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위해 세제‧노동‧분배 등 다양한 정책 함께 작동해야
대기업 사이에서도 자산과 매출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4위 소수 기업이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의 자산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구하는 경제민주화의 실패를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개방 경제인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몸집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3일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지정된 30대 민간 대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은 1545조9000억원으로 65개 전체 대기업집단의 자산총액(2337조6000억원)의 66%에 이른다.
30대 민간집단을 자산순위별로 상위(1∼4위), 중위(5∼10위), 하위(11∼30위) 그룹으로 분류하면 상위그룹이 전체 자산의 53.3%(824조6000억원)를 차지했다. 중위와 하위그룹의 자산 비중은 각각 25.2%(389조원), 21.5%(332조2000억원)였다.
상위그룹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가 속하며 이들의 최근 5년(2012년~2016년·대기업집단 지정연도 기준)간 자산총액 증가율은 27.3%로 중위그룹(13.5%)이나 하위그룹(1.5%)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또 최근 5년간 상위그룹의 자산 비중은 4.1%포인트 상승한 반면, 중위와 하위그룹은 각각 0.8%포인트, 3.3%포인트 하락했다. 30대 재벌 그룹 안에서도 상위와 중·하위그룹 간 자산 격차가 확대됐다는 의미다.
상위그룹, 전체 매출액 55.8% 차지
올해 지정된 30대 민간집단 전체 매출액은 전년(1232조2000억원)보다 감소한 1129조4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상위그룹의 매출액은 630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55.8%를 차지했다. 중위와 하위그룹의 매출액 비중은 각각 24.5%(276조2000억원), 19.7%(222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추세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5년 간 상위그룹의 매출액 감소율(-1.5%)이 중위그룹(-7.9%)이나 하위그룹(-22.5%)에 비해 낮았다. 이 때문에 상위그룹이 전체 민간집단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됐다.
수익성에서 격차 더 벌어져
올해 지정된 30대 민간집단 전체의 당기순이익은 47조3000억원으로 그 중 대부분인 44조8000억원이 상위그룹 몫이다. 중위그룹의 단기순이익은 2조5000억원에 불과하며 하위그룹은 4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5년 간 흐름을 볼 때도 상위그룹의 당기순이익은 대체로 증가 추세지만 중·하위그룹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제력이 대기업, 그 중에서도 극히 일부 그룹에 과도하게 집중된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이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세제, 노동, 분배 등 분야별 다양한 정책들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면서 "대기업집단 관련 규제는 기업들이 개별 기업의 효율성이 아닌 기업집단의 힘을 이용해 경제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을 막기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런 부분(제도의 취지)에 관심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력 집중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라며 "이는 규제가 약하기 때문이라기보다 (기업의) 규모 자체가 글로벌화되고 있는 것과 관계있다. 기업이 각 분야에서 1등이 되지 못하면 퇴출 위기에 놓일 수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