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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내언니전지현과 나> ― 망겜 일랜시아: 청년세대의 자화상, 암울한 현실세계와 지상낙원의 가상세계
[서곡숙의 문화톡톡] <내언니전지현과 나> ― 망겜 일랜시아: 청년세대의 자화상, 암울한 현실세계와 지상낙원의 가상세계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1.11.08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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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언니전지현과 나>: 국내 최초 유저 제작 게임 다큐멘터리
 

<내언니전지현과 나>는 국내 최초 유저 제작 게임 다큐멘터리로서 2,800명 관객이라는 높은 흥행 기록을 세워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2021년 영평상 독립영화지원상 수상 작품이다. 이 영화는 과거 국내 최대 이용자 수를 자랑했지만 현재 망겜이 된 클래식 RPG 게임 '일랜시아'를 다루며, 일랜시아의 16년차 게임 고인물이자 길드마스터인 박윤진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면 세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내언니전지현과나>과 배우 ‘전지현’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독특한 영화제목은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둘째, 유저들이 망겜 일랜시아를 계속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질문이다. 셋째, 박윤진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다큐멘터리 <내언니전지현과 나>는 일랜시아 게임개발회사, 일랜시아 게임세계, 일랜시아 유저들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일랜시아와 넥슨: 산업의 수익논리 vs 자유로운 도전정신
 

<내언니전지현과 나>에서 일랜시아 게임개발회사인 넥슨은 산업의 수익논리와 자유로운 도전정신의 대비를 보여준다. 넥슨은 <바람의 나라>(1996), <크레이지 아케이드>(2001), <메이플 스토리>(2015)를 거치면서 국내의 대표적인 게임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넥슨의 모든 게임은 돈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고스펙 유저가 될 수 없다. 1997년 대한민국이 부도난 상황에서 1999년 탄생한 일랜시아는 2000년대 초반 폭발적인 인기로 국내 최대 이용자 수 기록을 세운다. 하지만 일랜시아는 2020년 현재는 운영진이 없으며 폐쇄되고 버려져 10년째 업데이트가 없다는 점에서 제일 망할 것 같은 게임 1위이다.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 지회장은 유저가 최대 수혜자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이윤이 없는 게임은 업데이트가 되지 않으며 폭발력 있는 게임도 나중에 서비스 종료가 될 수 있다며 게임산업의 현실을 지적하며, ‘내가 직접 바꾸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쓰고 버리는 아이템이 아니라 사람입니다’라며 실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일랜시아는 1990년대 게임이 월정액으로 유지되었기 때문에 사업성이나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자유롭게 개발해 보라는 분위기에서 만들어졌으며, 현실의 경쟁사회에서 벗어나 자유와 즐거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게임세계를 창조해낸다. 넥슨에서 일랜시아 개발 총괄을 맡은 담당자는 일랜시아를 만들 당시에는 어려운 시대이니까 서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었지만, 현재는 경쟁을 돈으로 팔기 때문에 영원한 쳇바퀴 굴레 속에서 돈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노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초창기 일랜시아 기획개발자인 아레수는 일랜시아는 사업성, 마케팅에 대한 생각 없이 신나게 만들었던 게임이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았던 게임이며, 현실세계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세계, 시간을 들이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자 하였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일랜시아는 현재 게임산업의 사업성과 수익성이라는 산업의 논리에서 벗어나 있으며, 경쟁에서 벗어나 서로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며 자유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세계를 형성한다.

 

 

일랜시아와 불평등게임: 무법천지 세계 vs 문제해결 의지
 

<내언니전지현과 나>에서 일랜시아 게임은 무법천지의 세계와 문제해결 의지의 대비를 보여준다. 일랜시아 게임은 네 가지 문제점을 드러낸다. 첫째, 초창기 가이바이보 시스템으로 유지되던 도박게임이 성행하여 도박 중독이라는 문제를 일으켰으며, 현재에도 여전히 도박게임을 즐기고 있다. 둘째, 현재 보안이 허술하여 불법 매크로가 성행하여 게임을 독점하는 불평등 게임이 되고 있어, 루트를 만들어 공유하는 루트 비공식 육성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셋째, 광물 캐기 등 자신이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 체계이지만, 광산 지도에 출구가 없기 때문에 자살을 해야만 빠져나갈 수 있으며, 매크로를 통해 자본을 통해 가만히 있어도 소득을 올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넷째, 일랜시아 버그를 이용한 악성 유저가 등장해서 특정 캐릭터에 버그를 심어 놓아 그 캐릭터를 만나면 게임이 종료되게 만든다.

 

이처럼 모든 유저들의 게임을 종료시키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일랜시아 유저들은 회사에서 게임을 종료해 버릴까봐 신고를 하지 못하고 팅버그 자제를 간절하게 요청한다. 매크로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고급 매크로를 가진 유저들이 게임을 독점하고 매크로가 없거나 사용할 줄 모르는 유저들이 게임을 떠나가고 있다. 밸런스가 무너지는 곳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현실의 불평등이 게임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일랜시아 유저들은 처음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버티고자 하였으며, 운영진이 없는 것이 자유롭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는 운영진이 없기 때문에 말할 상대가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박윤진 감독은 ‘게임이지만 이 안에 있는 사람은 사람이다’라며 넥슨을 찾아가 문제를 제기하고, 유저들과의 간담회를 거쳐 넥슨에게 관리자와 담당자 배치를 요구하며, 일련의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하여 대중들에게 알려, 넥슨에서 2008년 이후 첫 행사를 개최하게 만든다.

 

 

일랜시아와 ‘마님은돌쇠만쌀줘’: 무기력한 현실 vs 지상낙원의 공동체
 

<내언니전지현과 나>에서 일랜시아의 유저들은 무기력한 현실과 지상낙원의 공동체를 대비시킨다. ‘마님은돌쇠만쌀줘’ 길드 마스터인 박윤진 감독이 유저들을 찾아다니면서 “일랜시아 왜 하세요?”라는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내언니전지현’이라는 아이디의 박윤진 감독은 높은 자유도가 있으며 레벨이 없는 대신 활용도가 높으며 평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랜시아 게임을 한다. 레렐은 그림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집안의 지원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잘 만든 게임 일랜시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 딸람보는 캐릭터를 관리해주는 부주 아르바이트로 월세를 내고 있으며, 공모전에서는 계속 실패하지만 일랜시아에서는 명확한 수치와 결과로 성취감을 얻는다. 짱돌잉은 일상적인 목표나 생활에 얽매여 있는 현실과는 달리 일랜시아에서는 아무 걱정도 없이 놀고 먹으며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사랑한다. 쿠이쭈는 일랜시아가 엄청난 해킹 사건을 당하고도 떠나지 않은 게임이며, 몇 년 동안 쉬더라도 다시 돌아올 것 같은 게임이며, 특이하게 순방향으로 가는 느낌의 게임이라고 느낀다. 히로는 일랜시아의 이쁜 캐릭터, 재미있는 사람들, 잔당 느낌을 좋아했지만, 내언니전지‘헌’에게 고가의 아이템을 사기당한 후 실망하여 게임에서 나간다. 공아지에게 일랜시아는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이해받는 공간이며, 노래 부르기 등 하루 종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지상낙원이며, 길드 사람을 만난 가장 큰 수확을 얻은 의미 있는 공간이다.

 

<내언니전지현과 나>은 인터뷰, 연인관계, 동호회, 온라인 정모, 개발자를 중심으로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통을 보여준다. 첫째, 일랜시아 유저들과의 인터뷰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나던 유저와 오프라인 만남을 가지면서 진행되며, 유저들의 힘겨운 현실과 행복한 일랜시아 경험의 대조를 보여준다. 둘째, 내언니전지현과 쿠이쭈는 게임에서 만나서 연인 관계로 발전한 커플이며,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호기심을 게임이라는 공간에서 느꼈으며, 게임/현실의 반전매력으로 호감이 상승하게 된다. 셋째, 일랜시아의 오프라인 동호회 모임은 바비큐 먹기, 수영하기, 사진 찍기 등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며, 일랜시아 게임과 현실 생활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한다. 넷째, 유저들은 게임세계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며 생활을 공유한다. 일랜시아 유저들이 일랜시아 20주년 생일파티에 모여 축하포를 터트리는 이벤트를 개최하며, 게임 이벤트를 개최해주는 넥슨에 대한 감사로 유저들이 열기구를 타고 주행하는 이벤트를 보여준다. 유저들이 일랜시아 세계에서 함께 교감하고 공유하는 이러한 장면들은 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따뜻한 감성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다섯째, 이스터에그를 통해 개발자와 유저가 소통한다. 이스터에그는 게임 개발자가 자신이 개발한 게임에 숨겨놓은 메시지이며, 일랜시아에서도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1999년 개발자의 메시지를 볼 수 있다. 내언니전지현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아레수 바보 맞지?’, ‘밥줘’ 등의 개발자의 메시지를 찾아낸다.

 

 

게임 세계: 현실의 좌절 vs 가상의 공동체
 

<내언니전지현과 나>에서 일랜시아의 게임 세계는 현실의 좌절과 가상의 공동체를 대비시킨다. 이 영화에서 일랜시아 개발회사 넥슨, 일랜시아 게임, 일랜시아 유저들이라는 세 가지 축은 마지막에 가서 모두 연결되며, 초반에 느꼈던 세 가지 의문도 대부분 풀린다. 첫째, <내언니전지현과 나>에는 배우 ‘전지현’이 없으며, 게임세계의 ‘내언니전지현’과 현실세계의 ‘나’를 병치시켜 보여주며 그 유사성과 차이를 드러낸다. 둘째, ‘마님은돌쇠만쌀줘’ 길드의 유저들은 현실의 좌절 속에서 상상의 공동체, 지상낙원, 온라인/오프라인의 유대감을 위해서 망겜 일랜시아를 계속 한다. 셋째, ‘내언니전지현’ 박윤진 감독은 일랜시아의 ‘마님은돌쇠만쌀줘’ 길드마스터로서 일랜시아를 구하기 위해서 영화를 통해 소통하고자 한다.

 

<내언니전지현과 나>는 최근에 본 다큐멘터리 영화들 중에서 가장 보기에 괴로운 영화였다. 필자는 게임 문외한이자 게임에 대해 무관심했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끝까지 보는 것이 힘들었으며, 영화 내내 펼쳐지는 게임의 세계에 흥미를 느낄 수 없었고 계속 나오는 게임 용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서 게임산업, 게임세계, 유저들에 대해서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게임에 중독되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중독된다면 중독되는 이유가 있다. 필자도 매일 현실세계의 하루일과를 끝내고 3시간 동안 웹툰을 보면서, 가상세계로 탈출하여 힘겨운 논픽션 현실에서 맛볼 수 없는 달콤한 픽션의 환상을 만끽하고 위로받는다. 힘든 현실에서 위안을 얻는 방법은 세대마다 사람마다 차별적이다.

일랜시아 게임의 개발 의도와 현재 일랜시아 세계는 상당부분 일치한다. ‘카오스가 지구에 떨어져 대부분의 고대인들이 전멸하여 지구는 카오스가 통제하는 어둠의 별이 되어 버렸으며, 마지막 남은 고대인들의 영력을 하나로 하여 일랜시아를 창조하고 대피하고 언젠가 지구로 돌아갈 날을 기다린다.’ 게임 개발 의도가 카오스가 통제하는 어둠의 세계인 ‘지구’와 새롭게 창조된 대안의 세계인 ‘일랜시아’를 대비시키듯이, 현재 유저들은 암울한 ‘현실’과 지상낙원의 ‘일랜시아’를 대비시킨다. 현실세계는 기회 균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평등하지 않고, 청년세대의 수많은 좌절감과 무기력감이 자리하고 있다. 반면에, 일랜시아는 망한 게임이 아니라 멈추어 있을 뿐이며, 매력적인 배경, 심플한 세계관, 무한한 콘텐츠의 잠재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지상낙원이다. 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현실세계에서 일랜시아 동호회를 열며 바비큐 파티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과 게임세계에서 길드 정모가 끝난 후 마지막 말을 남기고 낭떠러지에서 자살하는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인생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거다’라는 유저의 말에서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암울한 청춘세대의 자화상을 직면하게 되면서, 경쟁과 불평등의 현실사회에서 실현할 수 없는 가상의 공동체인 일랜시아 세계를 갈구하는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 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생활ESG영화제 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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