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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의 시네마 크리티크] 광장의 증인들 - <증인>
[정지혜의 시네마 크리티크] 광장의 증인들 - <증인>
  • 정지혜(영화평론가)
  • 승인 2019.01.29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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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개의 얼굴이 있다. 진실과 정의를 찾으려는 정우성의 클로즈업된 얼굴. 그리고 증인이 되고 싶은 김향기의 클로즈업된 얼굴. 낯익은 두 사람의 얼굴이다. 조합은 낯설다. 어느새 중년이 되어버린 청춘스타 정우성과 이제는 성인이 된 아역배우 김향기. 두 사람은 이한감독의 신작 <증인>에서 변호사와 증인으로 연기한다.

 

김향기는 고기능 자폐아 지우를 연기하며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다. 김향기의 클로즈업된 얼굴은 영화를 인양한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며 생물적인 성인기에 돌입한 것과는 별개로 순수한 아이를 떠올리게 하는 얼굴이다. 자폐아인 지우와 배우 김향기 둘은 모두 아이의 모습에 갇혀있다. 이 얼굴은 이 세계에 절대적인 선과 진실이 존재하는지 묻는 실존의 영역으로 서사와 인물을 끌어간다.

정우성이 연기한 양순호는 과거에는 민변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양처럼 순하게 세상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려는 로펌 소속의 변호사다. 하지만 이름에서 암시되는 것처럼, 그의 눈빛이 숨겨지지 않는 것처럼 때로는 발톱을 숨기지 못하고 포효한다.

배우 정우성의 클로즈업 된 얼굴은 몇 가지 특별한 기능이 있다. 그의 얼굴은 어떤 질곡을 담고 있지 않다. 극 중 인물과 정우성 사이에서 망설이는 이 헌 얼굴은 매번 옳고, 주인공이며, 쉽게 영웅이 되는 대신 뻔하고 알만해 적당히 분한 얼굴이기도 하다. 그런 연유로 양순호는 우리가 속한 세계 어딘가에 있을법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인간사의 뻔한 희로애락을 극화시키는 신파를 거의 소화하지 못한다. 이는 공교롭게도 극과 관객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낸다. 이 의도치 않은 거리는 우선 불편하다. 몰입을 방해한다. 감정에 장애를 느끼는 상대 배우의 몫까지 업어 전체 서사의 기승전결 감정을 끌어가야 하는 이 주연배우의 탈락된 감정들은 관객들이 과잉감정을 목격하게 한다.

이 불편함은 영화의 구조에서도 목격된다. 이한 감독은 <전작 우아한 거짓말>에서 긴장감 없이 비밀을 찾아가는 특유의 화법을 보여준 바 있다. <증인>은 살인인지 자살인지를 찾아내는 법정 스릴러의 외부 서사와 자폐아와 변호사 사이의 드라마 서사가 얽혀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영화는 드라마 서사를 중심으로 보자면 ‘착한 영화’지만 법정 서사를 중심으로 보자면 ‘순진한 영화’다. 감독 특유의 까버린 패를 추적하는 긴장감 없는, 그러나 궁금한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괜찮다.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답을 찾아낼 것이다. 이 착함과 순진함 사이의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한 계책은 이것이다.

 

코드 해석이다, 어쩌면 이것은 과잉해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야기의 주제가 그만큼 밀도 있게 전개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독의 즐거움이라는 것도 있다.

변호사 양순호는 하릴없이 광화문 광장을 오간다. 이 영화를 최근의 정치사에 비추어 읽으면 흥미롭다. 사실 순호에게 광화문 공간은 하릴없지는 않고 일종의 출퇴근길이다. 동선이 납득되지 않지만 그는 광화문을 지나간다. 이 영화는 지난 광화문 광장의 촛불 시위와 선거, 민변 출신의 대통령, 현 정부를 지켜보는 국민의 상황을 메타포로 인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연상이 된다.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를 제안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코드에 맞춰 이야기를 다시 더듬어 보면 어떤 쾌가 생긴다.

이 세계에 명확히 존재하는 인물들로 이야기를 다시 구성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구속 수감 되어있는 살인 피의자인 ‘미란은 누구일까?’ 혹은, ‘자살로 위장된 노인과 사업가인 그의 아들은 누구일까?’ 하는 식이다. 물론 이 이야기 구조 속에는 이 세계에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는 인물도 있다. 검사 희중과 증인 지우다. 희중은 어리고 경험도 부족한 검사지만 지우와 대화하는 방법을 안다. 언제든 상위의 힘에 의해 배제될 수 있는 인물이지만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 아직은 정의로운 검사는 어쩌면 국민 권력의 모습일 수도 있다. 지우는 변호사를 꿈꿨지만 장애가 발목을 잡으니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우는 변호사는 될 수 없지만 증인은 될 수 있다. 우리가 재판을 진행할 수는 없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증인이 되리라는 점에서 지우는 광화문 광장의 촛불의 인격화일 수도 있다.

 

작은 개울을 지나 마주 보고 있는 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은 혹 오리무중으로, 길 건너 불구경으로 지나갈 수도 있었던 사건이지만, 증인이 있었다. 이야기를 하나의 우화로 본다면 꼭 교훈을 찾게 된다. 하지만 관객은 교훈을 듣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 영화는 우화 속의 인물들에게 하는 경고처럼, 당부의 말처럼, 팬레터처럼 느껴진다. 지우는 젤리를 좋아한다. 젤리는 여러 모양이 있지만 색은 꼭 파란색이다. 이 파란색이 현 집권 여당의 대표색으로 느껴지는 것이 과잉해석이어도 어쩔 수 없다. 최근 한국의 정치적 사건들을 목격한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그러고 보면 지우가 순호에게 준 젤리의 색깔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젤리의 색은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증인> 2019.2.13 개봉

 

사진출처: 네이버 - 영화 - 증인

 

글·정지혜

영화평론가. SIDFF 프로그래머. 아티스트그룹 ‘맨션나인’이사로 아티스트와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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