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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켠 촛불] 4.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바람이 켠 촛불] 4.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지속가능 바람
  • 승인 2016.11.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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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광화문 광장. 저녁 6시가 되자 사람들은 하나같이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걷기 시작했다. 얼마 못 가 눈앞에 들어온 두 개의 큰 건물. 광화문 광장을 앞에 두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서있었다. 수많은 민심이 들끓고 있는 지금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앞에서 걷던 시민 한 분이 목소리 높여 외쳤다. “조선일보는 불 꺼라!” 대통령을 향하던 외침이 순간 멎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웃음. 사람들이 다 같이 외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불 꺼라!”


최근 사람들은 박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로 조·중·동과 한겨레·경향의 논조 통일을 말한다. 어떤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한순간에 이뤄냈다. 그것이 좋은일인지 나쁜일인지는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건 덕분에 피아(彼我)식별이 어려워 졌다. 진보 언론의 기사를 읽고 있다고 생각 했는데 보수 언론의 기사인 것을 깨닫고 놀라는 일이 잦아졌다. 그 결과, 절대 조·중·동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했던 사람들조차 지금은 묘한 동지애를 느낀다고 말한다.


보수언론을 두고 사람들은 이렇게 묘한 혼란에 빠져있다. 한편으론 이런 혼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정치학 수업을 듣는 중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정부는 유한하고 언론은 영원하다.” 87년 체제가 출범한 이후 어떤 정부든 간에 5년을 채우면 끝이지만 언론은 그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며 나온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언론이든 정부의 흥망성쇠에 따라 배를 갈아타는 데 능한 것은 아닐까.


시계를 조금 거꾸로 돌려보자. 사실 보수언론은 그 누구보다 지금의 정권을 떠받들었다. 대통령 당선 직후 불거진 국정원 댓글 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채동욱 전 검찰 총장의 혼외자 의혹 보도를 냈다. 이로 인해 채 전 총장은 낙마하게 되고 국정원 댓글 수사도 힘을 잃고 말았다. 국정원 댓글 개입 사건은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과 직결된 문제였다. 조선일보의 보도가 현 정권의 눈엣가시였던 채 전 총장을 찍어내고 논란을 잠재우는 데 도움을 줬다. 조선일보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밀착설이 나돌았던 이유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보수언론은 정권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정부의 잘못에 대한 외면은 기본이고 세월호 유가족들과 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며 비방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또한 세월호 인양 문제에서는 최대 2000억 원이 국민세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은근히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특히 최근 다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 7시간’을 두고 조선일보는 지난해 11월 20일 사설을 통해 특조위가 대통령의 7시간을 조사하는 것에 적극적인 반대를 펼쳤다. 보수언론은 국민들에게 ‘세월호 피로감’을 조성해서 정권을 보호하는 데 열을 올렸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조선일보 11월 20일 사설 갈무리, 출처 :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랬던 그들이 지금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그들에게 현 정권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 일까? 과연 그 속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알기란 쉽지 않다. 아니 사실 그 마음을 알아채는 것보다 그들의 태세전환이 더 빠를 것이다. 다만, 보수언론들이 “조선일보는 불 꺼라!”에 담긴 시민들의 마음을 알았으면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1988년 동아일보 故 김수환 추기경 인터뷰 내용에서 지금의 보수언론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전하고자 한다.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면 국민들은 빛 속에 살 것이고 언론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면 국민들은 어둠속에 살 것입니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바람 대학생 기자단이 11월 27일부터 매일 연재하는 [바람이 켠 촛불] 기획기사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항 중인 촛불에 동참합니다.

 


이현철 / 바람저널리스트 (http://baram.news / baramy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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