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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그룹 정몽규 회장 국감 소환... 학동·화정 사고 ‘책임 회피’부터 ‘보상 난항’ 까지
HDC그룹 정몽규 회장 국감 소환... 학동·화정 사고 ‘책임 회피’부터 ‘보상 난항’ 까지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2.09.30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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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동참사, 화정아이파크 사고 이후 1년여 ...
“책임을 다 하겠다” 발언 지켜졌나?
- ‘꼬리자르기’ 논란에 ‘보상 협의 난항’

HDC그룹 정몽규 회장이 오는 10월 4일부터 진행되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정무위는 올해 국정감사 증인 명단을 지난 27일 확정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해 광주 학동참사 및 올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HDC그룹 정몽규회장 / 출처=뉴스1

광주 학동참사는 지난해 6월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에서 재개발을 위해 철거하던 학산빌딩이 붕괴해 시내버스를 덮친 사건이다. 9명의 사망자를 낸 이 사고에서 최연소 희생자의 나이는 18세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약 7개월 뒤인 올해 1월. 공사 중이던 광주 화정아이파크에서 건물외벽이 붕괴해 인부 6명이 잔해에 깔렸다. 약 한 달간 수색작업 끝에 6인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두 사고의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대표직을 맡았던 정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현재까지 그룹 회장직과 대주주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앞두고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화정아이파크 사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책임을 다 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이 다짐은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을까

 

화정 아이파트 입주민 보상난항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들이 HDC현산이 제시한 보상안에 항의하고 있다. / 출처=뉴스1

지난 22일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 협의회(이하 협의회)가 HDC현대산업개발의 보상 대책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가졌다. 협의회 추산 1,000여 명의 규모였다.

이들은 HDC현산 측에 실질적인 주거지원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HDC현산이 제안한 보상금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HDC현산은 중도금을 반환해주고, 계약금에 일정한 기준을 적용해 지체상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이때 지체상금은 HDC현산이 예비입주자에 대한 의무를 기한 내에 이행하지 못하고 지체한 데 따른 손해배상액이다.

협의회는 이 지체상금이 지나치게 적게 책정됐다고 주장하며 “보상안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전체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에 대해서만 지체상금을 배상하게 된다면 현산이 재시공을 10년, 20년 미루더라도 보상금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결국 계약 해지로 가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민에게 제안한 보상안 일부 / 출처=HDC현산

HDC현산 측이 주거지원금으로 1억1,000만 원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것에 대해서는 "광주 지역에서 입주 조건과 유사한 35평대 아파트를 어떻게 1억 원에 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비현실적인 주거지원금이라고 지적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지난 26일 <본지>의 취재에서 “예비입주민들의 고통에 공감한다” 면서 “사고 직후 주민들이 가장 크게 요구했던 전체동 철거 및 재시공에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된 만큼 회사에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건물에서 부실공사가 여실히 드러난 만큼, 전면 재시공은 안전을 위한 당연한 조치이며 보상안과는 별개라는 지적이 인다.

HDC현산 관계자는 보상안 수정 계획을 묻는 질문에서 “현 상황에서 보상안을 당장 수정하겠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서 오해를 풀겠다”고 말했다.

 

‘합리적 처분’ 받겠다며 ‘벌금’만 낸 현산
시간 끌기 의혹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출처=뉴스1

두 사고가 일어난 지 일년여가 지났지만 처벌은 지지부진하다. 현재까지 HDC현산이 감내한 ‘책임’은 유족 보상금과 일부 벌금뿐이다.

민주당 서울·광주시의회 의원들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불법·부실 공사로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등록말소처분 등의 강력한 행정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학동참사에 현대산업개발이 받은 행정 처분은 고작 8개월 영업정지와 과징금 4억원에 불과했다"며 "HDC현산은 8개월 영업정지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가처분 소송을 내는 후안무치함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지난 1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특별감독 현황자료’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해 6월 고용부의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 특별 감독에 따라 처분된 과태료는 1430만 원이다. 하청업체의 과태료 처분 1890만 원 보다 낮은 금액으로,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HDC현산 관계자는 “저희의 기본 입장은 합리적이고 합당한 처분을 받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한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처분에 대해 회사에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출처=뉴스1

일각에선 HDC현산 측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어 및 소명에 나서면서 처분이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인다. 사고에 대한 여론이 잠잠해지면 처벌 수위도 낮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민주당 서울·광주시의회 의원들은 "국토부는 현산에 최고 수위 행정 처분인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서울시에 요청했으나 서울시는 사고 발생 7개월이 지난 8월에야 청문회를 열고 최종 결과 발표를 미뤄둔 상태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토부의 최고 수위 행정 처분 요청에도 서울시가 국민의 눈높이와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최소한의 영업정지 처분으로 끝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행정처분 및 형사처벌이 늦어지는 이유는 사고 원인 파악과 형사재판 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또한 등록말소 요구에 대해 “그렇게 (등록말소가) 되면 회사 운영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합당하다고 생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사고에 대한 임직원의 반성이 깊다”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안전과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

 

한편, 학동참사에 대한 1심 재판 과정에서 HDC현산 관계자들은 소액의 벌금과 집행유예만을 받아갔다. "현산은 철거 공사의 시공자가 아닌 도급자이므로 안전 조치 의무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끝에 내려진 선고였다. 재판 과정에서 이런 혐의는 인정됐지만, 사안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HDC현산에는 사고 관련 형사재판과 서울시 등 정부의 행정처분이 남아있다. HDC현산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벗고 ‘합리적이고 합당한 처분’을 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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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