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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에르 드 부아르> 한국어판 창간에 부쳐
<마니에르 드 부아르> 한국어판 창간에 부쳐
  • 성일권 l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 승인 2020.08.3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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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 시대를 버텨야 하는 우리의 삶은 고달프며,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지쳐 있다. 지식인들이 진리를 탐구하기보다는 쓸데없는 요설(饒舌)을 내뱉는 데 능숙하고, 종교인들이 신앙심보다는 증오심을 설파하고, 정치인들은 대의보다는 소소한 이기심을 쫓고, 엄정한 법의 집행자여야 할 법관들은 제 입맛대로 심판의 균형추를 쥐락펴락하며, 심지어 세상의 등불이어야 할 언론은 ‘가짜뉴스 제조공장’으로 전락해버린 현실 속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기란 쉽지 않다. 

스마트폰이나 사물인터넷 같은 커뮤니케이션의 획기적인 발달로, 나와 이웃, 심지어 저 멀리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도 소통이 가능해지고, 그 결과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의 가치가 더 넓고 더 깊게 뿌리내려, 마침내 지구촌은 미디어 이론가이면서 문화비평가로 명성이 높았던 마셜 매클루언이 염원한 ‘글로벌 빌리지’라는 공동체(Community)가 되리라고 우리는 확신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의 ‘Com’은 우리가 기대했던 커뮤니티의 ‘Com’이 아니라, 지구적인 상업화(Commercialization)를 위한 야합의 ‘Com’으로 변질됐다.       

이 어지러운 시기, 언론의 관점은 어떤가? 일견 진지해 보이지만 정파적이고 편파적인 잣대만 들이대고, 진실을 말하는 듯하지만 거짓을 일삼으며, 텍스트의 엄밀함보다는 이미지의 현란함에 취해있고, 민주주의(Democracy)를 강조하면서도 선동(Demagogy)을 일삼는다.  

우리 언론은 일반 대중의 확신에 대한 갈망에 편승해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우리의 삶, 특히 코로나 시대의 삶은 예측 불가하며, 막연하고 두려운 길이 혼재하고 미스터리로 가득한 까닭에 단선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혼란 속에 나약해진 지성을 일깨울 수 있도록 때로 자기 확증을 버리고, 깊은 성찰의 터널을 건너야 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이 ‘종이의 종말’ 시대에 9월 중순 ‘사유하는 방식’이라는 이름의 무크 계간지 <마니에르 드 부아르>(Manière de voir) 한국어판을 애써 발행하는 이유는, 단순히 만 13년(144호)을 맞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의 제2도약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감히 자신하건대, <마니에르 드 부아르>는 단세포적이고 단말마적인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우리 사회를 지성과 교양의 피톤치드가 물씬한 성찰의 숲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는 1987년 11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격 월간지로 창간돼 최근까지 172호가 발행되는 동안, 기후변화를 비롯해 생태, 젠더, 에너지, 자원, 국제분쟁, 음모, 종교, 대중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매호별로 한 주제를 깊이 진단해왔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준비생들이나, 대학생과 대학생, 연구자들의 필독지로 사랑받아온 <마니에르 드 부아르>가 그동안 본사의 단행본으로서, 간헐적으로 소개돼왔으나 정기간행물로 공식 발행되는 것은 사실, 때늦은 감이 있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는 매호 별로 별도의 전문가와 편집자가 시의성에 맞는 주제를 정하고, 이에 맞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사들을 발췌하고, 관련 필자들의 새로운 글들을 추가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사유의 폭과 깊이를 배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특히 주제에 맞는 회화와 사진, 그래픽 등 이미지들은 <마니에르 드 부아르>의 소장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전 발행인 줄리앙 클로드는 <마니에르 드 부아르>창간호에서 “사고방식과 문화가 병든 사회에서 살아남아,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눈으로 우리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는 프랑스에서는 격월간으로 발행되지만, 한국어판의 경우 제작여건을 고려해 계절별로 발행하는 계간 무크지 형태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이다. 부디, 성원과 격려를 당부드린다. 

 

 

글·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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