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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올드 가드> - 불멸의 존재와 권능에 대한 열망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올드 가드> - 불멸의 존재와 권능에 대한 열망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20.08.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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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가드>와 불멸의 존재

<올드 가드>(The Old Guard, 미국, 2020)는 오랜 시간을 거치며 세상의 어둠과 맞서 온 불멸의 존재들이 세계를 수호하기 위해 또다시 힘을 합쳐 위기와 싸워 나가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그레그 러카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 감독이 연출하고, 샤를리즈 테론, 키키 레인,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루카 마리넬리, 마리완 켄자리, 치웨텔 에지오포 등이 출연한다. 불가사의한 치유력으로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들에 대한 슈퍼히어로 액션영화이다. 영화는 신참 ‘불멸의 존재’의 등장, 기존 ‘불멸의 존재’의 납치와 구출로 전개된다.

 

불멸의 존재와 운명적 계시: 우연성과 필연성의 경계

<올드 가드>에서 불멸의 존재는 운명적 계시에 의해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든다. 불멸의 존재는 선인으로서 선택받은 자들이다. 영화는 이러한 선택에서 우연에서 필연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찾고자 한다. 앤디, 니키, 조, 부커로 이루어진 네 명의 불멸의 존재들은 어떠한 공통점과 연관성이 없다. 가장 나이가 오래된 앤디(샤를리즈 테론)는 백인 여성이고 팀의 리더이며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다. 니키(루카 마리넬리)와 조(마리완 켄자리)는 십자군 전쟁 때 적군으로 만나 서로를 여러 차례 죽였지만 지금은 동성애 연인 관계가 된 인물들이다. 부커(마티아스 쇼에나에츠)는 나폴레옹 군대에 참전하였으며 지금은 보안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이 네 명으로 이루어진 불멸의 존재들은 그냥 기적처럼 갑자기 불멸의 존재가 된다는 점에서 우연성이 개입한다.

불멸의 존재는 수백 년에 걸쳐서 한 명이 생긴다는 점에서 선택받은 자들이며, 서로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꿈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서로에 대한 과거를 공유하면서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그들만의 공동체를 구축한다. 이러한 정신적 공유로 인해서 드넓은 세계에서 그들은 새로운 신참 불멸의 존재, 즉 나일(키키 레인)을 찾아낸다. 이러한 불멸의 존재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선한 인물이어서 인류를 위해서 봉사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영화는 그들의 인격적 자질과 특별한 능력을 연결시키며, 불멸의 존재로 선택받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기간이 한정된 불멸의 존재이다. 그들은 갑자기 불멸의 존재가 되었듯이 갑자기 필멸의 존재가 된다는 점에서 다시 우연성이 개입한다. 상처가 순식간에 치유되는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았지만, 갑자기 상처가 낫지 않는 날이 오면 죽게 된다.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에 따라 그 시기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다시 운명론을 제기한다. 불멸의 존재는 때가 되면 반드시 죽게 되어 있고,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때까지만 불멸의 존재이다. 이러한 불완전성이 바로 영화에서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명분의 싸움: 목적과 수단의 전도

<올드 가드>에서 불멸의 존재 군대와 메릭제약은 명분의 싸움, 즉 삶의 의미에서 목적과 수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내부에서 외부로, 다시 외부에서 내부로 이어진다. 불멸의 존재가 가장 강조하는 말은 ‘옳은 명분’이다. 사실상 불멸의 존재로 이루어진 군대와 필멸의 존재로 이루어진 메릭제약은 인류를 구한다는 같은 명분 혹은 목적을 지향한다. 하지만 그 수단에서 차이를 보인다.

<올드 가드>에서 옳은 명분에 따라 일해 왔던 불멸의 존재는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회의를 느끼면서 내부에서 갈등을 겪는다. 옳은 명분에 따라 일하자는 주장과 나아지는 게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불멸의 존재는 세계를 이분법으로 나눈다. 그들 앞에는 선인과 악인이 존재하고, 선인을 구하고 악인을 처단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를 수백 년 이상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지치게 되고 자신들의 명분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면서 내부적인 분열이 일어난다.

<올드 가드>에서 메릭제약도 인류를 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CEO 메릭은 세계인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불멸의 존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는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정당화한다. 목적이 의미가 있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불멸의 존재를 납치하고 그들을 실험실에 감금한 후 실험용 쥐처럼 실험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서 인간을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올드 가드>에서 코플리(치웨텔 에지오포)는 불멸의 존재와 메릭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다. 그는 CIA 출신으로 뛰어난 정보전문가이면서, 불멸의 존재에 일을 의뢰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불치병으로 죽는 과정에서 아내의 고통을 지켜보면서 괴로워한다. 그래서 그는 메릭제약을 도와서 불멸의 존재의 유전자를 조사하여 인류가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는 기적이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코플리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과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메릭은 점점 이윤을 추구하고 사디즘을 보인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결별하게 된다. 코플리는 불멸의 존재들에게 그들이 수백 년간 구한 수천 명의 자료를 제시하고, 이에 불멸의 존재들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깨닫게 된다.

 

긴장과 놀람 전략: 정보의 제공을 통한 관객의 참여

<올드 가드>는 긴장과 놀람 전략을 통해 관객이 영화 서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긴장은 정보의 제공이고, 놀람은 정보의 제지이다. 영화는 대부분 정보를 미리 관객에게 제공하여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긴장 전략을 사용한다. 관객은 모든 인물보다 정보에서 우위에 서게 되면서 인물이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긴장과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의뢰인 코플리가 불멸의 존재를 배신하고 메릭제약에 그들을 넘길 것이라는 사실은 복선을 통해 암시된다. 코플리가 앤디 일당에게 일을 의뢰하는 장면에서, 코플리를 향한 니키의 총 과녁과 니키를 향해 코플리가 손을 흔드는 모습에서 서로 대립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영화에서는 많이 아는 자가 승리하며, 많이 아는 자가 적게 아는 자를 조롱한다. 러시아말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런 점에서 웃음을 창출한다. 앤디와 나일이 대결할 때 앤디는 러시아말을 이용하여 조종사에게 죽은 척 하라고 지시해 나일을 제압한다. 나중에 앤디와 메릭이 대결할 때 앤디가 나일에게 러시아말을 암시함으로써, 나일이 쏜 총에 앤디가 죽은 척 하는 순간 나일이 메릭을 제압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더블링으로 인해 인지의 즐거움과 반복의 기쁨을 제공한다.

이 영화에서 코플리는 불멸의 존재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안다는 점에서 관객은 불안을 느끼게 된다. 관객이 정보를 알 때 혹은 주인공들이 아닌 제3자가 정보를 알 때 불안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왜냐하면 제3자의 정보는 주인공을 위협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릭이 앤디의 도끼를 만질 때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올드 가드>는 가장 중요한 사실에 대해서는 정보를 제지하는 놀람 전략을 사용한다. 첫 장면에서 앤디와 일당이 총을 맞고 죽는 장면에서는 주인공들이 영화 초반에 모두 죽어서 놀라게 만든다. 그리고 앤디가 상처가 치유되지 않으면서 더 이상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 나일이 부커가 준 총신이 비어 있어 부커의 배신을 뒤늦게 깨달을 때, 앤디의 동료 꾸인이 오백 년만에 갑자기 나타났을 때 놀라게 된다. 이러한 놀람은 향후 일어날 사건에 대한 기대와 불안으로 다시 긴장감을 조성하게 된다.

 

권능의 욕망: 필멸의 존재에서 불멸의 존재로

<올드 가드>는 사실상 리더 앤디와 신참 나일의 이야기이다. 나일이 필멸의 존재에서 불멸의 존재가 될 때, 앤디가 불멸의 존재에서 필멸의 존재가 된다. 앤디는 과거의 기억에 묶여 있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마녀재판의 자신의 동지인 꾸인이 익사형에 처해졌지만 끝내 찾지 못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나일이 꿈에서 꾸인이 5백 년 동안 익사의 고통을 겪으면서 미치광이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앤디의 괴로움을 더욱 커져간다. 앤디는 말한다. 시간은 기억을 훔쳐가지 않아. 과거에 남겨두지. 잊을 수 없는 기억도.

<올드 가드>에서 앤디가 과거의 기억에 대한 고통과 현재의 임무에 대한 회의로 힘들어할 때, 나일이 신참으로 등장하면서 앤디의 정신을 잇게 된다. 불멸이든 아니든 약속한 것은 대가를 치르는 것,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 우리가 사는 방식을 우리가 결정하는 것. 신참의 존재를 통해 리더는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는 처음의 마음가짐을 기억하게 된다. 앤디는 필멸하지만 나일이 그 정신을 계승할 것이라는 것, 그렇게 계속 불멸의 존재의 의미는 이어질 것이라는 것.

츠베탕 토도로프에 의하면, ‘초자연적인 존재의 권능은 바로 강한 힘에 대한 인간의 꿈을 상징하며, 초지연적인 존재는 불운과 행운, 필연과 우연의 문제와 연관된다.’[1] 판타지영화에서 뱀파이어, 초능력자 등은 바로 인간의 불멸의 염원, 권능의 열망을 구현한 존재들이다. <올드 가드>에서 불멸의 존재는 그러한 권능을 내재화하지만, 반드시 때가 되면 죽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불운과 행운, 필연과 우연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 영화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수와 양적으로 계산하고 저울질하며 헛되이 보내는 인생에서가 아니라 오늘 누군가에게서 거저 받은 사랑을 내일은 누군가에게 그 사랑을 전달하는 삶 속에서 영원함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2]을 이야기한다. <올드 가드>에서 불멸의 존재와 필멸의 존재의 대립은 바로 인간의 유한한 삶과 죽음의 공포로 육체적 소멸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삶의 의미, 인류의 구원, 옳은 명분으로 정신적 계승을 보여준다.


참고 자료
[1] 츠베탕 토도로프, 『환상문학 서설』, 최애영(역), 일월서각, 2013, 216쪽.
[2] 올드 가드,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98%AC%EB%93%9C_%EA%B0%80%EB%93%9C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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