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가족입니다.
SNS를 둘러보다 보면 ‘우리집 막내입니다.’ 또는 ‘우리 귀요미를 소개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사진이나 숏폼이 종종 등장하곤 한다. 귀여운 아이를 기대했다면 적잖이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 더 ‘귀염뽀짝’한 친구가 등장한다면? 바로 반료동물들 이야기다.
사람 아이 못잖게 차려입은 옷, 두툼한 살집 위에 얹어 놓은듯한 깜찍한 장신구, 여기에 외출 필수 아이템인 이름바 ‘개모차’까지. 그야말로 반려동물들읭 위한 용품에는 없는 게 없다.
혹시라도 ‘돈 쓸 데가 그렇게 없나!’ 또는 ‘동물은 동물이지 무슨 가족이야.’라고 코웃음을 친다면 따가운 시선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누가 뭐래도 이들은 그들에게 가족이 분명하므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25.4%로 4가구당 1가구 꼴(세계일보」, 2023년 4월 17일 자)이고. 몇 년 년 전만 해도 집에서 기르는 동물은 애완동물로 불렸다면 이제는 반려동물이라는 명칭이 더 익숙하다. 반려동물 관련 사업 역시 급속도로 확장했는데 2020년에 약 3조 규모였던 반려동물 연관 산업은 오는 2027년쯤에는 6조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2021년 4월 농림축산부 보도자료)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늘어난 이유를 꼽자면 급증하는 1인 가구와 보편화된 핵가족 가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혼자 살거나, 형제가 없는 아이를 둔 가정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반려동물을 키움으로써 외로움이나 불안감을 해소한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그 효과는 만족스럽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상을 함께 하는 것이 가족의 보편적 모습인 것처럼 반려인들 역시 반려동물과 일상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니즈에 부합하듯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숙소부터 식당, 호텔, 백화점, 비행기까지 반려동물 동반 서비스는 급증하고 있으며, 반려동물 전용 미용실, 호텔, 유치원은 물론이고 의료 서비스와 장례식장까지 그야말로 반려동물 관련 사업은 유래 없는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물론 이런 서비스는 아직은 여전히 특별하고 예외적인 서비스라 이용하려면 부담스러운 비용이 발생하지만 반려인들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비용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또 비용을 치르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반려동물과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나도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잘 기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혼자 있으니 외로워서(외로움), 나는 또는 가족이 동물을 좋아하니까(취향), 한번 길러보고 보고 싶어서(호기심)와 같은 이유 중 하나라도 자신의 처지와 부합하는 게 있다면 반려동물의 입양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마련일 테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반려동물은 나의 외로움, 호기심, 취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기르는 데 있어 동반되는 의무와 책임, 그리고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지니고 있지 않다면 유감스럽지만 좋은 반려인이 될 가능성은 지극히 적기 때문이다. ‘개는 훌륭하다’고,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고 동물 행동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결국 문제는 반려동물을 그릇된 방법으로 사랑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반려인에게 있을 가능성이 크다.
2. 가족이지만 잘 모릅니다.
반려동물, 하면 떠오르는 건 귀여운 얼굴과 손에 잡힐 듯 작은 몸이다. 그 모습을 보면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저절로 눈이 가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저 정도(?)면 길러볼 만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물을 기르고 싶다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야말로 큰 착각이자 실수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살아 있는 한 성장하고 크게 마련이다. 게다가 생명이란 기르는 사람이 의지대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에 따라 성장하게 마련인 동시에 타고난 기질은 외부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며 달라지곤 한다. 하지만 이것까지 고민하는 (예비)반려인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어려워 봤자 얼마나 어렵겠냐는 섣부른 예상, 잘 기르고 관리만 잘하면 문제 될 것이 없지 않겠냐는 막연한 믿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섣부른 예상과 막연한 믿음은 반려동물을 처음 입양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라는 점에서 굉장히 위험하다.

반려동물은 인간처럼 타인의 관심을 원하고 동시에 외로움을 느낀다. 화가 날 땐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고, 때때로 종종 이유 없이 아프기도 하며 나이가 들면 병들고 쇠약해진다. 사람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더 섬세하고 끊임없는 돌봄과정이 필요할 때가 많다. 그러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덜컥 반려동물을 입양했다가 이럴 줄 몰랐다고, 당황스럽다고 토로하는 반려인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몰랐다고 해서 자신이 지어야 할 책임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때마다 반려동물 입양을 후회하거나 파양이나 유기를 쉽게 범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이면에는 이처럼 책임에 대한 무게를 쉽게 생각한 반려인이 놓여 있다.
한 생명을 기른다는 것, 그리고 그것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지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키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은 사람도 아니고, 물건은 더더욱 아니다. 인간과 다르기 때문에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하고 더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동시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동물을 좋아하지 않거나 무서워하는 비반려인을 배려하기 위한 매너와 태도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그러지 못했다간 반려동물 싸움이 사람 싸움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최근 들어 각종 커뮤니티에는 반려인과 비반려인과의 갈등이 자주 공론화되고 있는데 산책할 때는 목줄을 착용하고 반려동물의 배변은 치우는 것이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개는 안 물어요.”와 같은 잘못된 생각으로 목줄을 착용하지 않는 견주부터 야외라 괜찮다는 이유로 배변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는 견주는 늘 골칫거리다.
공동생활 주택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경우 소음에 취약하다 보니 개 짖는 소리도 발생하는 갈등 중 하나다. 특히 대형견의 경우 견주인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은 심각한데 아무래도 큰 덩치 때문에 작은 행동도 공격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고, 특히나 엘리베이터와 같은 좁은 공간에 함께 있을 경우 비반려인은 엄청난 심리적 공포를 느낄 수 있다. 반려인은 나에게는 귀여운 반려동물도 타인에게는 무서운 맹견으로 인식될 수 있음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펫티켓이 지켜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반려인 스스로 자신이 기르는 반려동물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종(種)이나 외모에만 관심을 두고 기질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든지, 입양 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만 맞추어 반려동물을 입양 할 경우 반려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그리고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인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충분한 학습과 펫티켓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반려동물을 기를 때 비용 부담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다. 동물 역시 인간처럼 때때로 아프고 시간이 지나면 늙고 병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반려동물의 돌봄 기관이나 동물 병원의 문턱은 높다. 각종 예방 접종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동물 병원에 치료받으러 갔다가 청구되는 병원 영수증에 깜짝 놀라는 경험은 반려인들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특히나 치료가 잦은 노령견일 경우 그 비용은 매우 부담스러워서 어쩔 수 없이 치료를 포기하거나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 치료의 선택은 반려인에게 달린 것이라지만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사회적 시스템이 뒷받침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각 지자체에서 반려동물 복지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는데 경기도의 경우 1인 가구나 사회적 배려 계층에게 반려동물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하고(중앙일보 2023년 3월 22일 자), 서울시 서초구의 경우 명절 동안 집을 비워야 하는 견주를 위해 반려견 쉼터를 운영하기도 했다.(경향신문 2022년 1월 16일 자) 이러한 반려동물 복지 시스템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었지만 이제는 기업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설 만큼 시민 복지의 일부로 인식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할 수 있다. .
3. 오래오래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사람과 사람 관계에는 관심과 사랑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듯이 인간과 반려동물 관계 역시 다르지 않다. 동물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나의 기쁨과 즐거움을 위해 기르는 수단은 더더욱 아니다. 좋아하는 마음만 있어서도 안 되고, 전문가의 말이라는 이유로 그들이 했던 모든 방식을 나의 반려 동물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듯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멋지고 예쁘게 기르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아니기에 더 많이 알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 더불어 나와 반려동물, 그리고 비반려인 모두가 오래오래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반려동물은 반려의 수단이 아니라 반려 그 자체라는 것을 기억하길.
*이 기사는 웹진 <우리문화> 2023년 12월호에 게재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글·장윤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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