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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G20인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G20인가?
  • 세르주 알리미 | 프랑스판 발행인
  • 승인 2008.12.01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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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窓)

 30년 전에 시작된 서방 선진국 회합은 분명 노쇠했다. 모임은 너무 편협했고, 너무 서방에만 치우쳤으며, 너무 호사스러웠다. 처음에는 아시아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끼지도 못했다. 그 일본조차도 침묵으로 일관했을 뿐이고,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이어 장벽이 무너지고 세계가 동요했으며, 세계화의 물결이 요동쳤고, 문화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1975년 서방 5개국에서 그 이듬해 캐나다와 이탈리아가 진입해 7개국이 되었고, 1997년에 러시아의 진입으로 8개국, 그리고 1999년 G20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전 세계의 혁신'이라는 슬로건을 사유화하여 사용하기 직전의 일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도와 중국의 진입과 더불어 G20은 노쇠한 국제 질서를 흔들고 후진국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워싱턴의 합의에는 조종(弔鐘)을 울리려 했었다. 2008년 11월 기회가 온 것 같았다. 금융 파산과 급박한 경제 상황이 모든 것을 허물어서 다원화된 구조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재편할 것인가?
 외관상으로는 이 다양성으로부터 뭔가 이루어지는 듯 하다. 이 다양성은 오래된 권력관계를 새로 추스르고, 낡아 빠진 국가들을 좀 더 새롭고 발랄한 새로운 세계의 회원국들로 대체한다. G20은 "우리는 시장과 개방 경제, 규칙에 의해 잘 통제되는 금융 시장의 원칙이 활력과 혁신을 가져오고, 고용과 빈곤 퇴치, 그리고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킬 것"이라고 향후 아젠다를 발표했다.
 그러나 선언문은 후안무치하게도 "그러한 원칙들이 수 백만 명을 빈곤으로부터 탈피하게 하였으며, 전 세계적으로 생활수준을 상당한 폭으로 높여왔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지난 30여 년간 추진해온 전략들이 올바른 것이었으며, 현재의 위기는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순한 사고이며, 나아가 금융 시장을 보다 올바르게 규제함으로써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닌가? 
 월가가 붕괴된 지 2개월 후 터져 나온 G20의 선언문에는 온갖 종류의 횡설수설, 독단적 교의, 상호간 균일하지 못한 정책에 그 원인을 돌리는 진부한 상투어들이 담겨 있다. 탈세 천국에 관해서는 한 마디 말도 없다. 기껏해야 "비합법적인 금융 활동의 위험성과 비협조적인 법적 규제로부터 세계의 금융 시스템을 보호할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는 언급 정도다. 그런데 이것이 탈세를 일삼는 자들에게 단두대의 칼날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인가? 물론, 투기 자본 애호가들은 G20이 부당 금융 이익에 대해서 제재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표명한 데 대해 두려움에 떠는 척은 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G20이 무슨 묘수로 혐의자들을 지목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새로운 '브리튼 우즈' 선언을 단 몇 주 만에 만들어내긴 힘들 것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1944년 애초 합의문도 2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이번 경우에는 회합도 급작스럽게 소집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다.
 G20은 가끔씩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것 같다. "우리는 보호주의를 배척하는 게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압니다.(중략) 향후 1년 안에 우리는 재화와 용역의 투자나 무역에 새로운 장벽을 수립하는 것을 삼갈 것입니다.(중략) 우리는 올해 안에 야심적이고 균형 잡힌 계획을 갖고 WTO 도하 개발 아젠다 추진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 낼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 무역과 금융의 세계화가 세계 인구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바로 잠재적이긴 하지만, 현 경제에 불어 닥친 폭풍의 결론을 예견케 해주지 않겠는가?
  번역|이진홍
 memosia@ilemonde.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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