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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후의 식민지, 지브롤터의 운명
유럽 최후의 식민지, 지브롤터의 운명
  • 롤라 파라 크라비오토
  • 승인 2016.09.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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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투표 당시, 영국령 반도 지브롤터 거주민의 대다수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반대표를 던졌다. 지브롤터에 수많은 예외규정을 적용해줬으며, 지브롤터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페인과의 분쟁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유럽연합에 대한 지브롤터 거주민들의 강한 애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파리 20구 수준에 불과한 면적의 지브롤터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다. 또한, 국제연합(UN) 기준에 의하면, 유럽 내에 존재하는 최후의 식민지이기도 하다.

 일몰 직전이 되자, 수십 대의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세관 입구에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지브롤터에서 스페인으로 향하는 길에는 불안과 염려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일터가 접경지역에 있는 스페인인들은 불과 1백 킬로미터 남짓 거리의 안달루시아 지방의 도시 ‘리네아 데 라 콘셉시온’으로 귀가하기 위해 이곳에서 약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짙은 녹색 옷을 입은 스페인의 준군사적 민간경비대 ‘과르디아 시빌’ 소속대원들은 권총과 곤봉을 찬 채로, 자동차 이중바닥 밑에 밀수품이 숨겨진 건 아닌지 모든 차량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스페인 내 불법 담배거래는 수익이 꽤 쏠쏠한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방문하기 전 날만 해도 7만 갑(약 31만 5천 유로 상당)의 밀수 담배가 경찰에 의해 적발됐으며, 2015년 한 해 동안 압수된 밀수 담배는 무려 33만 갑에 달했다. 공식적으로 세관통과 시 가져갈 수 있는 합법적인 담배의 양은 지역주민은 네 갑, 관광객은 열 갑이다. 지브롤터는 영국의 식민지로, 솅겐조약에 가입돼 있지 않다. 따라서 스페인 당국은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이 자유무역항 인근 지역에서 감시를 강화할 수 있었다.(1) 과르디아 시빌 소속의 한 대원은 “몇 년 전 스페인에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일부 실업자들이 불법 밀거래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밀수 담배의 압수량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8년 당시 약 14만 7천 갑이었던 밀수 담배 압수량이 2013년에는 약 1백만 갑에 이르렀다. 그 대원은 “불법 밀거래를 감시하는 수준도 정부 색에 따라 다르다”고 덧붙였다.

지브롤터를 포기한 적이 없는 스페인

지브롤터에 대해 주권을 주장하고 있는 스페인 당국은 세관검사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면서, 솅겐조약 해당국인 스페인과의 접경지역에 경찰 검열을 강화하고 해당지역 내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2004년 이후 사회당 출신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 집권기에는 분쟁이 완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11년 인민당 출신의 보수파 총리가 당선된 이후 지브롤터에 대한 군사적 목적의 주권 주장은 더욱 강화됐다. 
지브롤터는 1713년 위트레흐트 조약에 따라 영국 측에 항구적으로 양도됐다. 위트레흐트 조약은 에스파냐 왕위 계승전쟁을 종전시킨 평화조약으로, 지브롤터를 영국에 양도하면서 다음의 두 가지 제약을 뒀다. 그것은 영국이 지브롤터를 반환하는 경우 스페인에 우선권이 돌아간다는 점과, 영국은 지브롤터가 불법 밀거래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하며 적발 대상은 ‘엄중 처벌(제10조)’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스페인 카디스 대학에서 국제법을 가르치고 있는 헤수스 베르두스 교수는 설명한다.
“스페인은 이 바위(Rock: 지브롤터의 별칭, 해발 400m 이상의 석회암 바위산이 자리 잡고 있는 특징 때문)를 되찾으려는 야망을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특히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독재정권(1939~1975)때 다시 불붙었던 지브롤터 반환 주장은 1968년 5월 국경이 폐쇄되기 전까지 계속됐다. 이후 스페인에 있어 지브롤터는 적대시할 대상이자, 동시에 지금도 스페인의 애국주의를 자극하는 대상이다. 그러나 스페인은 지브롤터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곳이 경제적 동력이 된다는 점이다.”
지브롤터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페인 영토에는 7개 도시로 이루어진 약 1,500㎢ 면적의 ‘캄포 데 지브랄타’지역이 있다. 이곳 거주민 12만 명 중 대부분은 지브롤터의 스페인 반환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지역의 실업률은 35%이며, 2013년 이 지역 국내총생산(GDP)중 약 25%를 지브롤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존도는 지브롤터 상공회의소가 2015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6년 사이에 2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지브롤터 상공회의소의 에드워드 매키슨 대표는 이에 대해 설명했다.
“2008년 경제위기로 실직했던 이 지역 주민들은 실질적으로 실업 문제가 거의 없는 지브롤터로 와서 금방 새 직장들을 구했다. 2015년 기준 지브롤터의 현역 생산인구는 10년 전에 비해 약 7천 5백 명 증가한 2만 4,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 중 1/3은 국경 근방에 거주하고 있는 스페인 지역주민이었다. 또한 GDP는 19억 유로 수준으로, 2008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브롤터 반환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이웃들

면적 6㎢ 내외, 주민 수 3만여 명에 지나지 않는 이 ‘작은 섬’은 1인당 연수입 6만4천 유로 이상을 기록하면서, 전 세계에서 5번째로 부유한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200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해 ‘투명성 제고와 조세정보교환 협정’이 체결되면서 지브롤터는 조세피난처의 범주에서 벗어났다.(2)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30%에 이르는 수익세가 지브롤터에서는 10%에 불과하다는 점만 봐도, 이 곳에 입주하는 기업들에는 상당한 혜택이 주어지는 셈이다. 영국 내 자동차 중 20%는 지브롤터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보험사에 가입돼 있고, 영국 온라인 카지노 시장의 70%도 지브롤터에서 운영되고 있다. ‘합법 온라인 카지노의 선구자’나 다름없는 지브롤터에 20개의 주요 카지노 사이트가 자리를 잡고 있는 이유다.
지중해의 햇빛이 내려앉는 지브롤터에서의 생활은 런던 생활보다 쾌적하고 체감 스트레스도 낮다. 범죄율은 거의 ‘0’에 가깝고, 영국 본토보다 전기세, 전화요금, 집값이 훨씬 저렴하다. 그러면서도 길가에 빨간 우체통과 공중전화 박스 등이 있는 등 영국식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인구의 1/10 이상이 지브롤터에 일터를 두고 있는 캄포 데 지브롤터 주민들에게는, 지브롤터의 집값은 과도하게 비싸다. 리네아 데 라 콘셉시온 지역에 비해 3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정학적 분쟁에 의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이들은 접경지역의 주민들이다. 리네아 데 라 콘셉시온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후안 씨는 “스페인 당국이 야니토(지브롤터 주민)들을 막기 위해 세관에 압력을 가하고, 관광객의 통행을 제한하는 통에 오히려 자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경 통제가 강화되면서 이 지역은 더욱 빈곤해져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브롤터와 가장 가까운 스페인 도시 리네아 데 라 콘셉시온의 분위기는 실로 적막했다. 상점들의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그나마 문을 연 곳도 매상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술집도 손님 한 명 없이 텅 비어있었다. 지브롤터 소기업연맹의 젬마 바스케스 회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지역 관광업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이제 지브롤터 주민들은 전과 달리 스페인 영토로의 귀속을 원하지 않으며, 전처럼 이 곳에 와서 돈을 쓰지도 않는다. 술 좀 싸게 마시자고 길고 긴 세관검사를 받고 몇 년 사이 부쩍 강화된 차량 검색까지 받으면서 여기까지 오려 하지 않는 것이다.”

상공으로까지 번진 해역 영유권 분쟁

또한 2013년 여름에는 지브롤터 측이 어류 유인을 위해 가시가 빽빽하게 박힌 콘크리트 블록 70개로 구성된 인공암초를 해저에 설치했다. 이로 인해 스페인의 트롤망 어업이 물리적으로 불가하게 되자, 양국의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이런 지브롤터의 ‘친환경주의’적 조치가 스페인의 노여움을 산 것이다. 결국 스페인 측은 지브롤터의 해역을 인정하지 않고 국경지역 통제 강화에 열을 올리는 등 보복을 가했다. 이에 대해 헤수스 베르두스 교수는 말한다.
“이처럼 스페인이 인접해역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1982년 체결된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에 위반되는 행위다. 19세기에 이미 지브롤터와 스페인 간 해상경계 논의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나아가 해역 영유권 분쟁이 상공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브롤터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는 어떤 경우에도 스페인 영공을 통과할 수 없게 돼, 지브롤터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854년 당시 황열병이 지브롤터를 강타하자 스페인 측에서는 비감염자를 위한 임시 수용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경계 너머까지 자국의 영토를 내준 바 있다. 그러나 황열병이 잠잠해진 후에도 수용소가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6년, 스페인 사회당 정부와 영국 정부는 코르도바 협약을 통해 화합을 시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스페인 쪽 정권이 교체되면서 해당 협약은 결렬되고 말았다. 그 후 지브롤터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는 어떤 경우에도 스페인 영공을 통과할 수 없게 됐으며, 지브롤터는 유럽단일영공(Single European Sky) 프로젝트에서도 제외됐다.
지난 여름 브렉시트 투표에서 지브롤터 주민 대부분(96%)은 영국의 유럽연합 존속에 표를 던졌다. 그러나 사실상 이 지역은 독특한 입지로서의 혜택을 누리면서, 유럽공동체가 지정한 여러 규정들의 예외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브롤터 내에서는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을 뿐 아니라, 관세동맹에도 속해 있지 않으며 무역정책이나 공동어업정책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베르두 교수는 다음과 같이 예측한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이후, 스페인과 지브롤터 양측 모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브롤터의 경제가 매우 활발한 것은 유럽연합 내에서 지브롤터가 차지하는 독특한 입지 덕분이다. 이곳으로 본사를 이전했던 기업들은 이제 다른 유럽 국가들로 옮겨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유럽연합이 더 이상 지브롤터와 스페인 간 정치싸움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주민들 대부분이 브렉시트의 실질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브롤터 상공회의소의 매키슨 대표는 말한다.
“여러 세기를 거치며, 이곳 주민들은 역경을 겪었고, 그 속에서 항상 적응해왔다. 이곳에서 우리는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며 하나로 연결돼 있다. 이들은, 최소한의 기회도 놓치지 않을 아주 적극적인 사람들이다.”

지브롤터의 미래, 
지브롤터 주민들이 결정해야

 
 
한편 스페인은 브렉시트를 하나의 기회로 보고 있다. 스페인의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 마르가요 외교부 장관은 지브롤터의 영토 합병을 목표로 지브롤터에 대한 스페인과 영국의 공동주권을 곧바로 주장하고 나섰다. 공동주권이 인정될 경우 지브롤터는 유럽연합 내에 존속될 수 있음에도, 지브롤터 주민들은 이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스페인 인민당은 국제연합(UN)이 지브롤터를 비자치 식민지로 구분함에 따라 지브롤터 주민 대표들과의 직접 협상은 전면 배제했다. 베르두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일축했다. 
“1960년대 이후 스페인은 지브롤터에 대한 영국의 통치가 자국의 통일성을 해친다고 주장하며 영토보전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제연합 총회에서는 지브롤터에 대한 식민지배 종식 논의에 스페인과 영국, 양국 정부만을 초청하고 있다.”
지브롤터에 대한 논의에 해당지역 주민들의 입장이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1967년 당시 주민투표 결과에 의하면, 지브롤터 주민 중 99.6%는 영국의 해외영토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찬성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자치권을 인정받는 해외영토의 지위를 가진다는 것은, 곧 영국 본국에서는 지브롤터의 외교 관계나 국방에 관련된 부분에 한해서만 개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2013년 논쟁이 일단 중재된 후 지속돼 온 지금의 판도가 브렉시트로 완전히 뒤집힐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앞서 유럽위원회는 해당 국경 내 통행을 원활히 해줄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 바 있다. 스페인 당국이 육로를 통한 밀수행위를 50% 가까이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경 통제를 강화했고, 이에 따라 과도한 대기 행렬이 생겨 최대 9시간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스페인 측은 국경출입 통제 시스템의 현대화를 약속했다. 그리고 도로상의 스페인 입국 심사대를 기존 두 곳에서 네 곳으로 확대했고, 그 중 한 곳은 지브롤터 내 접경지역에서 근무하는 스페인 지역주민을 위한 전용 심사대로 지정했다. 또한 스캐너, 지문인식기, 안면인식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의심 차량의 조사는 전용 공간에서 하도록 지정했다. 그런데 2015년 여름, 이러한 대대적인 정비가 마련될 시기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가르시아 마르가요 외교부 장관은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유럽연합 내에 7억 유로에 달하는 불법 밀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어 세관검사를 완화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실제로 유럽연합 부패방지청(OLAF)에서 지브롤터 근방에서 불법 밀거래 징후가 나타나며 관련 마피아 조직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만큼, 스페인의 불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지브롤터는 담배 수입량을 기존 1억 1천만 갑에서 2015년 1월 1일 이후 9천만 갑 수준으로 축소해야만 했다.
지브롤터가 접경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에서 불구하고, 스페인 정부는 지브롤터 주민들의 의견은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브롤터의 파비안 피카르도 수석장관은 강조했다.
“우리의 주권은 결코 협상될 수 없다. 우리는 영국 국민이며, 3백여 년 전부터 이곳에 정착해 살아왔다는 점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반면 우리는 지브롤터는 물론 인근도시의 번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관광업, 어업 등 관련 분야에 대해 우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페인과 논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국제연합은 “지역주민들이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2006년에 치러진 두 번째 국민투표에서도 전체 주민의 98.48%가 스페인 귀속을 반대하고 나섰다. 

아직은 머나먼 스페인과 지브롤터의 화합

지브롤터 국경으로부터 십여 킬로미터 떨어진 스페인 땅에는 지브롤터 출신의 이주자들이 거주하는 도시 산로케가 있다. 이곳 주민 프란시스코 리나레스는 “그들이 영국인으로 남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산로케의 주민들 대다수는 1704년 영국이 지브롤터를 첫 점령한 이후 그곳을 떠나야만 했던 이들로, 대부분 지브롤터 땅에 다시 한 번 스페인 국기가 휘날릴 날을 꿈꾸고 있다. 리나레스는 주장한다.
“지브롤터 주민은 국경 너머로 발을 한 발 내딛는 즉시 삶의 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는 스페인이 과연 자신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자문하게 된다. 스페인 정부는 이제 지브롤터를 적대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이곳이 지브롤터 주민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비칠 수 있도록 주변지역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브롤터 주민들은 여러 세기 전부터 자신들을 들볶아온 스페인과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며, 현재의 넉넉한 삶에 만족하고 있다. 따라서 스페인 정부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 지브롤터 내에는 술집에서조차 스페인어 단어 하나 섞이지 않은, 영어로만 이루어진 대화가 흔한 추세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지브롤터 산업통상부 장관을 지낸 변호사 출신의 피터 몬테그리포 전 장관은 이런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여기서는 이중 언어 사용이 필수적이긴 하지만, 내 자녀들처럼 젊은 세대는 스페인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물론 영어 위주의 교육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페인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 때문에 젊은이들이 스페인어 사용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스페인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 하기는커녕, 2015년에는 스페인의 문화와 언어를 교육하고 전파하는 기관, 세르반테스 문화원의 폐쇄를 결정하기도 했다. 과거 두 문화의 공존을 주장했던 이곳의 주민들에게서 스페인의 흔적을 한 번 더 지워내고 만 것이다. 


글·롤라 파라 크라비오토 Lola Parra Craviotto
기자

번역·김보희 sltkimbh@gmail.com
고려대 불어불문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역서로 <파괴적 혁신> 등이 있다.


(1) 유럽위원회 각서, 벨기에 브뤼셀, 2013년 9월 24일
(2) 피터 카루아나 지브롤터 수석장관이 경제협력개발기구 사무총장에 보낸 서한, 2002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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