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백화점 경영진이 시내 면세점 선정과 관련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고서를 작성한 증권사에 대해 해당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내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진상파악에 나섰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러스투자증권 유통담당 A연구원은 전날 오후 현대백화점 B부사장에게서 최근 작성한 면세점 입찰 후보자와 관련한 평가보고서에 대한 항의 전화를 받았다.
A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7개 대기업 면세 후보자를 분석해 점수화했다. 그 중에서 현대DF가 가장 낮은 점수인 570점을 받았고, SK네트웍스가 949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평가기준으로는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 운영인의 경영능력, 주변 환경, 중소기업제품 판매 실적, 이익의 사회 환원 노력 등이 포함됐다. 현대DF는 특히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보세 구역 관리 역량 항목에서 특히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B부사장은 A연구원에 직접 전화를 걸어, 어떤 자격으로 면세점 후보자들을 평가했는지 등을 따져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A연구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B부사장이 이틀 내에 보고서를 홈피이지에서 내리고 보고서 내용이 인용된 기사를 모두 삭제할 것, 보고서의 내용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게재할 것 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B부사장은 A연구원에게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현대백화점이 입은 손해에 대해 법적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도 알렸다.
A연구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애널리스트의 분석과 의견은 그 어떤 외압의 영향 없이 작성돼야 한다"며 "해당 보고서는 어떠한 이권과 영향력의 개입 없이 공개된 자료를 기반으로 객관적으로 분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러스투자증권 측도 "일단 보고서의 객관성과 평가기준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일단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이 대기업에서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이 진상파악에 나섰다.
금감원은 토러스투자증권이 정당한 리포트를 작성했을 경우 해당 직원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된다는 지침을 전달할 예정이다.
다만, 금감원이 상장 법인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은 지분 공시나 증권 발행 신고서 심사 등에 국한되기 때문에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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