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투자협회(금투협) 노조위원장이 미신고 계좌로 9억원대 규모의 불법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은 금투협에서 이 같은 불법적인 일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협회 구성원의 부실한 관리와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11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 7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금투협 노조위원장 이모씨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3개월을 의결했다. 앞서 금감원은 작년 10월에 실시한 정기점검에서 이씨의 미신고 계좌 주식거래건을 적발,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씨가 과거 금감원장 표창을 받은 사실이 감안돼 감봉 3개월이 조치됐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은 반드시 본인 명의로 회사에 신고한 계좌 1개를 통해서만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할 수 있다. 또한 종목이나 주문가, 거래규모 등 매매명세를 분기별로 회사 측에 통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투협의 특성상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을 회원사로 두고 있어 회원사의 내부 사정에 밝다. 또 금융당국의 정책 정보를 일부 공유하고 금융당국의 위임을 받아 각종 금융투자상품 심사화 자율규제 권한도 행사할 수 있다. 이 같이 각종 정보가 모이기 때문에 금융투자회사와 동일하게 임직원의 주식거래가 제한된다. 이는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한 불법 주식거래를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씨는 2013년과 2014년에 미신과 계좌를 통해 9억원 가량을 총투자금으로 불법주식을 운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씨는 금감원에서 내리는 신분 징계 외에도 금융위원회에서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도 부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씨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의견을 진술하지 않았으며 특별히 할 말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불법주식거래가 유독 뭇매를 맞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금투협의 비용 절감을 추진했던 박종수 전임 금투협회장을 도덕성 문제로 강도 높게 비난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박 전 회장이 국제회의 등에 참석키 위해 출장을 간 것에 대해 예산을 낭비한다고 비판하고, 2013년 송년회 행사를 민소매와 짧은 치마를 입은 종업원이 있는 호프집에서 진행했다며 박 전 회장을 성희롱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무혐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금투협은 지난해 증권업계가 불황 속에서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자 임금 동결 등을 진행했으나 여전히 연봉이나 직원 처우 등이 업계 평균 이상의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에 황영기 신임 금투협회장이 대대적인 조직 쇄신을 꾀하고 있었으나, 이번에 발생한 현직 노조위원장의 불법주식 등의 비위가 드러나게 따라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금투협이 강성인 노조위원장의 눈치를 보느라 내부 관리에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말들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한편, 이씨 외에도 미신고 계좌로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던 대리급 직원도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1억원 가량의 불법주식투자를 하고 있던 해당 직원에 대해서 경징계인 ‘견책’ 조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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