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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미의 문화톡톡] 자꾸만 손이 가는 재밌는 간식, 웹툰
[장윤미의 문화톡톡] 자꾸만 손이 가는 재밌는 간식, 웹툰
  • 장윤미(문화평론가)
  • 승인 2025.01.02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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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미에 맛까지 더한 웹툰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웹툰에 다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웹툰의 범위는 넓고 다양하다. SF, 역사, 공포, 스릴러와 같은 익숙한 장르부터 판타지, 로판, 현판, 회빙환, BL, 하렘 등등 낯선 장르까지 그야말로 다루지 않는 것이 없다.

한국 웹툰 시장의 규모는 매해 커지고 있는데 웹툰 산업 매출액 규모는 2023년 기준 전년 대비 19.7% 성장한 21890억 원을 기록했으며, 2018년 이래 6년간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이와 더불어 웹툰 플랫폼 역시 전년 대비 25% 증가한 14094억 원을 기록(뉴시스, 2025, 12일 자)했다고 하니 그 성장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양적 팽창과 함께 작품성과 탄탄한 스토리텔링까지 두루 갖춘 수준 높은 웹툰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현재 대한민국 콘텐츠 기업들은 웹툰 발굴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의 대표적 성공 열쇠로 웹툰이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웹툰 저작권 시장은 그 어느 분야보다 뜨겁고 치열하다. 실제로 잘 찾은 웹툰 하나 열 창작작품 안 부럽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 되었고 이를 증명하는 사례 역시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1)

웹툰은 마치 핑거푸드 같다. 핑거푸드는 특별한 도구 없이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핑거푸드는 되도록 먹기 편리해야 하고 배가 부르지 않을 만큼의 양이어야 한다. 정식(定食)이 아니라 간식(間食)이기 때문이다. 또한 익숙한 메뉴일수록 좋다. 자극적인 냄새나 복잡한 조리 과정이 필요한 메뉴는 핑거푸드로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영양소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핑거푸드가 정크푸드는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무엇보다 맛이 있어야 한다.

웹툰은 특별한 도구 없이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이동하면서, 기다리는 동안, 자기 전에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다. 그리고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전 연령이 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형이상학적인 내용이나 복잡한 플롯을 지닌 웹툰은 엄청난 흡입력을 가지지 않은 이상 대중의 인기를 얻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단순해서도 안 된다. 인과 관계없이 그림만 줄줄이 늘어놓은 웹툰을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앞서 언급했듯 여러 장르의 웹툰이 있고, 그 소재 역시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받는 웹툰을 꼽으라면 아마 음식을 소재로 하는 웹툰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 웹툰 플랫폼인 다음 웹툰네이버 웹툰만 보아도 음식을 다루는 웹툰이 상위 랭킹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스토리텔링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독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웹툰을 함께 보고자 한다. 하나는 아픔을 지닌 인물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며 위로를 전하는 <쌍갑포차>, 다른 하나는 십 대들의 성장과 우정을 담은 <공복의 저녁식사>.

 

2. 웹툰에서 얻는 위로와 공감

웹툰 <쌍갑포차>에서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쌍갑포차라는 가상의 공간이다. 매회 차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쌍갑포차를 찾아온 손님이 쌍갑포차 주인인 월주에게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특이한 건 월주가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에게 특별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인데 이 음식을 매개로 이야기의 주인공은 과거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한다. 평범한 음식도 있지만 낯선 음식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아무리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음식도 이야기가 있고, 추억이 있다면 특별한 음식이 될 수 있다는 웹툰의 메시지는 평범한 인생도 모두 특별하다는 전체 주제와 결을 함께 한다.

<쌍갑포차>의 컨셉은 위로다. 사람들은 살면서 저마다 상처를 주거나 받는다.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고, 혹 상처를 받았더라도 잘 치유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살면서 그런 행운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타인을 해하는 일을 할 때도 있고 반대로, 억울하게 피해를 받고도 보상은커녕 평생을 불행하게 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는 오로지 갑 아니면 을로만 나뉘고, 힘없고 가진 것이 없는 나는 평생 갑질을 당하며 평생 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비참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웹툰 쌍갑포차
웹툰 쌍갑포차

하지만 <쌍갑포차>에서 월주가 말하듯이 적어도 그승에서는 쌍방이 모두 갑이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고, 피해를 받았다면 언젠가는 보상받게 된다는 명제는 쌍갑포차라는 세계에서만큼은 진리이자 진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복수나 응징, 처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쌍갑포차>에 기본적으로 깔린 감정은 미움이나 증오가 아니라 위로와 용서, 그리고 반성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쌍방이 모두 갑이 되기 위한 방법은 하나다. 바로 누구에게나 인생은 공평하다는 것, 그렇기에 나와 당신도 공평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또 다른 웹툰인 <공복의 저녁식사>는 주인공 공복희가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다. 복희가 같은 반 친구인 민주와 친해지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복희와 같은 아파트, 같은 층에 사는 민주는 부모님 없이 혼자 사는 1인 가구원이다. 늘 혼자서 식사를 해결하느라 적적했던 터에 복희를 알게 되고 민주는 복희에게 자신과 함께 저녁을 먹자고 제안한다. 민주는 혼자 살아도 비교적 알아서 끼니를 잘 챙기는 편이었지만 혼자서 밥을 먹는 외로움은 도무지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둘은 공복의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데 민주는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공복희는 민주와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을 가지면서 민주의 아픔을 이해한다.

 

웹툰-공복의 저녁식사
웹툰-공복의 저녁식사

<공복의 저녁 식사>에서 음식은 공감이다. 복희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은 점심시간인데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은 점심을 먹지 않거나 거의 남기는 게 다반사다. 복희는 밥과 친구 사이에서 진지하게(?) 고민한다. 친구들을 선택하면 먹는 즐거움이 사라지고, 밥을 선택하면 친구들과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고픔보다 또래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복희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척, 공감하는 척한다. 그러나 친구들은 복희의 노력을 무시하는 건 물론 오히려 복희의 그런 배려를 악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민주는 다르다. 민주는 복희에게 일부러 공감을 요구하지 않는다. 공감은 작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억지로 꿰맞추는 공감은 반드시 균열을 일으키기 마련이므로.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과 연대다. 공감과 연대를 통해 우리는 소속감을 느끼고 인정 욕구와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 특히나 소속감과 타인의 인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십 대는 또래로부터 거부당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공복의 저녁식사>는 이것을 음식으로 표현하는데 공복이 공감이 부재한 상태를 의미한다면 저녁식사는 공감을 이끄는 매개 수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새로운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

음식과 이야기의 공통점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라는 것이다. 음식은 우리 몸에 영양분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마음에 영양분을 제공해 준다. 그런데 우리는 배가 고프다고 해서 아무것이나 먹지 않듯이 아무 이야기나 듣거나 읽지는 않는다. 기왕이면 맛있는 것, 색다른 것을 찾아 먹듯이 이야기도 기왕이면 재미있는 것,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읽고 싶어 한다.

앞으로 한국 웹툰 시장은 지금보다 양적으로, 질적으로 확대되고 깊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건 어쩌면 새로운 이야기, 낯선 이야기가 아니라 잊고 있던 감정을 찾아주는 이야기, 숨겨 놓았던 상처를 위로해주는 이야기다. 거기에 맛있는 것이 더해진다면 행복할 것은 말할 것도 없을 테고 말이다.

 

(1)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와 드라마 중 대표 성공작을 예로 들면 쌍 천만 관객 돌풍을 일으킨 <신과 함께>(2017), 동 시간 대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올렸던 <김비서가 왜 그랬을까>(2018), ‘사이다 드라마라는 별명으로 인기몰이를 한 모범택시1, 2(2023), <내 남편과 결혼해줘>(2024)등을 둘 수 있다.

 

 

*이 기사는 웹진 <우리문화> 202310월호에 게재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글·장윤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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