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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의 시네마 크리티크] 이념의 우상화를 경계하는 새로운 리얼리즘
[정재형의 시네마 크리티크] 이념의 우상화를 경계하는 새로운 리얼리즘
  • 정재형(영화평론가)
  • 승인 2021.02.15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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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2006)의 제목은 1798년 아일랜드 봉기때 나온 노래에서 따온 것입니다.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합니다. 영국 감독 켄 로치(Ken Loach, 1936- )가 만들었지만 엄밀히 말해 영국, 아일랜드를 위시하여 독일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의 합작입니다. 이 영화의 소재는 두 개의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합니다. 하나는 아일랜드 독립전쟁(1919-1922)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전쟁(1922-1923)입니다. 아일랜드는 독립전쟁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으나, 이어 그 조약을 인정하는 아일랜드 자유국과 배신으로 생각하고 계속 영국과의 투쟁을 주장하던 아일랜드 공화국 간의 내전입니다. 결국 자유국이 승리했고, 이후 아일랜드 내부는 두 흐름으로 분파되어 내려옵니다.

제작진들은 이 영화를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이클 콜린스>류의 전기적 독립영화로 만들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독립운동 이후에 벌어진 갈등에 초점을 맞추어 시민들의 시각이 어떻게 전개되어 가는지를 논점화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아일랜드 영화로는 가장 많은 흥행을 하였으며, 좋은 반응을 얻어내었습니다.

이 영화의 역사적 시각은 아일랜드 독립전쟁을 통해 완전한 독립을 취하지 못했다는 시각을 지지하고, 켄 로치 특유의 사회주의적 관점이 중요하다는 주제를 내세웁니다. 동시에 이 영화는 진보나 개혁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영화속에서 두드러지게 강조된 대목은 두 형제가 의견이 갈라져 대립하게 되고, 결국 형 테디는 동생 데미언을 냉혹하게 처단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 장면은 그 이전에 있었던 데미언의 크리스 라일리의 처단과 짝을 이룹니다. 이 두 장면이 주는 교훈은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와 달리 토론의 장면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공화국의 재판장면이 그것인데, 로치는 영화를 단순하게 연출하지 않았습니다. 이 장면에는 사업가의 높은 이자를 낮추어 서민의 입장을 강조한 공화국에 대립하여 테디를 주축으로 하는 세력들의 전략적 입장을 보여줍니다. 사업가를 통해 무기를 조달받았던 투쟁세력의 입장은 영국군과의 투쟁과 축출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업가의 실리는 눈감아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세력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수단도 취한다는 방식에 반대합니다. 그 수단에 있어서 민주주의와 평등의 원칙을 위배한다면 그건 수단으로 채택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헐링 경기하는 사람들. 1920년. 아일랜드. 데미안이 런던으로 의학공부를 하러 떠날 준비를 하고, 추억을 다지는 경기를 하고 있읍니다. 갑자기 영국군의 수색이 시작됩니다. 그들은 아일랜드인을 도열시킨채 신분을 확인합니다. 17살의 마이클은 계속 아일랜드 사투리를 쓰다가 결국 영국군의 구타에 의해 사망합니다.

장례식. 동료들은 데미안의 영국행을 만류합니다. 데미안은 중과부적의 싸움은 순교가 아니라고 말하며 떠납니다. 그를 배신자로 부릅니다. 기차역에서 다시 한번 영국군의 만행을 지켜보는 데미안.

데미안은 조직에 가입하여 영국군과 싸울 것을 맹세합니다. 게릴라 훈련을 받고, 시네드와 사랑에 빠집니다. 부대는 영국군을 습격하여 무기를 탈취하고 경고를 합니다. 당구장에 들이닥쳐 돈을 뜯어가는 장교들을 모두 살해해 버립니다. 영국군이 보복으로 주민들을 수색하고 구타합니다. 저택에 장교들 찿아와서 크리스를 심문합니다. 테디의 소재를 묻습니다. 영국군이 게릴라부대의 아지트 산속을 침투해와서 모두 검거해갑니다. 테디는 손톱이 뽑히는 고문을 당하고, 다음 날 처형되기 전 아일랜드계 병사에 의해 탈출됩니다. 3명만 감옥에 남겨집니다.

부대는 시네드의 집으로 가고 밀고자를 알아냅니다. 저택의 주인과 크리스입니다. 부대원은 저택으로 가서 주인과 크리스를 끌고 옵니다. 감옥의 3명 동지들과 주인을 바꾸려고 했으나 실패, 결국 3명은 처형됩니다. 부대원은 주인과 크리스를 처형합니다. 데미안은 사형을 집형하면서 착잡한 감정에 싸입니다.

공화국재판. 기업가 스위니가 서민에게 이자를 너무 물리니 부당하다는 판결. 테디는 스위니를 데리고 갑니다. 이로 인해 공화국지지파와 무장혁명파간의 갈등이 벌어집니다. 무장투쟁을 하기 위해선 무기구입비를 대주는 기업가를 탄압해선 안된다는 입장과, 빈자편에 서기 위해선 법을 형평하게 적용해야 하고 기업가를 벌줘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섭니다. 데미안은 시네드를 만나 크리스를 처형하는 일이 인간적으로 너무 괴로웠다는 고백을 합니다.

부대원들은 영국군을 습격하고 그 보복으로 영국군은 시네드 농가에 침입, 가족들을 린치하고 집을 불태웁니다. 이후 휴전이 성립됩니다. 영국은 아일랜드 공화국과 휴전합니다. 축하파티. 데미안과 시네드는 서로 깊이 사랑합니다. 그들은 신페인과 정부와의 만남을 그린 다큐멘타리를 보면서 협정의 의미가 배신이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일랜드는 영국의 일부로서 인정된 것입니다. 영국군은 철수하고 대신 자유국군이 생깁니다. 테디는 자유국을 지지하고 군인이 됩니다. 하지만 아일랜드 공화국은 반이상이 반대하고 투쟁할 것을 선언합니다. 데미안은 공화국을 지지합니다. 이로서 아일랜드는 협정을 지지하는 자유국과 반대하는 공화국의 두파로 나뉘어 내전에 돌입합니다.

 

데미안은 더블린의 공화국이 자유국에 의해 습격당했고, 반격을 해달라는 전갈을 받습니다. 일부 공화국지지자들은 동료였던 자유국과 싸울 수는 없다고 이탈합니다. 데미안은 끝까지 남아서 명령을 따르기로 합니다. 데미안은 자유국을 공격합니다. 보고를 받은 테디 일행은 이를 강경하게 응징해서 더 이상 영국이 개입할 수 없도록 자체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자유국군은 시네드의 농가를 습격하고 데미안의 소재를 묻습니다. 과거 영국군이 들이닥쳤을 때 그들을 숨겨줬던 아지트였읍니다.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데미안은 자유국본부를 습격합니다. 총격전 끝에 데미안은 붙잡힙니다.

수감중인 데미언을 테디가 찿아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하면서 무기가 있는 곳을 대라고 합니다. 데미안은 완강하게 거절합니다. 테디는 결국 데미안을 처형하고, 그 사실을 시네드에게 알립니다. 오열하는 시네드. 그녀는 테디를 증오하고 환멸을 느낍니다.

배신자 크리스를 처형하는 장면. 크리스는 동료였고, 그를 사형시킨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데미안은 그 일을 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카메라는 데미안의 폭발할 것 같은 심정을 의도적으로 숨깁니다. 기본적으로는 클로즈 업과 슬프고 격정적인 음악을 통해 감정을 고조시킬 만 한데, 로치는 오히려 롱 쇼트로 멀리 객관화시켰읍니다. 사운드 역시 현장음 밖에 없읍니다. 효과는 오히려 슬픔을 배가 시킵니다. 내면적으로 깊은 울림을 전달해줍니다.

 

똑같은 장소에 침입하는 대상만 달라짐으로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는 것은 장소입니다. 그 집은 시네드의 농가로서 처음엔 영국군이 쳐들어와 린치를 가하고 갑니다. 후반에는 그 안에서 탄압받던 세력들이 다시 농가를 쳐들어와 영국군의 위치를 대신해 린치합니다. 피해자의 위치가 가해자로 바뀌는 상황이 아이러니해 집니다.

이념은 같지만, 인간은 모순이고 갈등입니다. 이념만을 우상화하지 않습니다. 이 장면은 로치의 장면연출과 철학이 잘 드러난 대표적인 장면. 아일랜드 공화국의 이념은 선언서에 있는대로 평등을 기초로 합니다. 그건 민족주의나 사회주의가 공유하는 것입니다.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댄은 민족주의적 무장투쟁을 하면서도 테리와 의견충돌을 합니다. 둘다 영국으로부터 해방하려는 노선에서는 일치하지만, 부자 상인의 불공정에 대해 댄은 서민 입장에서 법대로 처리하자 하고, 돈을 갖다 써야 무장투쟁을 할수 있다는 점에서 그를 풀어주자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테리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합니다.

이 대립 장면을 로치는 대등하게 처리했읍니다. 어느 한 쪽이 더 우월하다는 주관성을 개입시키지 않고 두 팀을 형평하게 다뤘읍니다. 한쪽은 벽쪽에, 한쪽은 반대쪽에 위치시킴으로써 둘의 대립을 강화시킵니다. 어떤 결론도 내지 않음으로, 이념의 우상화, 영웅주의를 배격했읍니다.

 

 

글·정재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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