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가 최근 재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정 씨는 올해 20대 초중반이며, 미국 코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학생 신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 아모레퍼시픽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아모레퍼시픽 등 5곳의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덕에 오너 일가 배당금 지급과 관련해 자주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중 한 곳인 에뛰드하우스 설립에 아이디어를 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재계와 언론 등에서는 민정 씨가 서 회장의 뒤를 이어 경영승계를 이을 것이라고 강하게 예측하고 있다.
◆미성년자 시절부터 배당금 ‘쏠쏠’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서 회장이 경영승계를 생각할 정도로 연로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4세 경영설은 그야말로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민정 씨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과 그 가치, 지급받는 배당금 등을 미뤄본다면 장녀에 대한 서 회장의 끔찍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민정 씨는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 주력사 아모레퍼시픽,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농심홀딩스 등 5개 회사로부터 올해까지 총 81억7100만원의 배당수익을 올렸다.
민정 씨는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아모레퍼시픽, 로드샵 브랜드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를 각각 지난 2007년과 2012년 아버지 서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았다. 또한 지난 2003년 민정 씨는 외할아버지인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으로부터 지주사 농심홀딩스 지분도 증여받았다.
민정 씨가 지주사와 주력사로부터 지급받은 배당금 규모는 현재까지 39억4500만원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 2013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주당 배당금은 2550원, 아모레퍼시픽의 주당 배당금은 6550원이다.
지주사와 주력사의 배당금도 모자라 민정 씨는 비상장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역시 만만찮게 챙겼다.
지난해 민정 씨가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로부터 거둬들인 배당수익은 39억9700만원으로, 에뛰는 지난 2013년 회계기준으로 주당 배당금 2만5000원이며, 이니스프리는 5000원이다.
민정 씨는 외할아버지 신춘호 회장으로부터 받은 농심홀딩스로부터 지급받는 배당금 역시 쏠쏠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정 씨는 지난 2003년 신 회장으로부터 농심그룹의 지주사 농심홀딩스의 지분을 증여받았다. 당시 재계 일각에서는 민정 씨가 미성년자 신분에서 지주사 지분을 증여받은 사실과 대다수 대기업에서는 장자‧장손 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유교적 가풍 때문에 농심의 지분 증여 사실을 두고 이래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까지 민정 씨가 농심홀딩스로부터 거둬들인 배당수익은 2억2900만원이다. 아버지와 외가로부터 든든한 지원사격을 받고 있는 민정 씨의 경영승계 이야기가 아무 뜻없이 나돌고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시기상조긴 하지만 만약 민정 씨가 후계를 이어 받게된다면 국내 유통업계를 아우르는 강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그러나 미성년자 때부터 지분을 승계받아 막대한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받아온 사실과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데도 배당금을 지급받아온 사실이 차후 독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고 조심스레 언급했다.
◆차근차근 준비하는 ‘경영수업’
재계에서는 민정 씨의 경영승계 이야기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민정 씨가 미국 코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점과 계열사 런칭에 참여했다는 점을 유추해본다면 현재의 과정은 경영승계를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민정 씨는 코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넬대학교 경영대학원은 그의 아버지 서 회장이 나온 학교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민정 씨의 경영승계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계열사 에뛰드다. 이 회사는 1997년 브랜드 런칭을 시작으로, 지난 2005년 원브랜드샵이 탄생됐으며, 국내 525개 매장과 해외 12개국 230여개가 운영 중이다.
‘소녀감성의 즐거운 메이크업’이라는 슬로건을 달고 있는 에뛰드는 메이크업에 한창 눈 뜨기 시작한 10대 후반 소녀들을 타킷으로 내세워 막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관련업계는 에뛰드가 여타의 화장품 브랜드에 비해 탄탄히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이유를 두고 민정 씨 덕분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에뛰드 런칭 당시 민정 씨가 참여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뛰드 오픈 당시 15세 미성년자였던 민정 씨는 아버지 서 회장에게 브랜드 컨셉에 대한 여러 가지 조언을 했다.
원브랜드 샵으로 출범된 지 1년 만인 지난 2006년 에뛰드는 490억원의 매출과 2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맛봤다. 그러나 지난 2013년 3372억원의 매출, 26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아모레퍼시픽 맹주로 급부상했다.
그룹 내에서 맹주로 부상했던 에뛰드는 현재 동생격인 이니스프리로부터 매출 1위 자리를 빼앗기고, 브랜드 노후화, 구조조정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뛰드의 지난해 매출은 3065억원, 영업이익 5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무려 79% 가량 축소된 수치다.
에뛰드의 실적악화의 주된 원인은 국내외 매장 구조조정과 노후화된 이미지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에뛰드는 브랜드 재정비를 이유로 지난해동안 매장 구조조정을 단행해왔으며, 해외에 설립된 매장들 역시 브랜드 강화를 위해 에이전트 매장을 축소됐다. 이를 두고 아모레퍼시픽은 에이전트 매장을 직영점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자사의 모든 브랜드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오로지 에뛰드 한 곳에서만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며 “구조조정 여파로 매출 하락 여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에뛰드 컨셉과 관련해 민정 씨의 취향이 반영됐다기보다는 여자라면 누구나 ‘소녀적 감성’을 꿈꾸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며 “민정 씨는 아직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당분간 학업에만 전념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