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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의 시네마 크리티크] 듣는 것의 힘 혹은 이야기에 대한 믿음 〈밤의 이야기〉
[이현재의 시네마 크리티크] 듣는 것의 힘 혹은 이야기에 대한 믿음 〈밤의 이야기〉
  • 이현재(영화평론가)
  • 승인 2024.12.30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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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야기〉 포스터 (출처: 네이버영화)
〈밤의 이야기〉 포스터 (출처: 네이버영화)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액션을 보여준다는데 있다. 보통 현실에서 불가능한 액션을 생각하면 기본적으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액션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액션은 결국 사람의 감정으로 하여금 스펙터클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굳이 헐리우드의 물량공세가 좋은 액션이라고 볼 수는 없는 법이다. 애니메이션에서 굳이 현실감을 지향하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액션을 현실감있게 느끼게 하는 것만이 애니메이션의 장점은 아닌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밤의 이야기>는 좋은 예시가 될 것 같다. <밤의 이야기>는 미셸 오슬로의 전작 <프린스 앤 프린세스>와 같은 포맷을 지니고 있으며, 달라진 것이 있다하면 좀 더 화려해졌다는 것과 에피소드들이 바뀌었다는 것 뿐이다.


 <밤의 이야기>는 <프린스 앤 프린세스>처럼 허름한 극장에 있는 3명의 애니메이터들이 생각하는 것을 어떤 기계를 통하여 그들이 직접 경험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밤의 이야기>에는 6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의 출생지는 티벳, 남미의 안데스지역, 아프리카등 다양하다. 영화의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그림자놀이의 스타일을 빌려오고 있는데, <밤의 이야기의 장점과 한계는 바로 이 그림자놀이스러운 애니메이션 스타일에서 나온다. 장점이라 함은 CG스러운 면이 배제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그림자체가 상당히 새롭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림이 달라지면 같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이야기의 느낌이 달라진다. 이런 '다른 느낌', 다시말해 이국적인 느낌으로 인해 이야기가 활력을 얻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영화를 본다는 느낌보단 이야기를 듣는 체험에 가까워보인다. 

 <밤의 이야기>의 가치를 찾는다면, 이국적인 그림으로 인한 이야기의 활력성보다, 이 한계에서 <밤의 이야기>의 진정한 가치가 들어난다고 생각한다. <밤의 이야기>는 영상의 즉자성을 거부함으로서 이야기에 우리의 감정이 빠질 수 있도록 이야기를 배려한다. 그래서 <밤의 이야기>는 이국적이고 다른 느낌의 그림임에도 불편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을 만들지 않는다. <밤의 이야기> 혹은 미셸 오슬로는 관객에게 자신의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들려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어쩌면 미셸 오슬로는 정직하게 서사의 힘을 믿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이현재
경희대학교 K컬쳐・스토리콘텐츠연구소 연구원.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부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신인평론상 △게임제네레이션 비평상에 당선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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