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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문민정부 추락과 대기업 부패의 현실 속에서 8년차 고졸 말단 X세대 여직원들의 반란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문민정부 추락과 대기업 부패의 현실 속에서 8년차 고졸 말단 X세대 여직원들의 반란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22.02.0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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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세계화 시대 영어 토익 점수와 입사 8년차 고졸 말단 여직원

이종필 감독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10.21.개봉)은 세계화 시대 영어 토익 점수가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입사 8년차 고졸 말단 여직원의 대리 승진 도전의 꿈을 보여준다. 1995년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정책에 맞추어 대기업 삼진그룹은 토익 600점만 넘기면 대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입사 8년차 동기인 말단 여직원인 여주인공 3명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모인다.

오지랖 이자영(고아성)은 완벽한 실무능력 보유자이지만, 생산관리3부의 커피 타기 달인으로서 잡일을 도맡아 한다. 싸가지 정유나(이솜)는 뛰어난 기획능력 보유자이지만, 추리소설 마니아로서 뼈 때리는 멘트의 달인이지만 아이디어를 매번 도둑맞는다. 수학천재 심보람(박혜수)은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이지만 가짜 영수증을 조작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자영이 잔심부름을 하러 간 공장에서 검은 폐수가 유출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 세 여주인공은 세 가지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첫째, 나는 어디에 서있는가? 둘째,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셋째, 사건의 배후는 누구인가?

 

2. 나는 어디에 서있는가: 학벌주의와 성차별의 사회에서 능력으로 도전하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전반부는 ‘나는 어디에 서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서 학벌주의와 성차별의 사회에서 능력으로 도전하기를 보여준다. 영화 속 1995년 대기업의 직장문화는 학벌·성별과 능력의 대립구도를 보여주며, 여주인공들은 조력자가 없고 적대자만 많은 사회에서 패배의식과 도전의식 사이에서 갈등한다. 여주인공들은 대기업이라는 좋은 직장에 다니고 8년이라는 경력을 쌓았고 각 분야의 달인이지만, 고졸 말단 여직원이라는 이유로 커피 타기, 구두 나르기, 청소하기, 잔심부름하기 등의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완벽한 실무능력을 보유한 생산부 이자영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커리어우먼이 되는 것이 꿈이지만, 자신보다 후배인 최동수(조현철)가 대리로 승진하면서 상사가 되는 불합리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뛰어난 기획능력을 보유한 마케팅부 정유나는 추리소설 마니아로서 자신을 사랑하는 자기애가 강하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를 대졸 여직원에게 빼앗기는 현실과 꽃뱀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천재적인 회계능력을 보유한 회계부 심자영은 수학천재이지만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이 없으며, 가짜 영수증을 만들고 회계 장부를 조작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여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의 능력을 펼치지 위해 대리 승진에 도전하고, 토익점수 600점을 넘으면 대리 승진 자격이 생긴다는 공고에 아침 영어 토익 강의를 수강한다. 세계화를 강조하던 문민정부 시대에 토익 영어 점수가 승진의 기회를 제공하게 됨으로써 학력 차별과 남녀 차별의 사회 풍토에서 영어 실력이 그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으로 제시된다. 그리고 외국인 빌리 박 사장이 세계화 시대 글로벌 인재로 상징화된다.

 

8년차 고졸 여직원인 여주인공들은 대졸 남자 직원들과 간부들, 대졸 여자 직원들, 사이코 회장 아들 등 많은 적대자들에게 둘러싸여 괴로워한다. 조력자는 없고 적대자만 많은 절망적 상황에서 글로벌 인재인 빌리 박 사장(데이비드 맥기니스)과 따뜻한 인간미의 봉현철 부장(김종수)만이 호감형 인물로 제시된다. 여주인공들은 패배의식과 도전의식에서 갈등하며, 영어 토익 점수로 학벌주의와 성차별사회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전반부 스타일은 편집, 미장센, 동선에서의 대립을 강조함으로써 학벌주의와 성차별 사회를 드러낸다. 고졸 여직원들이 아침 토익 강좌 수강하는 장면과 세 명의 여주인공들의 소개하는 장면에서, 커리어우먼을 꿈꾸는 낙관적인 이자영, 자신을 가장 좋아하는 자기애의 정유나, 넘어지는 허당끼의 천재 심보람의 각기 다른 개성을 교차편집으로 강조한다. 이자영이 폐수 방출을 목격하는 장면에서, 죽어 있는 물고기, 어두워지는 하늘, 계속해서 내리는 비, 어두컴컴한 풍경, 공장에서 나오는 시커먼 폐수로 이자영의 충격과 갈등을 색채로 표현한다.

고졸 여직원들이 커피를 나르는 장면에서, 유니폼을 입고 커피잔을 나르는 고졸 여직원들과 양복을 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출근하는 대졸 남직원들이 복도에서 마주치는 대립구도의 미장센을 통해서 학벌주의와 성차별사회를 보여준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장면에서, 대졸 남직원들은 자기 책상에서 움직이지 않고 일하는 정신노동을 보여주는 반면에, 고졸 여직원들은 사무실 청소하기, 커피 타기, 구두 나르기, 담배 심부름하기 등 회사의 복도, 계단, 로비를 계속 뛰어다니는 육체노동을 보여줌으로써 동선의 대비를 보여준다.

 

3.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사건의 진실 찾기와 생존/정의의 딜레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중반부는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서 사건의 진실 찾기와 생존/정의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여주인공들은 생존/진실의 대립과 승진/정의의 대립에 직면하게 되면서 딜레마에 빠진다. 대리 승진을 갈망하는 여주인공들은 진실을 찾으면 해고를 당할 수도 있는 위기 속에서 갈등하지만, 마을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 뛰어난 추리실력, 진실에 대한 학문적 호기심 등으로 사건의 진실 찾기에 뛰어든다.

 

회사는 마을 사람들에게 페놀이 방출되었지만 조사 결과 무해하지만, 도의적인 책임으로 약간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동의서를 받아낸다. 진실 찾기의 핵심은 과연 페놀 방출은 무해한가 아니면 유해한가이다. 정유나의 추리 실력, 심보람의 수학 능력, 이자영의 추진력으로 세 여주인공들은 회사가 페놀 사건을 조작하였다는 엄청난 진실을 알게 된다. 동시에 진실을 알아낸 결과로 혹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 자신들이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해고에 대한 불안감과 마을 사람들의 건강 악화가 심해지면서, 여주인공들은 자신의 생존과 타인의 생존이라는 대립 속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여주인공들의 딜레마는 조금씩 늘어나는 조력자와 갑자기 늘어나는 적대자로 인해서 점점 복잡한 양상을 보여준다. 조력자는 빌리 박 사장, 서울대학교 환경연구원, 영어 강사, 고졸 여사원, 비서 등이다. 적대자는 대졸 여사원, 회장 아들 오태영 상무, 회계부 봉현철 부장 등이다. 진실 은폐의 범인은 감사실, 경영지원실, 글로벌기획팀, 생산관리3부, 회계부 등 회사 전체 부서로 확대된다. 결국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준 봉현철 부장이 사건 은폐의 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반전을 보여준다. 그래서 회사에 대한 긍지에서 회사에 대한 불신으로 변화함으로써, 대기업이 국민의 경제를 책임지는 조력자에서 이익을 위해서 환경과 건강을 해치는 적대자로 변모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중반부 스타일은 시선을 통해 인물의 감정, 욕망, 갈등을 표현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자영이 서울대학교 환경연구원에서 자료를 얻어내지 못하는 장면에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라는 대자보는 보는 이자영의 시선은 포기하지 않는 도전을 표현한다. 과수원 기타리스트의 딸이 이자영에게 언니처럼 대기업에 다니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시선을 회피하며 아래로 고개를 숙인 이자영의 시선은 페놀 방출로 쓰러진 기타리스트와 사실을 알고도 갈등하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표현한다.

 

오태영 상무가 보고서 조작 사실을 알게 되어 생산부를 찾아와 골프채를 휘두르며 기물을 파손하는 장면에서, 오태영 상무가 자신에게 왜 보고하지 않았는지, 누가 페놀 유출 사건을 목격했는지 고함을 치자, 책임을 전가하는 안기창 부장(김원해)의 시선, 홍수철 과장(이성욱)의 시선, 최동수 대리의 시선이 결국 이자영으로 향하게 되면서 시선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4. 사건의 배후는 누구인가: 악당에 대한 처벌과 풀뿌리 민중의 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후반부는 ‘사건의 배후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서 악당에 대한 처벌과 풀뿌리 민중의 힘을 보여준다. 후반부에서 사건의 배후를 알게 된 여주인공들은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첫째, 어떻게 진실을 알릴 것인가? 1차적으로 회사에 알리고자 하지만 내부 고발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기에 주저한다. 전무 비서로 근무했던 정유나는 자신에게 성추행을 하는 전무에 대한 내부 고발로 꽃뱀으로 멸시당하며 오명을 뒤집어쓴 전력이 있다. 그래서 여주인공들은 증거 자료를 모두 기자에게 줌으로써 언론사를 통한 외부 고발을 시도한다. 하지만 1면 특종으로 실어주겠다는 기자의 약속은 기업의 압력으로 인해 신문사 데스크에서 잘림으로써 실현되지 못한다.

 

둘째, 사건을 조작하는 배후는 누구인가? 범인 용의자는 사이코 오태영 상무, 인간적인 봉현철 부장, 착한 최동수 대리, 깐깐한 홍수철 과장, 다혈질 안기창 부장, 신사적인 빌리 박 사장으로 계속 바뀐다. 회장 아들인 오태영 상무은 불안정한 정신상태로 골프채를 휘둘러 사이코패스로 불리며, 사장 자리를 빌리 박에게 빼앗긴 후 호텔에서 양주를 마시며 술에 취해 사는 루저 캐릭터이다. 다른 인물들도 사건이 진행되면서 표면적으로 보이는 정상적인 직장인 모습에서 벗어나 이면적인 비인간성을 드러낸다.

 

배후는 바로 악당이자 공공의 적이다. 진실을 찾으려는 인물들과 진실을 감추거나 조작하는 인물들의 대립 속에서, 계속해서 범인이나 배후에 대한 의심은 바로 비판의 시선을 보여준다. 오 상무에 대한 의심은 기업의 부 세습 문제에 대한 비판을 보여주며, 최 대리에 대한 의심은 학벌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보여주며, 부장들에 대한 의심은 세대 갈등과 보수주의에 대한 비판을 보여주며, 빌리 사장에 대한 의심은 글로벌기업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다.

 

셋째, 어떻게 배후의 음모를 저지하고 처벌할 것인가? 진실을 알리고 배후를 처벌하는 목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발신인은 직원들과 주주들이고 수신인은 직원들이다. 이때 사건 해결에서 배제되는 주체인 기업 오너, 글로벌 기업 사냥꾼, 언론 등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배후 세력에 대한 처벌 과정에서 고졸 여직원들을 중심으로 직원들과 주주들이 사건 해결의 주체가 됨으로써 풀뿌리 민중의 힘을 보여주며, 남자 직원들, 대졸 직원들, 기성세대 간부들, 오너와 아들, 글로벌 기업 사냥꾼에 대한 비판의 시선을 드러낸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후반부 스타일은 상황 변화와 극적 반전을 교차편집으로 표현한다. 페놀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장면에서, 호텔의 상무, 회사의 여주인공들, 신문사의 기자들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줌으로써 낙관적인 전망에서 비관적인 전망으로의 변화, 현실에 대한 도전에서 실패로의 변화를 통해 여주인공들의 좌절과 추락을 속도감 있게 보여준다. 여주인공들과 상무가 서류와 물고기 람보를 교환하는 모습, 호텔에서 상무가 검사에게 체포되는 모습, 신문사 1면 탑으로 실어주겠다는 기자의 약속에 모든 증거자료를 넘기는 모습, 사장이 간부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 간부들이 여주인공들을 비판하는 모습, 기자가 데스크에서 잘렸다고 변명하는 모습, 기밀누설죄로 여주인공들을 해고하려는 모습 등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배후세력인 글로벌 기업사냥꾼 빌리 박 사장을 저지하려는 장면에서,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부분 정보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교차편집을 보여줌으로써 정보의 제공으로 긴장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정보의 제지로 놀람을 창출한다. 정유나는 다이너마이트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이자영은 회장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관객들이 향후 사건 전개에 대해 긴장감을 느끼게 만든다. 회장이 나타나 빌리 박 사장을 해임하려고 하지만, 빌리 박 사장은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자신을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면 외국 기업과의 합병을 추진하며 오너를 몰아내고자 한다. 이때 이자영이 나서면서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합병 등의 중요한 안건은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반론을 제기하면서 주주들의 동의서를 내놓는다. 이러한 해결방법이 이미 논의되었으나 그 장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관객들이 놀라게 만든다.

 

5. 장르의 관습 비틀기와 정보 전략의 긴장/놀람 창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코로나 시대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1,571,924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155만 명이라는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나는 어디에 서있는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사건의 배후는 누구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지며, 민초들의 반란과 풀뿌리의 생명력을 통해 학력과 성별과는 상관없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이상적 사회를 그려낸다.

 

세 명의 부장은 직장상사 혹은 직장사회의 세 가지 면모를 드러낸다. 회계부 봉현철 부장(김종수)은 따뜻한 인간미로 부하를 대하지만 상사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고 불법적인 일을 처리하면서 불치병으로 죽는 캐릭터이다. 생산부 안기창 부장(김원해)은 철저한 상명하복의 보수적인 가치관으로 진실과 능력을 무시하고 무조건적으로 돌진하는 불도저같은 모습으로 학벌주의와 성차별사회를 대변하는 캐릭터이다. 마케팅부 반은경 부장(배해선)은 여성 간부로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부하들에게 계속해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라고 독촉함으로써 성과중심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고졸 여직원의 반란과 장르의 관습 비틀기로 장르영화의 쾌감을 느끼게 만든다. 고졸 여직원들이 임원 회의장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회사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 복도에서 남자 직원들과 간부들의 비호 속에서 당당하고 걸어가는 장면 등은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속 시원한 전개로 장르 영화의 쾌감을 선사한다. 선인의 악당화, 악당의 선인화, 제3의 인물의 용의자화, 계속해서 바뀌는 범인과 배후세력은 스릴러 영화의 장르 관습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장르 관습의 비틀기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영화에 계속해서 집중하게 만든다. 마지막에 미국인 사장이 글로벌 인재에서 기업사냥꾼의 이면을 드러내면서 조력자에서 악당으로 변모함으로써, 한미 대결 구도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와 다국적 기업에 대한 비판과 반미의식을 동시에 드러낸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문민정부의 추락과 대기업 부패의 자화상을 드러낸다. 대기업의 부는 특권계층만 살찌우는 반면, 대기업의 부실경영은 국민의 몫이 되는 현실에 대해 조소를 보낸다. 문민정부를 표방하는 김영삼 정부(1993-1998)는 세계화의 기치를 내세우며 의욕적으로 출범한다. 하지만, 1993년 정부 관료들의 대학특례입학과 부동산투기, 서해 훼리호 참사,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으로 인한 쌀시장 개방에 대한 대국민 사과로 흔들리며,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오렌지족과 X세대의 등장으로 분열하며, 1995년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시대 개막, 케이블 다채널 시대 개막, 삼풍백화점 붕괴로 무너지기 시작하며, 1997년 한보그룹 정계 스캔들, 대우그룹과 한보그룹 등 대기업 부도사태, IMF 외환위기로 추락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대기업의 비양심적 행위로 인한 환경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두산그룹의 페놀 31.3톤이 낙동강으로 유출되어 두산그룹 불매운동과 수돗물 불신풍조가 생겨났으며, 1994년 김영삼 정부 때에도 벤젠 유출 사건으로 낙동강이 오염되었다.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로 도전의식과 세계화를 상징하는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부도사태의 주역이 되면서, 대기업이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인식에서 대기업의 이익이 특권 세력의 부만 키우지만 대기업의 손해는 국민의 몫이 되는 불합리한 현실을 비판한다.

1994년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오렌지족과 X세대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던 때이기도 하다. 이 당시 젊은이들은 기성세대 문화를 따분하다고 여기면서 자신들만의 개성을 세상에 알리며 그들만의 문화를 즐겼던 세대들이었다. 1995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에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세 명의 여주인공들은 오지랖, 싸가지, 허당 천재라는 각기 다른 개성으로 기성세대를 비판하며 자신들의 가치관과 문화를 당당하게 내세움으로써 8년차 고졸 말단 X세대 여직원들의 저력을 보여준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총무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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