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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받던 중견 건설사의 굴욕적 ‘깽값’…현대건설은 오늘도 ‘맑음’
촉망받던 중견 건설사의 굴욕적 ‘깽값’…현대건설은 오늘도 ‘맑음’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6.07.08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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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이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 공사에서 협력업체로 참여한 국내 중견 건설업체에 불량 자재를 공급해 그것의 사용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는 협력업체 직원 얼굴에 콘크리트를 바르는 등의 ‘갑질’이 알려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기업의 해외공사 수주 소식은 이따금씩 국내 경제 활기를 불어 넣는 역할을 하곤 한다. 특히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순방 이후로,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중동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 나갔다. 대부분 양해각서(MOU) 수준으로 그쳤지만, 대형 기업들은 꾸준히 중동에서 건설공사를 계약하고 국내 협력업체들과 국위선양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의 해외수주 소식은 한동안 언론매체에서 회자될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지난 3월에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쿠웨이트에서 3조원이 넘는 대형 가스플랜트 시설 공사를 따냈고, 지난해 11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7억2700만달러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2012~2014년 3년 연속 100억달러 이상의 해외수주를 기록했으며, 여기에는 ‘문제의’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 공사 역시 이 기록에 큰 몫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량자재 사용 강요부터 협력업체 직원 얼굴에 콘크리트 바르기까지

현대건설이 협력업체로 참여한 국내 중견 건설업체에 불량 자재를 공급해 그것의 사용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는 협력업체 직원 얼굴에 콘크리트를 바르는 등의 ‘갑질’이 뒤늦게 알려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건설은 2012년 11월 쿠웨이트에서 20억6000만달러(약 2조3700억원) 규모의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 공사를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공사는 2013년 11월부터 시작됐으며, 국내 중견 건설 업체였던 A사도 이 공사에 참여하게 된다.
 
A사는 1990년대 후반 설립 이래로 특허와 신기술을 보유하며 20여건의 교량 공사를 해냈고 쿠웨이트 교량 공사에 투입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흑자를 유지했다. 현재 A사는 파산상태다.
 
A사는 쿠웨이트 공사 현장에서 현대건설이 공급하는 콘크리트 품질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한다. 불량 자재 사용으로 공사 중 부실이 잇따라 발생했고, A사는 균열을 보수하면서 적자가 기하급수로 불어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A사는 현대건설이 공급하는 불량 콘크리트를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현장에서 현대건설 직원은 A사 직원의 얼굴에 콘크리트를 바르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협박한다. 급기야 현대건설은 올해 1월 쿠웨이트 정부 측으로부터 부실시공 지적을 받고 A사와의 하청 계약을 해지했다. 부실시공에 대한 모든 책임을 A사에 돌린 것이다.
 
계약 해지 이후 A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현대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그리고 3개월 여의 분쟁 끝에 지난 4월 12일 A사가 제소를 취하, A사 직원들의 밀린 월급과 부채 등 청산비용을 지급하는 등의 조건으로 합의에 이르게 된다. A사는 분쟁 종료 직후 지난 5월에 폐업 수순을 밟았고, 지난 5일까지 청산 비용 지급이 상당 부분 이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 언론매체에 인터뷰에서 현대건설은 A사의 청산 비용 지급에 대해 “원청업체인 우리가 ‘도의적으로’ 대주는 것뿐 불량 자재 사용을 강요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현재 막대한 비용을 지급하고 있으면서도 ‘합의금’이나 ‘손해보상비용’ 혹은 ‘깽값’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쿠웨이트, “모든 결과는 현대건설 책임”…'경고장'서 공사 부실 지적

2013년 11월부터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 공사가 시작된 이후, 쿠웨이트 정부는 현대건설을 상대로 부실공사와 공기(工期)지연, 미승인도면 사용 등을 지적하는 경고장을 여러 차례 보냈다. 그리고 경고장에는 ‘모든 결과는 오로지 현대건설의 책임’, ‘용인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시정방안을 제출하라’고 직접적으로 쓰여 있다.

게다가 현대건설은 ‘미청구 공사대금’도 수억 원대다.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현장에서만 1650억 원이 발생했고, 총 미청구 공사대금은 2조5048억 원으로 국내 건설업체 중 가장 많다. 공사대금을 충분히 지출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미청구 공사대금은 공사 비용이 들어갔으나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다.
 
 
   
▲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최고 수준의 분양가 책정을 예고하고 있는 '디에이치 아너힐즈' 북측 조감도
 
바깥에서 새는 바가지, 안에서는 안 샐까

현대건설은 탄탄한 영업실적과 재무안정성으로 국내건설사에서 최고 신용도를 자랑하며, 이달 1000억 원 어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동탄2신도시 분양 단지 최초로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동탄’ 1순위 청약자가 4만 명이 넘어서, 최고 경쟁률이 90.83대 1까지 치솟는 등 국민적 신뢰도를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최고 수준의 분양가 책정을 예고하는 등 현대건설의 자신감은 그 어떤 국내 건설사보다 높다.

쿠웨이트에서 불거진 불미스러운 사건은 현대건설의 부실공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충분하다. 기업은 비용을 줄여 최대 이익을 거두는 것이 존재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비용감소가 ‘써야할 돈을 쓰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기업이 ‘부실 마인드’로 아파트를 비롯해 모든 제품을 만든다고 한다면, 그래서 모든 기업이 비용 줄이기 경쟁에 혈안이 된다면, 부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모인 부실한 사회가 형성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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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