자체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신이 났다. 아마도 관객들은 오늘 공연에서 보인 열정과 판타지(Phantasie)를 추억하며 행복할 것이다.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으로 세분하여 이들 공연을 인정하는 무용계 안의 공연과는 달리 실용무용을 포함하여 공연함으로써 대중들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고정관념을 깨고 역발상을 하자면 미디어 매체를 자주 접하는 대다수 관객에게는 한국무용이나 현대무용이 낯설게 느껴지고, 도리어 실용무용의 여러 장르가 친숙할 수도 있어서 이 관객들에게 이번 공연이 한국무용이나 현대무용을 소개하는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용계의 내부자로서 바라보는 대중화의 방향과 외부자인 대중이 바라보는 대중화에 관한 간극(間隙)은 생각보다 클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심경이 복잡하였다. 아마도 이번 공연의 기획 지향점이 무용계와 일반 대중의 사이를 좁히는 작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BWC 사제동행 프로젝트 <춤-바라보다>는 성공적이었다. 그 이면에는 지역 기반을 활용한 기획 역량, 장르의 복합 구성을 통한 대중성 지향, 기술을 넘어 예술을 지향하는 무용 역량 등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학술지에 「<Groove 360 Tm Kids>를 활용한 한국무용 교육 실기지도모형 제안」을 게재하면서 어린이들의 무용 교육에서 1회의 단회적인 학습에서 양식성이 명확한 음악을 활용하여 이들 음악과 양식적 결합이 명확한 몇 개의 몸동작만으로도 반복을 통해 학습자들이 춤출 수 있게 하는 <Groove 360 Tm Kids>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그리고 이를 한국무용 교육에 적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예를 들어 힙합, 얼반, 하우스, 재즈, 볼리우드, 라틴, 아프리칸, 스윙, 디스코 등과 같이 양식이 명확하고 널리 알려진 음악을 선곡하고 그 음악과 함께 발전된 춤의 독자적인 특징을 안무에 활용하여 단순한 리듬의 반복을 경험하고 몰입하도록 수업을 구성하자는 것이었다. 그 당시, 강하게 와닿은 부분은 이번 공연에서 얻게 된 생각과 유사하였다. 춤은 집중을 통해 성취감을 주고 결국에는 자신의 창의성까지 드러낼 수 있다는 논지였다. 편견 없이 춤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춤에 관한 관심이 증대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 공연으로 BWC 댄스컴퍼니의 예술철학이 대중에게 향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1. 지역 기반을 활용한 BWC 사제동행 프로젝트의 공연 기획

공연의 성공을 단언할 수 있었던 점은 1,000여 명이나 되는 관객을 도모(圖謀)한 점이다. 무용공연에서는 드문 상황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무용계에 형성된 향유자를 대상으로 모객(募客)했다면 객석을 채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BWC 댄스컴퍼니가 지역과 연계한 지지기반을 꾸준히 다져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3년제 전문대학인 재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지역의 다양한 기관과 연계하고, 각 기관의 관계자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여 관심을 유도하는 회귀적 순환 관계를 구축해 그들을 설득해 온 것이다.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출강하는 학원과 센터, 평소 사회 문화나눔 공연을 통해 연계한 지역의 크고 작은 조직과 끊임없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관리한 노력은 공연 후의 리셉션에 참여한 인사들을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각 단체의 대표를 소개하는 김해성 교수의 진중함에서 그녀의 의지와 헌신을 이해할 수 있었다.

 

2. 장르의 복합 구성을 통한 대중성 지향

무대에 오른 작품은 9편으로 2개의 Part로 구분하여 공연하였다. Part 1의 작품은 한국무용 ‘부채-光’, ‘생과 사’, ‘너슬-風’은 ‘서한우 流 벅구춤’의 네 작품이고, Part 2의 작품은 스트릿댄스 ‘Mirror ; Find one’s inner self’, 플라맹코 ‘몸팡’, 현대무용 ‘They Live’, 벨리댄스 ‘Legend of pop’, 스트릿댄스 ‘Space’로 장르가 다른 다섯 작품이다.

한 무대에 여러 장르의 작품을 구성하면 불특정 다수 관객이 집중하기 쉽다. 언어가 없는 무용을 관람하는데 훈련이 되지 않은 관객은 지속적인 분위기로 진행되는 작품보다는 변화의 주기가 짧고 작품별 특성이 명확할 때 흥미 유발이 더 쉬울 수 있다. 대형 강당형의 부산시민회관 무대를 고려하여 관객들에게 느림에서 빠름 등 작품의 성향이 다른 여러 장르를 복합적으로 구성하여 춤에 관한 이해를 구한 것은 적절하였다. 한국무용과 서양무용, 순수무용과 실용무용의 대대적인 관점도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서로의 익숙함을 공감하여 소통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

 

3. 기술에서 예술로 진입하는 실기역량

무대에 오른 작품 대부분은 일정 수준을 유지한 수작이었다. Part 1의 한국무용 작품도 전반적으로 간결하여 군더더기가 없었다. 첫 번째 작품 ‘부채-光’은 BWC 대표 김해성이 안무하였다. 부채춤은 산, 강, 꽃 등의 자연에 대한 상징을 직선과 곡선, 원의 유동하는 에너지에 담아 일체감 있게 표현하였다. 그리고 야광 물질로 처리한 부채와 치마에 블랙라이트를 투사하여 부채와 의상의 선이 발광하여 춤추는 듯 보였다. 관객들로서는 신기한 상황이라 박수가 이어졌다. 두 번째 작품 재학생 노지원의 ‘생(生)과 사(死)’는 생과 사를 구분하는 아이콘으로 가면[탈]을 사용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뇌하는 삶을 보여주었다. 세 번째 작품 너슬-風은 한국무용강사 김선영이 안무하고, 늦깎이 중년 재학생들이 출연하였다. 긴박한 전환은 부족하였지만 묵직한 전통춤의 멋을 담아 춤추었다. 네 번째 작품 ‘서한우 류 버꾸춤’은 창원시립무용단의 단원 박수일이 특별출연하였다. 관객들에게 타주(打奏) 춤의 역동성과 흥겨움을 선사하였다.

 

사진 1. BWC 댄스컴퍼니 사제동행 프로젝트 한국무용 작품(사진제공 BWC 댄스컴퍼니)
사진 1. BWC 댄스컴퍼니 사제동행 프로젝트 한국무용 작품(사진제공 BWC 댄스컴퍼니)

Part 2의 첫 번째 작품 ‘Mirror ; Find one’s inner self’와 다섯째 작품 ‘Space’는 스트릿 댄스이다. 스트릿댄스(Street Dance)는 1960년대 이후 대중문화 기반의 춤을 일컫는 용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힙합 페스티벌에 내한한 세계적인 댄서들에 의해 소개되었다. 스트릿댄스는 1900년대 후반 미국의 스트릿 컬쳐(Street Culture)에 영향을 많이 받아 음악의 요소를 자유로운 프리스타일로 표현한다. 하위의 장르로는 팝핑, 락킹, 비보잉, 왁킹, 프리스타일 힙합댄스, 하우스, 크럼프 등이 있다. ‘Mirror ; Find one’s inner self’는 학생들의 공동작품으로 20명이 출연하였다. 미디어 매체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아이돌 춤과 같이 현란한 손놀림과 발놀림이 숙련되고 세련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Space’는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작품으로 부산 스트릿댄스계의 유명안무가 서덕구가 안무하고, 재학생들에 이어 학교의 강사들이 참여하였다. 작품은 수업 공간에서 고민하는 학생들과 그 여정에서 만나는 춤을 통해 위로받고 꿈을 꾸게 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스트릿댄스가 기술을 추구하던 단계에서 그 기술을 녹여 예술로 진입하는 광경을 보며 그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사진 2. BWC 댄스컴퍼니 사제동행 프로젝트 실용무용 작품(사진제공 BWC 댄스컴퍼니)
사진 2. BWC 댄스컴퍼니 사제동행 프로젝트 실용무용 작품(사진제공 BWC 댄스컴퍼니)

두 번째 작품 플라맹코 ‘옴팡’은 학생으로 재학하는 플라맹코 전문가 이영자가 안무하였다. 플라맹코(flamenco)는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를 중심으로 발달한 춤으로 1970년대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플라멩코는 강렬하고 독특한 정서로 사랑받는 춤이다. 역사와 기원은 명확히 전해지지 않으나 대략 15세기경 집시들이 스페인에 들어와 안달루시아의 전통 음악과 어울리며 발전하였다고 전한다. 작품 ‘옴팡’은 스페인 민족 고유의 개성과 기백을 풍부하고 힘차게 표현하였다. 노래, 춤, 연주(기타)가 함께 공연하여 플라맹코의 풍미를 더 하였다. 숄(shawl) 춤으로 손의 놀림을 통해 플라멩코의 자태와 숄의 공간을 조성하여 춤추었고, 춤의 무절(舞節) 사이사이의 다양한 손뼉치기(palmas)와 기타 반주와 타악기 까혼(cajon)에 맞춘 탭 댄스까지 춤추며 점차 고조되었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변화와 리듬, 박자를 맞추어 춤추는 이영자의 모습에는 자유가 엿보였다.

세 번째는 현대무용 ‘They Live’는 현대무용 강사 하주은이 안무하고, 9명의 재학생이 출연하였다. 불안감과 해방감을 움직임에 대입하여 풀어갔다. 교육과정을 통해 다양한 춤을 경험한 학생들은 지속적이고 몰입된 몸의 흐름을 명확하게 이해하여 감정의 변화를 무난히 표현하였다.

네 번째 벨리댄스(Belly dance) 작품 ‘Legend of pop’은 말 그대로 팝의 전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을 기린 춤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이클 잭슨의 유명 곡을 메들리로 연결하여 반주음악으로 사용하고, 그의 댄스 기교와 벨리댄스의 기교를 융합하여 춤을 구성하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발상이 연결되어 새로운 댄스 버전이 완성된 것이다.

벨리댄스는 이슬람권의 여성들이 추는 배꼽춤으로 널리 알려진 춤이다. 골반을 빨리 흔드는 동작이 특징인 매혹적인 여성 춤이다. 발을 고정하고 복부를 드러내어 허리를 흔들거나 비트는 춤은 최소한의 엷은 천을 몸에 걸치고 추어 고혹적(蠱惑的)인 인상마저 주는 춤이다. ‘Legend of pop’은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moon walk)에서 한 발자국씩 뒤로 끌어당기며 춤추던 동작을 살리면서도 사이사이 벨리댄스의 복부를 튕기며 놀리는 유연한 골반 기교로 고조하여 마이클 잭슨이 만든 환상에 참신함을 더하였다. 세 곡을 접속하여 춤추며 마이클 잭슨이 착용했던 페도라(fedora)에 반짝이 복식은 점차 탈의 되고, 춤은 고혹적인 모습에서 주도적인 의지를 지닌 여성성을 보이는 강한 인상을 남기었다.

관객들의 환호 뒤에는 전 출연자들이 춤춘 대중 취향의 춤이 있었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들이 내뿜는 ‘열정’에서 춤을 통한 ‘자유’의 해방감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번 공연 BWC(부산여자대학교) 사제동행 프로젝트는 대중의 시선이 젊은 그들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앞으로 무용계는 대학의 삼분법적 학제 안에 실용무용을 수용하여 무용의 범주를 확장하는 새로운 무용 생태 패러다임의 구성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장거리 공연 여행이었지만 소득이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글·김기화(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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