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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의 시네마 크리티크] <포겟미낫-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이승민의 시네마 크리티크] <포겟미낫-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 이승민(영화평론가)
  • 승인 2021.07.12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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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포스터

유명한 무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다. 이 경우 대부분은 잘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안다고 착각하며 쉽게 재단하고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해외입양이 그 중 하나이다. 전쟁고아와 혼혈아 해외입양이 전후 서사라면, 1970년 이후는 가난과 미혼모 자녀 해외입양 정도가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이상의 서사는 거의 부재하다. 한국 사회는 해외입양 이후 입양인을 관리하지 않고, 입양인은 해외국적의 해외거주자이기에 한국과 입양인은 접촉면을 갖지 못했다. 그러다 2000년 이후 성장한 입양인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뿌리찾기를 시도하지만 한국은 이산가족 서사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이들을 대했다. 그러나 그게 다일까?

<포겟미낫>은 해외입양을 떠난 감독이 한국에서 낳아준 엄마를 이해하는 여정을 담은 영화이다. 이같은 한줄 줄거리를 보면, 역시나 안다고 착각하며 무심하기 쉽다. 그러나 <포겟미낫>은 낳아준 부모를 찾는 이야기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과 감정을 다루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한 축으로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감독이 만나기를 거부하는 낳아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이고, 다른 한 축은 한국의 한 요양원에서 미혼모 여성들이 아이를 낳는 여정을 담는다. 입양인 감독이 미혼모의 태교와 출산을 지켜보며 입양 보낸 이와 보내진 아이의 감정을 교차성의 렌즈로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몰랐던, 모른다는 것조차 몰랐던, 양 당사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영화이다.

 

입양 당시 서류를 보는 감독
입양 당시 서류를 보는 감독

그 너머, 출발

영화는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후 그 곳에서 성장한 선희 엘겔스토프 감독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덴마크에서 성장한 감독은 한국에서 낳아준 어머니를 찾지만 알 수 있는 것은 성과 이름 뿐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감독 자신의 사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영화는 해외 입양인이 가지는 갈망, 희망, 상실, 원망을 지나서 시작한다. 영화는 한국의 미혼모 시설에서 생활하는 두 미성년 미혼 임산부의 일과를 담는다. 임산부 체조를 하고, 여가 활동을 하고, 상담을 하고, 다른 미혼모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만삭 사진을 찍고, 찾아오는 남자친구와 가족을 만난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배 속에 있는 아이를 키울 것인가? 입양보낼 것인가?하는 선택(!)이다. 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영화는 점차 그녀들이 놓인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제도화된 합법적 결혼 외에 임신과 출산을 ‘오명’이자 ‘부도덕’으로 간주하는 배타적 가족주의는 미혼모의 모성을 인정은커녕 철저하게 박탈한다. 자식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자식을 버리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감독이 태어나기도 전에 자신의 입양동의서에 사인한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모자이크 처리된 미혼모 A
모자이크 처리된 미혼모 A

감추어진,   

영화는 미혼모 여성들의 얼굴을 감춘다. 그녀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불가피하다는 말을 동반한 얼굴 모자이크,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자리이자 미혼 임산부의 자리이다. 영화는 미혼모의 얼굴도, 감독의 어머니의 얼굴도 볼 수가 없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결혼 제도 밖에서 임신한 여성은 비가시적인 존재인 것이다. 보호라는 이름 아래 감추는, 감추었기에 드러날 수 없는 존재이다. 결국 감독의 어머니는 감독이 요청해도 만남을 거부한다. 영화의 정교한 모자이크는 이 사회에서 작동하는 기이한 시선과 닮아있다. 감추어야 하는데 보일까봐 조마조마한 시선과 보일 듯 안 보이는 모자이크를 식별하려는 시도는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지켜줘야 하기에 감추지만, 감추어졌기에 들추려 해서 더 꽁꽁 숨어야 하는 기이함이 영화의 얼굴 모자이크에 내재되어 있다. 영화의 얼굴 모자이크는 대상의 보호 차원을 너머, 우리 사회의 미혼모의 자리이자 자식을 입양보낸 모성의 자리를 시각화한다.

 

입양 서류 속 감독 사진
입양 서류 속 감독 사진
입양 당시 감독
입양 당시 감독

찾으려는,  

영화는 미혼모 요양원에서 마주하는 일상 틈틈이 감독 자신의 서사를 틈입한다. 입양을 고민하는 미혼모를 보다 “입양되어서 행복한가요?” 라는 자기를 향한 질문을 독백으로 풀어내고, 입양 당일까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미혼모와 그런 상황을 모른채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다, 감독은 공항에서 처음 만난 양부모와의 사진을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는 불쑥 그러나 무심하게 입양을 보낸 이와 입양을 당한 이의 시각을 교차하면서 시차를 두고 둘을 연결해간다. 결정적으로 영화 마지막 즈음, 아이를 입양 보내고 오열하는 미혼모를 기록하던 장면에서 둘은 하나가 된다. 가로 화면이 세로로 기울어지다 카메라 뒤 감독이 달려 나가 그녀를 안아주는 장면은 이해와 화해 그리고 연민이 아닐까. 영화는 자신을 버린 모국과 친모에 대한 원망보다는,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모국과 어머니를 인정하려 한다. 비록 아직도 사화는 문화적으로 윤리적으로 얼어붙은 벽이지만. 영화 속 감독은 모국과 입양국 사이에서, 친모와 양부모 사이에 부유하는 존재를 넘어서, 아프지만 솔직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용기있는 작업을 시도한다. 

 

길 위에서
길 위에서

영화는 길에서 시작해 수많은 길의 장면을 동반한다. 하늘 길과 땅의 길, 안개낀 도로의 길을 자주 담고 그 길 위에 미혼모와 함께 한다. 그리고 영화는 길에서 방황하는 한 소녀에서 마무리한다. 인정받지 못하고 박탈당한 모성으로 인해 방황하는 그녀의 모습은 감독에게 한편으로는 자신과 닮은 안타까움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어머니의 마음이 읽혀지는 위안이 아닐까. 영화는 길 위에 서 있는 수많은 미혼모와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가는 해외 입양아가 함께 떠나는 여정이다. 그리고 조용히 물음을 던진다. 해외입양이 답이자 구원일까? 

 

 

 

사진출처: 네이버

 

글: 이승민

영화 연구자, 평론가, 기획자, 강연자로 활동,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영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다큐멘터리의 오늘>(공저),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오늘>(공저), <영화와 공간> 등의 저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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