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현대건설이 시공한 KTX 8공구 매산터널(강원 원주∼강릉)이 설계보다 최대 2m가량 짧은 강관 420개가 사용해 부실시공한 것이 드러났다. 현대건설은 터널 굴착과정 중에 오류 발견 이후 안전진단 뿐만 아니라 공사절차를 지키지 않고 재시공했으며 건설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최근 국내 대표 건설업체 현대건설이 연이은 ‘악재(惡災)’로 바람 잘날 없다. 기업 악재는 사람에 의한 인재(人災)로 발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현대건설 역시 마찬가지다. 본지는 쿠웨이트 연륙교 비리의혹을 비롯해 수개월 현대건설의 행적을 좇아왔다 (관련기사 : 현대건설,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쿠웨이트 연륙교…‘준법경영’은 어디로?). 그리고 또다시 ‘강릉-원주 KTX 매산터널 부실시공과 은폐’를 마주하게 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터널>은 터널 시공사의 부실시공으로 터널이 무너졌고, 그 안에 홀로 갇힌 남자가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세월호 참사부터 시작해 국가적 재난이 특히나 민감한 이때, 터널 부실시공이 실제로 일어났고 시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앞두고 건설 중인 KTX 8공구 매산터널(강원 원주∼강릉)이 설계보다 최대 2m가량 짧은 강관 420개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매산터널 시공사는 현대건설로, 현대건설 현장 소장과 감리단인 동명기술공단이 짜고 이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7일 터널 굴착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고도 안전진단 없이 재시공하고, 신고 등 공사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며 건설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혐의로 현대건설 현장 소장 A씨(50)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014년 4월 강원도 평창군의 원주~강릉 고속철도건설공사 8공구 매산터널 굴착과정에서 123m 구간의 선형이 측량오류로 인해 도면과 다르게 이격돼 시공된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발주청에 이를 보고하지 않은 채 안전진단 없이 기존에 시공한 6m 길이의 강관 420개를 10㎝∼2m 가량 각각 잘라낸 후 임의로 재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재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발파암, 폐숏크리트 등 1만6524톤을 인근의 도로공사 성토구간에 불법 매립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감리단 측은 부실시공을 묵인하고 은폐하기 위해 감시 초소를 세워 발주처의 불시 점검 등에 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재시공으로 인해 공기가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야간공사까지 임의로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 | ||
▲ 현대건설은 '준법경영'을 중요시하며 2014년 준법경영 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지속적으로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
경찰 관계자는 언론인터뷰에서 “앞으로도 건설현장에서 갑의 지위를 이용해 일어나고 있는 책임자들의 비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며 “이밖에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현장의 불법하도급, 면허대여, 사이비기자 갈취행위 등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함께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매산터널 부실공사와 관련해 현대건설 관계자와 수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접촉할 수 없었다.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