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이 대규모 금융사고에 이어 전임 회장과 연관된 부정 대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연이은 악재를 겪고 있다. 경영진의 내부통제 강화 약속 및 제도 개선책이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616억 원(42건)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고 이 중 350억 원(28건)이 부정하게 대출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의 수사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3년 9개월 동안 손 전 회장의 친인척들이 전·현직 대표로 있거나 대주주로 등재된 법인 및 개인사업자에 23차례 걸쳐 454억 원을 대출했다.
우리은행이 또 다른 9개 차주에 대해 실시한 162억 원(19건)의 대출 역시 원리금 대납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제 자금 사용자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특히 금감원은 총 616억 원의 대출 중 350억 원(28건)이 대출 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 및 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취급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당 대출들은 허위로 조작된 문서를 바탕으로 실행되거나 담보 가치가 없는 담보물을 근거로 이뤄지는 등 부정의 정황이 여실히 드러났다.
금감원은 손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이후 친인척 관련 대출이 급증했다고 지적하며 "지주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 및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감원 나서자 뒤늦게 '고소’ 나선 우리은행

한편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정대출 사건을 내부조사를 통해 파악하고도 금융당국의 현장조사가 있고 난 뒤에야 뒤늦게 수사기관에 고소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11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우리은행 측은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대출자(차주)와 직원에 대해 내부조사를 마친 지 한 달이 넘은 지난 9일에야 법적 대응에 나섰다.
금감원 검사결과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지난 1월부터 부당 대출 취급 의심사례를 발견해 3월까지 1차 자체검사를 실시해 부실 발생의 책임이 있는 임직원 8명에 대해 면직 등 제재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은행은 5월부터 6월 사이 1차 자체검사 과정 중 발견된 자금거래 동향 및 여신 감리 등을 기초로 친인척 관련 대출 전체를 대상으로 2차 검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측은 자제조사로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곧바로 수사기관에 내용을 통보치 않고 이달 9일이 되어서야 부정대출 의심 차주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수사당국에 고소했다. 대출 책임자인 센터장(본부장)에 대해서도 같은날 수사기관에 진정을 제기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부정 대출 사건으로 82억~158억 원 정보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본부장 한명을 면직 처리하고 나머지 관련 직원에 대해서는 성과급 회수, 감봉 등의 내부 징계만 했다.
금감원 현장검사 이후에야 뒤늦게 수사기관 고소가 이뤄진 이유에 대해 우리은행 측 관계자는 "1차 조사 과정에서는 범죄 혐의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이후 2차 조사와 금감원 현장검사 대응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발견돼 고소가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12일 오전 전임원이 참석한 긴급 임원 회의에서 해당 부정대출 사건에 대해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계신 고객님께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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