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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국의 문화톡톡] 비둘기-매 그리고 시간의 꽃
[최양국의 문화톡톡] 비둘기-매 그리고 시간의 꽃
  • 최양국(문화평론가)
  • 승인 2022.10.0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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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는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3~3.2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전 세계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엄습했다. 갈수록 짙어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본색이 R 공포를 키우는 불씨다. 미국의 ‘인플레 수출’을 방어하기 위해 세계 각국도 앞다퉈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전 세계가 금융위기 수준의 경기 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 중앙일보(2022.9.22) -

 버려진 공간에도 시간의 꽃은 거침이 없다. 시간의 꽃은 잃어버린 시간을 수술로, 되찾은 시간을 암술로 하여 황금색으로 피어난다. 잃어버린 시간이 공간 확대를 향한 성장과 상승의 시간이면, 되찾은 시간은 가치 창출을 향한 축적과 하강의 시간이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이 계절에 시간의 꽃을 찾는 여행을 떠난다.

 

비둘기 / 공간 확대 / 성장과 / 상승의 시간

 잃어버린 시간을 좇아서 김광섭(1905년~1977년)이 성북동에서 만난 비둘기를 찾는다. 비둘기는 매우 강한 귀소본능과 뛰어난 지구력 덕분에 연락용으로 자주 활용되며 전시에는 평화, 평시에는 연결의 상징성을 부각한다.

 

* 성북동 비둘기-꿈, Pixabay
* 성북동 비둘기-꿈, Pixabay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중략)~//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 <성북동 비둘기>(1969년), 김광섭 -

《성북동 비둘기》는 산업화를 통한 문명의 발달로 인해 소중한 삶의 터전을 빼앗긴 비둘기를 소재로 해서 자연 파괴와 비인간적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을 보여주는 한편, 불균형적 도시 발전에 따른 도시 서민들의 애환을 대칭적으로 보여준다. 김영철은 <한국대표시인선 50, 1995년>에서 “~(전략)~. 이 시는 두 개의 병렬적인 의식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첫 번째가 ‘성북동’이라는 인간사의 공간과 ‘비둘기’라는 자연사의 공간 병렬이다. 성북동은 인간의 문명 세계를, 비둘기는 원시의 자연 세계를 표상한다. 시 제목인 ‘성북동 비둘기’가 암시하듯이 이 두 상반된 세계 사이의 팽팽한 긴장과 갈등이 이 시의 전체 기저를 형성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단절 공간이다. 그것은 새로 생긴 번지와 구공탄 굴뚝의 병렬을 통해 드러난다. 새로 생긴 번지는 성북동에 새로 집을 짓고 이사한 새 이주자들이다. 비둘기가 삶의 터전을 잃은 것도 바로 이 새 이주자들 때문이다. 그들이 돌을 깨며 새로운 번지를 만들었다. 이전에 비둘기와 함께 평화로운 삶의 공간을 이루던 사람들은 굴뚝에 구공탄 연기를 피워내던 사람들이다. 비둘기는 그들을 아직도 사랑한다.~(중략)~. 이 시는 이처럼 문명에 대한 자연의 무분별한 파괴라는 주제 의식과 함께 불균형한 도시발전에 따른 계층 간의 갈등과 위화감을 형상화한 것이다.”

‘성북동’은 인간 활동의 공간이며 ‘비둘기’는 이에 대응하는 인간 생태의 공간을 상징한다. 활동과 생태의 공간은 산업화를 통한 성장의 마중물로써 공간적으로 연결되어 간다. 공간적 연결이 끊어진다는 것은 ‘우리’의 문제가 ‘나’ 또는 ‘너’의 문제로 분리되어, 각자도생을 위한 성장의 길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또한 ‘성북동’은 인간 욕망의 대상이며 ‘비둘기’는 이에 대응하는 인간 욕망의 결괏값을 나타낸다. 성북동은 서울 남대문로를 넘어 워싱턴 20번가를 돌아 세계를 이어주는 원초적 욕망의 발원지이다. 황금빛 시간의 꽃은 성북동에 뿌려진 그 씨앗을 바탕으로 사랑과 평화를 자양분 삼아 자라난다. 그들만의 번지를 잃어버린 비둘기. 시청광장 팝콘에 가장 빨리 화답하는 닭둘기의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새벽이나 해 질 무렵 꾸꾸륵~꾹꾹하며 구슬프게 우는 것은 그들만의 번지를 찾아 하느님의 광장을 향해 나는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연결되지 않고 꿈이 없는, 공간의 성장(확장)만을 위한 상승은 잃어버린 시간이다. 새파란 아침 하늘을 향해 높이 날아오르는 성장을 향한 꿈은, 잃어버린 시간을 뒤로 하고 매를 꿈꾼다.

 

시간의 / 가치 추구 / 발산 향한 / 축적 과정

 하느님의 광장을 향해 날아오르는 비둘기의 모습은 산업화를 통한 성장의 과정과 중첩되며, 매로 이어진다. 매는 뛰어난 시력, 날카로운 부리와 힘센 발톱을 가진 맹금류다. 조류의 먹이사슬 중 최강자로써 최고의 사냥꾼으로 군림하는 텃새이다. 그들의 경탄스러운 사냥 솜씨는 ‘선 축적-후 발산’의 과정을 통해 나온다. 윤석철은 《경영ㆍ경제ㆍ인생 강좌 45편》(2005년)에서 ”매는 높은 하늘을 맴돌다가 지상에 있는 사냥감을 보면 그를 향해 직진하지 않고, 우선 급전직하로 하강한다. 수직 방향으로 하강하는 동안 중력가속도를 흡수하여 운동에너지를 축적한 후, 먹이를 향해 그것을 발산하면서(조류학자 Grambo의 보고에 의하면 시속 320킬로미터라는 놀라운 속도로) 먹이를 낚아챈다고 한다. 물리학자들은 이런 우회(roundabout) 코스를 ‘최소시간(brachistochrone)의 경로’라고 부르며 그 방정식 형태까지 도출했다.“라고 한다.

 

* 매-우회 축적을 위한 선회, Pixabay
* 매-우회 축적을 위한 선회, Pixabay

이러한 ‘우회 축적의 원리’는 목적으로 하는 대상물의 가시성 여부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첫째는 대상물이 가시적인 경우, 눈앞에 보이는 형식적인 최단 직선 경로 대신 우회 경로를 지나며 발산을 위한 응축된 힘을 축적하는 시간이다. 이는 사냥꾼으로서 매의 축적을 향한 시간이다. 둘째는 대상물이 아직 비가시적인 경우, 무분별한 시도보다는 성장이나 도약을 위해 필요한 역량을 제고하거나 대상을 분석하는 데 체계적으로 투입되는 시간을 의미한다. 이는 몇십 년 동안 바늘 없는 낚싯대를 드리운 채 시간이란 지혜를 낚다가, 팔십 세 때 등용되어 주나라의 중국 천하 통일이란 꿈을 이룬 강태공의 축적을 위한 시간이다.

‘선 축적’은 현상과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분석력과 발산을 위한 최적의 시간 투입에 대한 통찰력 따른 연결형 하강이다. ‘후 발산’은 축적된 역량의 효율적 활용과 창출된 가치의 공간적 공정한 배분을 위한 꿈이며 힘이다. 이를 충족하지 못한 ‘선 축적’과 ‘후 발산’, 그리고 ‘선 축적-후 발산’은 사냥의 실패나 더 힘든 사냥을 향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연결되며 꿈이 있는, 시간의 축적을 위한 하강은 되찾은 시간이다.

먹잇감이란 꿈을 향해 황금빛 낮 땅을 보며 낮게 떨어지는 축적은, 무분별한 팽창과 단선적 머뭇거림으로 인해 높이 날아오른 욕망의 하강을 통한 안정을 바란다. 축적은 되찾은 시간이 되어 발산으로 이어지며 먹잇감을 낚아챈다.

 

시간과 / 공간 가치의 / 조화 좇는 / 시간의 꽃

 비둘기와 매를 좇으며 시간의 꽃을 찾아 떠난 어느 여행지에서 잠자리에 든다. “오래전부터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일인칭 소설.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년~1922년)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927년)를 읽는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M.Proust, 1927년), Google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M.Proust, 1927년), Google

이는 1권 〈스완네 집 쪽으로〉~7권 〈되찾은 시간〉으로 구성된 장편 소설로써, 단순해 보이는 사건들의 세부적 묘사로 이어지는 나열성 이야기와 일인칭 화자의 회상을 통해, 소설 내 분산된 모든 요소 간의 연결성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며 문학~기억~시간 의식을 연결한다. 이는 의식의 흐름을 통해 모든 것을 찾고자 하는 개별적 보편성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추구한다.

자본주의는 성장과 축적을 통한 문명 진화의 디딤돌이다. 성장은 공간 가치의 확대를 위한 상승으로써 경제 성장이며, 축적은 시간 가치의 창출을 위한 하강으로써 물가 안정으로 발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은 그 선순환적 주기와 생태계와의 연결을 기준 변수로 하며, 스완네 집 쪽으로 향해가는 ‘나’의 회상, 잃어버린 시간으로 연결된다. 축적은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시간 가치이다. 이는 물가 안정을 향한 경제적 힘인 금리로써, 되찾은 시간으로 찾아온다. 금리는 시간의 장단에 따라 변하는 화폐(돈)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으로써, 경제라는 유기체에 대해 그 넓이(기간)와 깊이(금리/이자율)를 통한 3차원적 공간감을 부여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를 반영한 현재와 미래 간의 가치를 표현한 돈의 기간별 가격표이다. 통상적으로 화폐의 현재 가치는 미래 가치보다 크므로, 플러스(+) 금리가 순리이나, 가끔은 미래로 갈수록 화폐의 가치가 커지는 것을 반영하는 마이너스(-) 금리로 흘러간다.

지금 세상은, 거침없는 미국의 금리 향한 광폭 행보 따른 시간 가치 발 킹달러로 인해 비틀거린다. 시간의 가치는 고려하지만, 공간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금리 인상은 우회 축적의 원리를 무시한 직진형이다. "미국 달러는 우리의 돈이지만, 당신의 문제다(It’s our currency, but your problem)."라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해 뉴스1(2022년 9월 30일)은, “지난 1971년 11월 주요 10개국(G10) 회의에서 나온 존 코널리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이다. 당시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다고 유럽 장관들이 비난하자 코널리가 내뱉은 응수였다. 그리고 전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여파에 휘청이면서 50년 전 코널리의 발언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라고 한다. 우회 축적의 원리에 따른 적절한 축적의 깊이와 발산의 넓이를 고려하지 않은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의 역수출을 초래 한다. 자국 내 물가 안정을 위한 화폐의 시간 가치만을 고려하고 글로벌 공간 가치는 외생변수로 하는 스텝과 스텝들이, 안정적 발산을 향한 세상의 걸음걸이를 황새걸음으로 만든다.

시간과 관련하여 고대 그리스어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 첫 번째인 크로노스(Chronos)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계속해 흘러가는 객관적·정량적 시간이다. 달력과 시계 속의 숫자에 부여된 시간으로써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제품인 시간으로써 평등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두 번째인 카이로스(Kairos)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개입된 주관적·정성적 시간이다. 시간의 단위보다는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또는 일어날 수 있는 구체적 수단들에 의해 목적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는 가치인 시간으로써 공정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공간 확대를 위한 성장과 상승을 추구하는 것은 잃어버린 시간으로써, 시간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크로노스일 수 있다. 금리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화폐 가치가 그 비중을 달리한 채, 교집합의 형태로 반영되는 화폐의 가격이다. 과거는 현재의 어느 순간에 드러날 가치를 기다리고 있는 어떤 것이며, 현재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추구할 가치를 꿈꾸고 있는 어떤 시간이다. 그러므로 금리는 가치 창출을 위한 축적과 발산을 추구하는 되찾은 시간으로써, 공간 가치를 고려한 카이로스가 되어야 한다. 시간은 모든 가치를 아우르며 흘러간다. 그러므로 시간은 공간을 위한 가치를 배려하여야 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시간의 꽃은 금리이다. 금리를 두고 비둘기파와 매파가 대립하지만, 세상의 하늘은 사냥꾼 주도의 게임에 익숙해져 간다. 시간 가치에 대한 매의 욕망 전쟁에, 글로벌 공간 가치도 꽃으로 피어나 비둘기와 매의 하느님 광장 놀이를 즐길 수 있을까? 이 가을 아침, 새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의 어우러짐은 세상의 모든 다양성을 넘어서며 변해 간다.

 

 

·최양국

격파트너스 대표 겸 경제산업기업 연구 협동조합 이사장

전통과 예술 바탕하에 점-선-면과 과거-현재-미래의 조합을 통한 가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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