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호 구매하기
현대건설,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쿠웨이트 연륙교…‘준법경영’은 어디로?
현대건설,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쿠웨이트 연륙교…‘준법경영’은 어디로?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6.09.07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이 공사시작부터 비리의혹으로 논란이 일더니 지난 1일(현지시간) 다리 상판이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코즈웨이 해상교량 조감도(사진/현대건설 제공)
 
 
현대건설 마가 꼈나…세계 최장 쿠웨이트 연륙교 공사 중 다리 상판 부서져

불량 자재 공급 등 하청업체와 갈등 빚어…쿠웨이트 정부는 부실 공사 지적
 
말만 앞선 준법경영, 비리 의혹 등 각종 소송 산적해 있어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은 메인 교량 길이만 36.14km에 달하는 세계 최장 연륙교(連陸橋)로, 현대건설이 2012년 11월에 수주에 성공했고 2013년 11월 공사를 시작해 2018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쿠웨이트 연륙교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라는 타이틀로 공사 시작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특히 한‧쿠웨이트의 외교적‧친교적 기능과 더불어 경제협력의 상징적인 ‘합작품’으로 역할했다. 그런데, 그러한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이 공사시작부터 비리의혹으로 논란이 일더니, 최근에는 다리 상판이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자베르 연륙교 상판 훼손 사고…긴급복구 차질 없이 진행
 
지난 1일(현지시간) 자베르 연륙교 공사현장에서는 길이 60m, 무게 1800t에 달하는 다리 상판이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줄줄이 이어 상판을 운반하던 대형차량들이 상판을 싣고 가던 중 차량 간 간격이 벌어지면서 상판이 바다로 떨어졌고, 그 충격으로 기존 연결된 상판 4개까지 파손시킨 것. 현대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발생 즉시 긴급 복구반을 꾸려 복구 작업에 들어갔고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자베르 연륙교 공사현장에서의 상판 훼손 사고는 이 다리에 불거져 오고 있는 ‘문제들’에 비해서는 별다른 것이 아니다. 현대건설은 자베르 연륙교를 시공하면서 협력업체에 불량 자재를 공급해 갈등을 빚기도 했었다.
 
 
콘크리트 품질 문제로 하청업체와 갈등…부실공사 책임 넘기고 계약 해지
 
쿠웨이트 공사에 참여한 협력업체 A사는 현대건설이 공급하는 콘크리트 품질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고 그것으로 인한 공사 중 부실이 발생하자, 현대건설에 이의를 제기한다. 공사 중 부실에 따른 수리비용을 A사가 모두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건설 직원은 A사 직원의 얼굴에 콘크리트를 바르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위협을 주며 협박으로 대응한다. 결국 A사는 부실시공에 대한 모든 책임을 안고 올해 1월 계약 해지된다.
 
이후 A사는 현대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3개월 여의 분쟁 끝에 지난 4월 제소를 취하한다. 현대건설이 A사 직원들의 밀린 월급과 부채 등 청산비용을 지급하는 등의 조건을 내걸어 합의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A사는 분쟁 종료 직후 지난 5월에 폐업 수순을 밟았다.

지난 6일 현대건설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회사 간 원만하게 해결된 문제로 더 이상의 언급을 원치 않는다”고 일축했다.            

 

쿠웨이트 감리단, 부실공사‧미승인도면 사용‧공기지연 지적

현대건설 “쿠웨이트 측 경고장 받은 바 없다”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세계 최장 교량 공사는 2013년 11월 공사가 시작된 이후 부실공사‧미승인도면 사용‧공기(工期)지연 등을 지적하는 경고장을 쿠웨이트 정부로부터 수차례 받아왔다. 그리고 경고장에는 ‘모든 결과는 오로지 현대건설의 책임’, ‘용인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시정방안을 제출하라’고 직접적으로 쓰여 있다(관련기사 : 촉망받던 중견 건설사의 굴욕적 ‘깽값’…현대건설은 오늘도 ‘맑음 ). 올해 1월에는 일부 공정에 대한 공사 중단 통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 모든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대건설 관계자는 “자베르 연륙교 발주처인 쿠웨이트 정부 측이 요구하는 조건들이 굉장히 까다로운 수준”이라며 “콘크리트를 비롯한 모든 공사 자재들이 쿠웨이트 감리단의 까다로운 기준을 이미 통과했고, 애초에 감리단에서 승인해주지 않으면 공사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미승인 도면 사용도 말이 되지 않는다. 공사 자재를 비롯해 쿠웨이트 감리단에 승인 받은 도면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대건설 관계자는 2013년 공사시작부터 지금까지 부실공사 등과 관련한 쿠웨이트 정부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이미 많은 국내언론사가 수개월 보도한) 사실을 일체 부정했다.
 
 
현대건설, 준법 지키며 ‘내일’을 창조할 수 있을까
 
   
▲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사진)은 취임 이후 '준법경영'을 중요시하며 2014년 준법경영 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했었다.
현대건설은 ‘WE BUILD TOMORROW’, ‘함께 내일을 창조하는 기업’을 기치로 오랜 시간 국내 1위 건설사의 위치를 지켜왔었다. 현대건설은 특히 ‘준법경영’을 중요시했다.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은 취임 이후 2014년 준법경영 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하기까지 했다.

그는 결의대회에서 “준법경영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으로 이를 지키지 않으면 회사가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를 잃게 되고 한 번 신뢰를 잃은 기업은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수현 사장이 다짐한 대로 현대건설이 ‘준법경영’을 실천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4대강 담합 비리 판정을 비롯, 인천지하철 건설공사 입찰 담합, 경인 아라뱃길 시멘트 폐수 무단방류 등 당시 현대건설과 엮여 있는 소송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 비리 의혹도 현대건설 ‘편’을 들기 껄끄러운 것은 국내에서의 비리들이 넘치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건설은 ‘비리백화점’이라는 별칭을 얻은 지 오래이며 업계에서는 정수현 사장의 ‘준법경영’ 외침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현대건설은 내일을 창조할 수 있을까? 지금의 ‘의문스러운’ 준법경영을 지속한다면 자본축적에는 용이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내일을, 사람의 내일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궁극적인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

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info@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