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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부터 삼성, LG도 가세한 ‘RE100’ ... ‘그린워싱’ 피하려면?
SK부터 삼성, LG도 가세한 ‘RE100’ ... ‘그린워싱’ 피하려면?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2.08.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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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그룹사 ‘re100’ 가입 러쉬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목표“
‘국내최초’ SK, 삼전∙LG도 속도낸다
실효성 논란도... ‘그린워싱’ 막아야

최근 SK, 삼성 등 국내 대형 그룹사들의 ‘RE100' 가입이 이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 100%’를 의미하는 RE100은 기업이 자사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약속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재계가 관계 및 시민사회의 기후변화대응 요구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쓰는 전력 100%를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생에너지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 에너지 등을 두루 이르며, 원자력은 포함되지 않는다. 회원사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친환경 발전 시설 등을 통해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전기를 구입해 조달하게 된다.

RE100은 국제 비영리단체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와 클라이미트 그룹(Climate Group)이 2014년 개최한 뉴욕 기후주간(Cilmate Week NYC 2014)에서 처음 발족했으며, 현재까지 구글, 애플 등 370여 글로벌 기업이 가입했다.

국내에서는 SK그룹사가 2020년 최초로 가입을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현재 SK(주),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테크놀로지 등 총 8개 계열사가 참여한 상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30년 기준 전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 규모인 2억톤의 탄소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도 현대차그룹, KT, LG에너지솔루션 등이 가입해 있다.

RE100 가입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LG전자는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이사회 산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가 최근 RE100 가입 신청 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가세했다. 2019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공급망 프로그램 가입 이후 시작한 설문에 RE100 관련 항목을 포함시켜, 가입 여부와 진척 상황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업 RE100 뛰어들지만
"재생에너지 비싸다“ 불만도

 

풍력에너지 발전소 / 출처=RE100 홈페이지

 

우리기업들이 앞 다퉈 RE100 가입에 나선 것은 ESG 기조 확산에 따른 탈탄소 압박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ety),지배구조(Governance)의 줄임말로, 기업이 생산∙공급망 전반을 윤리적으로 관리하는 경영방식을 의미한다.

기후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글로벌 자산운용업계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ESG 이슈를 적극 반영하는 ‘책임투자원칙(PRI)’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외 금융권에서도 기업의 ESG 성과에 따라 자금을 차등 공급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KDI공공정책대학원과 한국환경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공동연구진이 2021년 9월 발표한 ‘RE100이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는 한국 기업이 RE100에 참여하지 않으면 자동차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의 수출액이 2040년 기준 각각 15%, 31%, 4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제 기업들의 탈탄소 정책은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RE100의 실효성 논란 또한 거세다. 해외보다 재생에너지 수급이 어려운 국내 여건상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일기 때문이다.

기후 솔루션은 지난 4월 보도자료를 내고 “2021년 기준 전 세계 발전량의 10%가 풍력과 태양광으로 생산됐지만, 한국은 2021년 풍력(0.55%)과 태양광(4.12%) 합계 발전 비중이 4.67%로,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비판한 바 있다. 그렇다보니 국내 재생에너지 비용은 해외에 비해 1.5~2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공사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2021년 전력다소비 기업 순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18.41TWh(테라와트시), SK하이닉스가 9.21TWh를 사용했는데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확보한 재생에너지는 사용 전력의 3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500GWh에 불과하다.

 

‘그린워싱’ 피하는 것이 숙제
재생에너지 사용 →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져야...

 

 

이런 국내여건을 감안,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RE100을 이행할 수 있는 ‘녹색 프리미엄’ 제도를 작년 마련했다. 기업이 기존에 내던 전기 요금에 추가 요금을 내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주는 제도다. 추가 수익금은 재생에너지 투자사업 재원으로 활용된다.

이 제도는 상대적으로 저렴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그린워싱 비판 또한 거세다. 정작 RE100의 주요 목표인 탄소 감축 효과는 미미하고,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애플, BMW 등 기업은 한국 협력사에 녹색프리미엄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따라서 현재 녹색프리미엄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은 REC, PPA 등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RE100 이행 방식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방식들은 녹색프리미엄 방식에 비해 4~5배 가량 비싸다는 맹점이 있다.

ESG연구소 안치용 소장은 “ESG는 기업의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면서 “정부 또한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들이 경제적 성과만을 최우선하는 기존 문법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탄소감축은 어려울 것”이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진정성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글 ·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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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