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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둘러싼 미·중전쟁
북극을 둘러싼 미·중전쟁
  • 필리프 데캉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툴루즈 특파원
  • 승인 2020.08.31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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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멀어지는 북극

의외로 북극은 중국과 미국 간 무역전쟁의 그림자에 오랫동안 덮혀 있었다. 미국은 과거 자국의 대규모 전략기지를 북극권(그린란드)에 설치하기도 했지만,(1) 중국이 북극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전까지 이 지역을 다소 등한시 해왔다. 중국은 러시아와 손을 잡고 ‘빙상 실크로드’를 구축할 계획을 밝히면서 북극의 막대한 천연자원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남중국해처럼 북극해가 군사화와 영유권 다툼의 진앙지가 되기를 바라는가? 중국 트롤 어선의 조업이나 통제를 벗어난 중국 내 산업으로 인해 북극의 환경이 파괴되기를 바라는가?”

최근 2019년 5월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열린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을 비난하면서 ‘중국의 속셈’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2)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에는 그 어떤 권리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오직 북극 국가와 비(非) 북극 국가만 존재한다. 제3의 범주는 없다. 아무리 반대 주장을 해도 중국에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발언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러시아와 중국이 손잡고 해양 세력인 미국의 지정학적 라이벌로 부상하자 미국이 동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18년 9월 10일 상하이에서 진수한 쇄빙선 ‘쉐룽(雪龍)2호’는 북극 진출에 대한 중국의 강한 야심을 보여준다. 중국이 새로 건조한 이 쇄빙선은 과학 탐사 목적으로 남극해로 출항했지만, 북극 연안 5개국(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및 미국)과 북극이사회 나머지 상임이사국(스웨덴, 아이슬란드, 핀란드)이 유독 이 소식을 관심 있게 보도했다. 

 

‘근(近) 북극 국가’를 천명한 중국

2017년 8월,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 쇄빙선 ‘쉐룽1호’는 북극 북서항로로 진입하는 시험운행 당시 많은 이목을 끌었고 이후 북극 전역을 횡단했다(이를 ‘사전 물색 작업’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중국이 상하이에서 진수한 초현대식 쇄빙선은 러시아와의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하는 북극권에 대한 양국의 강한 야심을 시사한다. 중국 정부는 1989년 상하이에 극지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극지방에 관한 관심을 계속 확장해왔다. 극지방 탐험과 과학 탐사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 캐나다,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그리고 미국에서도 운송, 에너지, 광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이 이런 관심을 잘 보여준다.

중국은 2018년 1월 발간한 ‘북극 정책 백서’에서 자신을 스스로 ‘근(近) 북극 국가’로 천명하고 ‘이해, 보호, 개발, 참여’라는 4가지 키워드로 자국의 북극 정책을 정의했다.(3) 앞의 두 가지 키워드는 중국이 과학적 탐구와 북극 지역 문화의 보존, 특히 취약한 환경을 중시한다는 의미를 띤다. ‘개발’은 북극의 자원과 특히 빙하가 녹으면서 점차 개방될 수 있는 미래의 북극해 항로를 뜻한다. 이는 여름과 가을철에 상선들이 이미 항해하고 있는 북극 동북항로, 즉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강화해나갈 ‘빙상 실크로드’와 관련이 깊다. 컨테이너선 수송은 아직 구상으로 남아 있지만 액화 가스(LNG) 수송은 2017년 이래로 정례화됐다.

중국은 프랑스 기업 토탈(Total)과 함께 러시아 서시베리아 야말반도 북부에서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개발하고, 최대 1.7m 두께의 얼음을 깨며 항해할 수 있는 LNG 쇄빙선 15척을 보유한 야말-LNG(Yamal LNG)에 많은 자본을 투자했다.(4)

 

중국에 맞선 미국의 작전은?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아이슬란드에 재정 지원을 했고,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이슬란드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국은 2013년 극이사회에서 ‘영구 옵서버’ 자격을 획득했다.(5) 이에 따라 중국은 북극 연안국 국가들의 주권적 권리를 인정했다. 정책백서에서 중국은 각종 조약 준수, 특히 캐나다와 러시아가 배타적 경제수역을 주장하며 내세우는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의 준수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반면 미국이 해당 조약에 비준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끈질긴 중국의 노력에 맞선 미국은 좀처럼 정책적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유의 접근 방식으로 그린란드 매입을 제안한 일만 봐도 그렇다. 미국 대통령은 자국이 1951년에 북극 그린란드 북부 툴레에 대규모 전략 기지를 설치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망각한 것으로 보인다. 1년 전부터 국방부, 해군, 해안 경비대 등 미국의 주요 부처, 조직은 전략적 관점에서 북극 지역이 차지하는 위상과 타국의 영향력 증대를 막아야 할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알래스카의 북쪽 해안에는 지금도 미국의 심해 항구가 없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북극해에서 타국의 군용 함정을 빌려 사용할 수 없고, 현재 보유한 전천후 대형 쇄빙선은 1976년 취역한 폴라스타(Polar Star) 한 대뿐이다. 2024년 이전까지는 미국이 신규 쇄빙선을 충원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미국이 비록 북극해를 접하고 있지만, 러시아 연안 북부항로와 달리 미국의 북서항로는 일반 상선으로 대서양까지 항해할 조건이 아니므로 미국이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러시아와 캐나다는 각각의 해협을 내수(內水)라 주장하기 때문에 연안국의 영해에 미국 선박이 진입할 경우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들 국가의 내수 권리 주장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5월 7일에 개최된 북극위원회는 1996년 창설된 이래 처음으로 공동선언문 채택에 실패했다. 각료회의 선언문에 ‘기후변화’가 북극 지역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포함되는 것을 미국이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 하루 전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자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2000~2016년 중국의 배출량은 3배로 늘었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상 틀린 지적이 아니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 중국 간의 협력에 아무런 제동도 걸지 못하고, 북극권에 대해 허세를 보였을 뿐이다. 2018년 10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트라이던트 정쳐(Trident Juncture)’ 작전 목적으로 극한 환경에서 군인 5만 명을 동원해 10년 만에 가장 대대적인 규모의 기동훈련을 조직했다. 조만간 북대서양 조약 기구는 노르웨이 설원에서 군인 15만 명 이상이 동원된 연례 작전 훈련, 북극권환경 체험 훈련(Cold Response)을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글·필리프 데캉  Philippe Descamp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미군은 북극권 그린란드에 축구장 100개 규모의 비밀 군사기지 ‘캠프 센추리(Camp Century)’를 설치했다. 핵미사일 시험과 소련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 탐지를 위해 설치된 이 기지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1967년 폐쇄됐다. 미군 기지가 있던 자리에는 눈과 얼음이 35m 높이로 덮였으나, 지구온난화로 녹아버렸다. 폐쇄 당시 미사일 등 무기는 이전됐지만 엄청난 양의 기름과 유독물질 등은 유출되어 얼어붙은 채 방치됐다.
(2) ‘Looking North : Sharpening America’s Arctic Focus’, 마이클 R 국무장관 연설, 핀란드 로바니에미, 2019년 5월 6일.
(3) ‘북극 정책백서’,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 <신화통신사>, 2018년 1월 26일. 
(4) 합작기업 야말 LNG는 노바텍(50.1%), 토탈(20%), 중국 국영 석유가스공사(20%), 실크로드재단(9.9%)이 지분을 보유한다. 
(5) Florent Detroy, ‘La course à l’Arctique passe par Reykjavik 레이캬비크를 지나 북극을 통과하는 중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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