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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을 디올이라고 말하지 못한’ KBS 앵커의 소심함
‘디올을 디올이라고 말하지 못한’ KBS 앵커의 소심함
  • 송요훈 l 전 MBC기자
  • 승인 2024.02.28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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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조지 오웰의 『1984』 현장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담을 진행한 ‘뉴스9’ 박장범 앵커의 사퇴를 요구하는 KBS 시청자 청원이 게시되는 등 역풍이 거세다. 지난 7일 방영된 대담을 진행할 당시 박 앵커가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300만 원 상당 고가 가방(명품백) 수수 의혹을 물으며 ‘작은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이라는 표현 등으로 사안을 축소했다는 이유에서다. 30년 넘게 방송 현장을 누빈 언론인이 이번 KBS의 대통령 대담에 대한 분석의 글을 기고했다.

 

이런 대담은 없었다…‘59분 대통령’의 대담쇼

나도 30년 넘게 방송기자로 밥 먹고 살았다. 대담 프로 제작도 해보고 다큐도 제작해봤다. 대통령은 종이 한 장 없이 대담을 했고 사전 질문지도 없었다지만, 내 눈에는 보이는 게 있다. 

대담 아닌 대담쇼를 예찬하는 기사가 보여 꾹 참고 다시 봤다. 대통령으로서의 무게와 신뢰를 국민께 잘 보여줬다고 대통령실은 평가한다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대담은 인터뷰다.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에게 궁금한 걸 물어보는 거다. 기획, 연출, 촬영, 편집 등 제작 관련 모든 일은 인터뷰어(기자 또는 언론사) 쪽에서 담당한다. 질문지도 인터뷰어 쪽에서 작성한다. 내 눈에 이번 대담은 기획과 연출, 대본 작성 모두 용산 대통령실이 맡은 걸로 보였다. 제작은 KBS가 아닌 외주사에 맡겼다는데 KBS에 맡기면 ‘보안’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그랬을 것이다.

KBS 박민 사장은 믿지만 KBS 종사자들은 못 믿겠다는 거겠지. 그러니까 KBS가 맡은 역할은 주연(대통령)을 빛내줄 조연(대담 진행자)으로 KBS 메인뉴스 앵커를 보내주고 용산 대통령실이 제작한 ‘예능형 대담’을 송출하는 것뿐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담 타이틀에는 ‘반듯한 나라’, ‘역동적 경제’, ‘행복한 사회’, ‘담대한 미래’, ‘글로벌 중추국가’, ‘살기 좋은 지방사회’라는 글자가 차례로 나왔다가 사라진다. 언론사의 인터뷰가 아니라 대선후보의 홍보물 같다. 타이틀은 ‘대통령에게 묻다’도 아니고 ‘대통령에게 듣는다’도 아닌 ‘대통령실을 가다’로 달았다. 통상적인 대담이 아니라는 것이고 대담쇼의 기획과 제작을 대통령실이 ‘총괄’했다는 방증이다. 

‘대담쇼’ 제작의 총괄은 김건희 여사가 지휘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대담 사이 사이에 김건희 여사 사진도 나오고 질문과 답변에도 나온다. 물론 좋은 이미지의 사진과 선의의 질문이다. 선의가 지나쳐 김건희 여사와 중요한 사안에 대해 논의를 많이 하느냐는 질문도 있고 비교적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한다는 대통령의 답변도 있다. 다른 대통령들도 그랬을까?

 

명품백을 명품백이라고 말하지 못한 앵커

연두 기자회견을 ‘대담쇼’로 변형시킨 원인은 대통령 부인이 받은 명품백 선물 때문이라는 걸 대한민국 국민은 다 안다. 그럼에도 KBS 박장범 앵커는 그 질문을 하기가 외람되어 그런지 디올을 디올이라 하지 못하고 명품백을 명품백이라 하지 못한다. 김건희 옹위에 기자로서의 명예와 자존심을 팽개친 박장범 앵커의 입에서 디올은 무명의 외국 회사가 되고, 명품백은 조그만 빽으로 평가절하되고, 당당하게 이름을 밝힌 최재영 목사는 어떤 방문자로 격하되고, 선물을 받은 게 아니라 김 여사 앞에 두고 간 게 된다. 

대통령의 답변은 더 가관이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은 누구한테나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고 일반화하고 보편화하여 세계의 모든 대통령 부부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면 문제고 아쉬운 부문이라며 ‘불법 행위’를 모질지 못하여 발생한 일이고 인간적인 행동으로 치환한다.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사과도 없다. 무려 26년간 검사로 사정 업무에 종사하여 그 DNA가 남아있다면서 박절하게 내치지 못하니까 자꾸 오겠다고 하더니 사실상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는 걸 어떻게 막느냐, 만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디올백 선물을 받은 아내를 두둔한다. 아내 사랑이 초법적이다. 

 

혹 떼려다가 혹을 더 붙인 대통령 대담

국민은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주기를 바라겠지만 그랬다가 부정적인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얼버무린다. 궁금하면 궁금하라는 답변, 아바타에게서 들은 기억이 있다. 정치 공작이란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앞으로 이런 일이 안 생기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을 흐린다. 적반하장, 매를 들었다가 슬그머니 뒤로 감춘다. 재발 방지를 위해 뭘 하겠다는 건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박절하게 거절하지 못한 건 제2부속실의 문제가 아니라 하고, 특별감찰관은 국회 추천이라 싫다는 기색이다. 궁금한 걸 묻고 답하는 게 인터뷰(대담)인데, 궁금증을 더 키운다. 혹 떼려다 혹을 붙인 것 같다.

대담쇼 시청률 8.6%, 대통령실은 고무되었을 것이다. 요즘 8.6%의 시청률이면 꽤 높은 수치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이 순치되었다 해도 불편한 질문을 피할 수 없는 연두 기자회견 대신에 대담쇼 하기를 잘했다고, 기획 좋고 연출 좋고 다 좋았다고 환호했을 것이다.

나도 본방 시청을 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궁금한 게 많아서였다.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연루되었거나 연루되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타당한 사안이 많았다. 그래서 본방 시청을 했다. 무어라 하는지 직접 듣고 싶어서. 그러나 많이 봤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나 같은 국민이 적지 않았을 것이니. 대담쇼를 보고 돌아앉은 이들도 꽤 될 것 같다. 대통령의 수준이 저 정도밖에 안 되나 싶어서.

다큐든 예능이든 대통령의 대담은 주요 현안을 국민에게 보고하고 설명하는 거다. 대통령실은 종이 한 장 없이 대담을 했다고 하는데, 그건 자랑할 일이 아니다. 그만큼 무성의했다는 것이고 국민을 무시했다는 것이니. 그런 게 대담 곳곳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보자. 김건희 여사는 ‘명품백’ 사진을 보낼 때만 면담 요청을 받아주었다는 게 최재영 목사의 증언이다. 그걸 대통령의 답변에 대입하면, 고가의 명품을 준다고 할 때만 ‘박절하게’ 문전박대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명품백 선물이라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했다는 것이 된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머리를 맞대고 가장 곤란한 질문을 상정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또는 매를 가장 덜 맞는 모범답안을 고민했다면, ‘박절하게’와 ‘매정하게’라는 두 단어는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만사 폐하고 ‘디올백 사태’를 덮을 완벽한 알리바이를 창조하기 위해 궁리하고 또 궁리했을 것이다. 국가기록물로 지정하여 봉인하자는 꾀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떠벌이기 좋아하는 ‘59분 대통령’의 입방정에 물거품이 되었고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었다. 

 

‘주가 조작’ 특검법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캐물었어야

직접 듣고 싶은 건 ‘디올백 선물’만이 아니었다. 김건희 ‘주가 조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도 직접 듣고 싶었다. 고발 사주 사건은 선거 개입이 목적이었고, 검찰의 조직적 범행이고, 윗선의 묵인이나 승인이 있었을 것이라 하고, 그 당시의 검찰총장이 지금 대통령인데 무어라 할지 궁금했다. 그 모두가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연루된 사건이다.

얼굴만 봐도 부하의 생명을 자기의 생명보다 중시할 것 같은 ‘참 군인’의 기상이 느껴지는 해병대 박정훈 대령에게 항명죄의 낙인을 찍은 건 대통령의 빗나간 ‘격노’에서 비롯된 건 아닌지, 그 격노는 이른바 ‘핵관’의 범주에 들어가는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궁금했다. 

이태원 특별법에는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여 다시는 그런 비극이 없도록 해달라는 유족들의 피맺힌 절규가 담겨 있다. 대통령은 그 법안이 국론을 분열하고 정쟁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대통령만 반대하지 않았다면 국론 분열도 정쟁도 없지 않았겠냐는 질문을 권력이 장악한 KBS의 앵커가 할 수 있을까, 기자로 밥 먹고 산 나는 그게 또한 궁금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질문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에는 무조건 따르는 예스맨과 대통령 부부의 눈치나 보는 이들만 있는 것 같다. 용산 대통령실의 사전에 진언이나 간언은 없는 것 같다. 삼류 쇼만도 못한 대담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대학생 때도 교수인 아버지에게 고무호스로 맞았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알겠다. 전임 김대기 비서실장이 갑자기 경질된 이유를 알겠다. 인간 윤석열은 자기의 잘못이나 오류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쓴소리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니 대통령 참모들의 일은 쓴소리가 아니라 ‘바이든-날리면’ 사태에서 보여준 것처럼 대통령의 잘못이나 오류가 보이지 않도록 덮어버리는 포장지를 창작하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통제사회를 연상케하는 대담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모든 것이 통제되는 사회를 보여준다. 주인공 윈스턴은 진실부 기록국에서 일한다. 기록국은 통치자 ‘빅 브라더’에 맞춰 모든 기록을 조작한다. 이를테면 빅 브라더가 실언을 하면 그 실언에 맞춰 모든 기록을 조작하는 거다. 빅 브라더의 와이프가 부적절한 선물을 받으면 그걸 정당화, 합리화하는 논리를 만들고 그 논리에 맞춰 기록을 조작하는 거다. 2024년의 ‘윤석열 대담쇼’를 보면서 조지 오웰의 『1984』가 떠올랐다.

대통령과의 대담은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거다. 대통령에겐 불편하더라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독한 질문도 해야 하고, 노조와 시민단체 등 약자들의 편을 드는 질문도 해야 하고, 야당을 대신하여 질문도 해야 한다. 그런데 용산에 장악당한 KBS 앵커의 질문은 닭살을 돋게 하였다. 디올백을 디올백이라 하지 못하여 ‘외국 회사의 쬐그만 백’이라 하고, 선물을 받았다 하지 못하여 앞에 놓고 갔다고 했다. 

물가고에 민심은 폭발할 지경인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과는 애플사이고 그다음으로 비싼 사과는 한국의 사과라는 유머 아닌 유머를 늘어놓고, 지지율이 낮은데 열심히 하는 걸 몰라주는 국민이 야속하지 않으냐며 질문 아닌 아부를 하고, 대통령의 답변에 한술 더 떠 국회를 비하하고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며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였다.

대통령에게는 국민의 궁금증이나 의혹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에게는 불편한 질문일수록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질문이다. 질문자인 앵커의 입에서 그런 질문은 나오지 않았고 우문에 현답이 나올 리 없으니 대통령의 답변은 자기합리화의 억지스런 변명과 자화자찬으로 일관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인사에서 국민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정부, 국민 앞에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었다.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고, 현실적인 어려움은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겠다고 했었다. 그건 거짓이었다. 출근길의 약식 회견 도어 스테핑은 국민과 소통하는 윤석열 정부의 업적이라 자랑했었다. 그랬는데 기자의 불편한 질문이 싫다고 어느 날 갑자기 없애버렸다. 출근길에 기자들을 안 봐도 되니 편하냐 섭섭하냐 묻는 질문은 어리석게 들렸고, 도어 스테핑을 했더니 각 부처와 메시지 전달에 착오가 생기고, 국민과의 소통에도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대통령의 답변은 엉뚱하게 들렸다.

교수였던 부친이 연구실에서 50년 넘게 사용한 책장을 버릴 수 없어 집무실로 가져왔다는 사연이 애틋하다. 그러나 거기까지, 통계학 교수였던 부친은 ‘한국경제의 불평등’에 관심이 많았다는데, 아들인 대통령은 부자 감세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게 의아했었다. 그런데 그런 질문은 없었다. 잠시 애틋함은 느낀 내가 민망하다. 

한 시간의 대담에서 대통령의 말은 길을 잃고 좌충우돌하였다. ‘59분 대통령’이란 별명이 있는 대통령은 동문에 서답을 하고, 뒤의 말이 앞의 말을 부정하고, 자랑할 일이 아닌데 자랑을 하고, 실정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으며, 책임을 느껴야 할 사안에는 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자화자찬으로 끝난 ‘좌충우돌’식 답변  

사과 값이 너무 비싸다는 질문이 내 귀에는 물가고에 대한 질문으로 들렸는데, 대통령의 답변은 외국 과일을 싸게 수입할 수 있게 하겠다며 물가 아닌 과일값에서 그쳤다.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불안 심리를 견디지 못하고 영끌 대출로 집을 샀다가 고금리에 허리가 끊어진다는 질문에 고금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 탓이고 은행들의 독과점이 문제인데 관치금융으로 금리를 내리게 했다는 자화자찬을 한다. 

저출산이 최우선 국정과제이고 국가의 지속 가능성이 대통령의 헌법상 책무 중에 정말 중요한 책무라면서 ‘좋은 정책을 쓴다고 해서 출산율이 꼭 느는 건 아니라는 경험을 얻었다. 좀 더 구조적인 문제, 우리 사회가 과도하고 불필요한 경쟁에 너무 많이 휘말려 있는 것이 아닌가. 조금 더 가정을 중시하고 휴머니즘에 입각한 가치를 가지고 살 수 있어야 된다’라고 하는데, 이것이 ‘59분 대통령’의 화법이구나 싶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묻는 질문은 기승전 ‘부자 감세’로 귀결된다.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주어야 기업이 발전하고 일자리도 생기고 국민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케케묵은 주장을 되풀이한다. 김동연 경기지사의 말을 빌리자면,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상식이 있는가 할 의심이 들 정도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진짜 원인은 대통령이란 생각이 강화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2년의 유예기간이 있었음에도 준비를 하지 않은 기업이나 정부의 잘못은 말하지 않고 또 유예하자는 제의를 거부한 야당을 악마화하고, 일본 기시다 총리에게 끌려다니는 굴종적 외교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시다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내고, ‘천방지축’ 트럼프 재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나오는데 우리의 윤석열 대통령은 트럼프가 재선되어도 의회 구성은 그대로이고 한미동맹은 달라질 게 없다며 태평하다. 

국회 다수당인 야당의 대표를 만나지 않는 건 여당 대표를 차별하는 거라는 무논리의 자기중심적인 억지 주장에 거침이 없고, 지난 대선에서 증오를 부추겨 당선된 대통령이 증오의 정치, 공격의 정치가 문제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짓을 통해서라도 상대를 제압하려 하는 데서 폭력이 나온다고 남 일처럼 말한다.

미국에 경도되고 중국에 적대적인 외교로 인하여 중국 수출이 급감하고 있고 경제에는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인데, 오죽하면 중국 혐오를 조장하며 중국을 벗어나니 세계가 보인다고 탈중국을 선동하던 조선일보조차 중국 시장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하는 형국인데, 대통령은 한중 교역 관계에는 특별히 문제 되는 것이 없고 중국이나 우리나 대외관계의 철학과 기조가 같으니 걱정할 게 없다고 한다.

전쟁의 불안은 날고 커지는데, 휴전선에서의 우발적인 돌발상황이 국지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고 그것이 국제사회에 한반도에서는 전쟁이 없을 거라는 확신을 주었다. 작은 충돌이 있었어도 경제에는 아무 영향이 없었던 것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은 아무런 소득도 없는 정치쇼였다고 치부한다.

숨이 막힌다. 암울하다. 대학생 때도 아버지에게 고무호스로 맞았다는 무오류의 불통 대통령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는 세상과 괴리된 구중궁궐이라더니 용산궁은 완벽하게 밀폐된 원자로이거나 지구에서 수억 광년 떨어진 어느 별에 있는 것 같다. 불의가 법이 될 때 저항은 국민의 의무가 된다는 법언(法言)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대통령에겐 의무나 다름없는 연두 기자회견 대신에 ‘대담쇼’를 한 건, 언론이 감시견 역할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국민을 대신하여 권력을 감시하지 않는 언론, 불의를 목격하고도 짖지 않는 언론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글·송요훈 
1987년 MBC에 방송기자로 입사하여 주로 사회 분야 보도와 <시사매거진 2580> 등 기획취재 분야에서 근무했으며, MBC의 보도가 공정한지 감시하는 역할을 맡기도 하였다. MBC에서 마지막으로 한 일도 MBC 기자들이 언론윤리를 준수하는지 살피는 일이었다. 2021년 MBC를 떠나 아리랑국제방송에서 방송본부장으로 근무하며 해외에 한국을 알리는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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