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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새롭게 시도 중인 지하 농장은 어떻게 우리의 먹거리 공급 방식에 대변혁을 가져올 것인가?
런던에서 새롭게 시도 중인 지하 농장은 어떻게 우리의 먹거리 공급 방식에 대변혁을 가져올 것인가?
  • 정유경/포스코고등학교 공인영/바람저널리스트
  • 승인 2016.08.0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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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환경 정화와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먹거리 확보, 장거리 운송에 따른 에너지 낭비와 품질 저하로 인해 폐기되는 식품의 양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도시농업이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로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도시농업이 시도되거나 이미 사업화되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2016년 6월 9일 자 ‘EveningStandard'에 개재된 런던에서 새로 도입된 지하공간을 활용한 도시농업 사례와 기타 여러 회사의 관계자들과 나눈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급격한 기후변화 속에서 안정적인 식량의 확보를 위해 이제는 우리도 도시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도시농업이라는 새로운 풍조가 런던 전역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도시 거주민들이 그들의 먹거리를 확보하는 방식에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닉 커티스가 ‘농업의 새로운 개척지’란에 기고한 내용이다.

 

 

내가 백만 번은 지나다녔음직한 건물 밑, 즉 클랩햄 시내 중심가 지하로 33 미터 에 있는 6,000평방미터에 달하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폭탄 저장고에 다녀왔다. 여기에는 고수와 부추, 그리고 고추냉이 겨자와 같은 ‘마이크로그린스 (microgreens: 분홍빛 LED 전구 아래에 놓인 수경재배 틀에서 재배되는 독특하고 강한 풍미를 가진 소형 허브작물)'가 시범재배되고 있다. 푸른색 작업복을 입고 흰 장화와 머리 망을 쓴 사람들이 선반과 호스들이 달그락거리는 사이를 분주하게 오간다.

도시에 식량 재배 기능을 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도시농업의 새로운 시도 중 하나인 기업‘그로잉 언더그라운드 (Growing Underground)’이다. 이는 환경보호 활동과 사업적인 개념, 도시재생은 반드시 즐거워야 한다고 믿는 신선한 사고와 안 될 것이 뭐가 있냐는 도전정신, 장난기 넘치는 시도가 골고루 가미되어 탄생한 활동이다. 이는 내 미각세포에 상쾌한 연타를 날리는 허브만큼이나 강렬한 조합이었다.

이는 먹거리 생산에 있어 런던 주민들을 재결속하게 하고, 푸드마일(식료품이 생산자의 손을 떠나 소비자 식탁에 이르기까지의 이동거리)과 쓰레기, 부패를 줄이며, 수익이 다시 투자로 순환되게 함으로써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하는 방식에 변혁을 일으키는 서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로잉 언더그라운드사의 공동 설립자인 스티븐 드링은 “좁은 의미로만 보면, 이건 도시농장 사업이에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크게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이 농업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제들이죠. 푸드마일과 음식 폐기물, 증가하는 인구수가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거든요. 이 시범사업 모델이 효과가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로잉 언더그라운드의 태동은 3년 전에 시작되었다. 올해 41세인 영화제작자 리처드 발라드는 도시에서의 지속가능한 식품생산과 런던의 숨겨진 장소에 관한 두 가지 영상물을 제작 중이었는데, 그는 이 작업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노던 라인을 따라 건설된 7개의 지하터널이 있는 곳을 알게 됐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는 그의 오랜 동창인 브리스톨(영국 서부의 항구) 출신의 드링(41세)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두 번에 걸쳐 시민 기금 활동으로 모은 백만 파운드의 자금과 슈퍼마켓 공산품 대형 공급업체인 지스(G's)의 후원, 그리고 해당 터널의 소유주인 티에프엘(TFL)의 협조 덕에 그로잉 언더그라운드는 올해 말에 흑자를 내는 것을 목표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것이 농업의 미래일까? 아마도 그럴 수 있지 싶다. 현재 비슷한 유형의 도시 농업 형태를 도쿄, 시애틀, 싱가포르, 뉴욕 등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로잉 언더그라운드의 고객에는 브루노 루베와 미셸 루 같은 스타 요리사뿐만 아니라, 코벤트 가든 마켓에 위치한 대형 도매점 피앤아이 후르트(P&I Fruits)와 버로우에 위치한 테드스 벳(Ted's Veg), 그 외 런던 시내 마켓의 소매점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회사의 비상임이사이기도 한 미셸 루는 “채소 자체가 너무도 신선해서 요리사들 사이에서는 최대의 뉴스거리지요. 하지만 제게 있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지속가능성이에요.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부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더 많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로잉 언더그라운드사는 이미 현재 요리사들과 미식가들을 포함한 대중에게 관심을 받고 있고, 6~30일 간격의 경제적인 순환 생육시기로 재배되는 마이크로그린스 사업에 집중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샐러드용 야채와 딸기, 어린잎과 소형 구근 작물의 재배 실험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터널 시스템 내에는 경작 가능한 면적이 23,000평방미터에 달하고, 지속적인 재배가 가능한 안정적인 기후여건이 되어줄 LED 기술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 터널의 다른 쪽에서는 코코넛을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발라드가 말했다.

발라드와 드링은 런던에서 독보적인 채소재배 혁명가들은 아니다. 벡톤 주택가에 위치한 6,000평방미터의 창고에 그로우업 얼반 팜(GrowUp Unbarn Farm)이 운영하는 이와 유사한 최첨단 농장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3년 전에 전직 지속가능성 컨설턴트였던 29세의 톰 웹스터와 함께 이 벤처사업을 시작한 31세의 전직 경영컨설턴트였던 케이트 호프만을 만났다. 그녀는 내게“만약 환경적 ·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면, 저는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성공적인 사업을 이루는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로잉 언더그라운드의 발라드와 드링이 카펫이나 나무로 만든 뿌리 덮개가 있는 기다란 모양의 영양수 배지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수평형 수경재배시스템’을 선호하는 반면, 호프만과 웹스터는 수직형 아쿠아포닉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틸라피아 고기가 생육하는 수족관의 물로 채소를 재배하는 방식으로 물에 포함된 영양가 높은 틸라피아의 배설물이 층층이 쌓인 고층의 선반형 배지에서 자라는 샐러드용 잎채소와 마이크로그린스의 생육을 돕는 형식이다.

호프만과 웹스터의 경우, 지금은 그들의 사업성을 보고 국영기업과 사회 영향 기금이 120만 파운드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전에는 킥스타터 캠페인을 통해 마련된 기금을 가지고 런던의 동쪽 지역에 위치한 건물의 옥상에 선박용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그로우업 박스(GrowUp Box)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시스템을 처음 시도했었다. 경기가 침체된 지역에 위치한 사용하지 않는 경공업 공장부지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런던의 높은 부동산 임대료를 피하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고용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최근 자신들이 기능훈련을 시킨 청소년 3명을 고용했다.

그로우 업은 온라인 소매업인 팜 드랍(Farmdrop)과 지역사회 식료품 상점인 잇 세븐틴, 더 글로세리(Eat 17,The Grocery)를 통해 자신들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들은 양식한 생선뿐만 아니라 태국 바질(사업비용을 상승시키고, 운반 중 채소 특유의 풍미를 잃을 수 있는 항공 화물 운송법을 이용해야만 하는)과 같은 허브를 태국 체인 음식점인 로사의 카페(Rosa's Cafe)와 스토크뉴잉턴(Stoke Newington)에 위치한 더 굿 에그(The Good Egg)에 판매 중이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다음번 재배 건물은 현재보다 10배가량 큰 것이 되어야만 합니다.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 저희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거든요.”라고 호프만은 말했다. “만약 사람들이 단백질이 풍부한 식이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 단백질 함량을 제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는데, 그로우업 사가 양식하는 틸라피아는 많은 전통적인 물고기 양식장보다 훨씬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보기에도 좋습니다.”

도시농장들이 전통 농장들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드링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옹호론자들은 도시농장이 상호보완적인 역할만을 수행한다고 믿고 있다. “잘 익은 야채들로 그득한 도시의 고층 빌딩은 경제적으로 현실성이 없습니다. 그리고 공간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런던 시내에서는 상업적인 규모의 동물농장을 보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라고 호프만이 언급했다.

사실 그것만이 도시농업 혁명의 걸림돌인 것은 아니다. 폴 스미스와 그의 디자인 파트너인 앤드류 메릿은 2011년 댈스턴에 위치한 빅토리안 쇼핑몰에 도시 재배, 카페, 작업 공간의 공유를 위한 연구센터의 개념으로 팜:숍(FARM:shop)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런던에서는 최초로 틸라피아와 샐러드용 채소를 함께 재배하는 아쿠아닉시스템을 완성했다. 이들은 비영리사업으로 근처의 피자 상점에 바질을, 방글라데시 음식점에 틸라피아를 공급하는 등 소량만을 지역 내에서만 판매한다.

스미스는 현재 버섯재배를 위한 지하 공간 사용권을 얻기 위해 이즐링턴(영국 그레이터런던 중부의 한 행정 구역) 담당자와 협의 중이며, 빅토리아 근방에서 옥상농장을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런던 시내에서 장소나 건물 임대료와 임대기간 등에 대한 조율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옥상 농장만 하더라도 런던에 있는 건물의 지붕은 넓고 평평하지가 못해서 뉴욕만큼 활성화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도시농장의 미래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아마도 소비자들의 거부감일 것이다. 스티븐 드링은 일반 고객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말할 때면, 지역 생산자 대부분이 전통적인 농업방식과는 동떨어진 산업용 기술을 작물 재배에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며 “우리가 하는 일은 유전자 조작이나 유전자변형식품 생산에 관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농장 활동이 인기를 얻어 가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서로 교감을 나누도록 그들의 건물에 재배 공간을 들여놓는 생각에 동의하는 건축가와 개발자들의 노력으로 점점 더 목표에 접근해가고 있다.”라고 호프만이 말했다.

스미스는 도시농업이 슈퍼마켓이 모여 있는 센터 가까이 근교에 복층구조를 가진 농장과 가축사육은 줄고 작물 재배가 늘어난 생기 넘치는 그린벨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감정적인’ 연결고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건 정말 환상적인 아이디어지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부양할 만큼 생산량을 학보 하느냐 하는 방법에 관한 것은 아니에요. 구매를 원하거나 충분히 구매할 능력이 있는 소비자를 위해 이국적인 상품을 재배하는 도시농장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을 보게 되지 싶네요.”라고 그는 말한다.

그로잉 언더그라운드, 그로우업 얼반 팜, 팜:숍은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도시계획설계자들이 여러 도시에서 작물 재배를 계획하기 시작했어요. 런던시는 시민농장을 위해 땅을 무상으로 대여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해크니에는 이미 도시농업 커뮤니티가 운영되고 있지요. 제 생각에는 지붕이나 땅 속 지하, 혹은 작은 자투리땅에서 다양한 형태의 재배방식을 볼 수 있게 되지 싶어요.”라고 드링이 말했다. 런던에 있어 미래는 녹색이 향연이 될 것이다.

http://www.standard.co.uk/lifestyle/esmagazine/how-londons-new-underground-farms-will-revolutionise-the-way-we-source-our-food-a32672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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