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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의 문화톡톡] 아이와 함께하는 역사문화기행 : 세계유산과 조선왕릉길Ⅰ
[김정희의 문화톡톡] 아이와 함께하는 역사문화기행 : 세계유산과 조선왕릉길Ⅰ
  • 김정희(문화평론가)
  • 승인 2022.10.31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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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조선왕릉  융릉건릉
세계유산 조선왕릉 융릉건릉 ⓒ김정희

세계유산과 조선왕릉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2021년 기준으로 1,154점이 등재되어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해인사장경판전을 시작으로 2021년 한국의 갯벌이 등재되면서 현재 15점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에는 조선왕릉 42기 중에서 북한에 있는 2기를 제외하고, 40기가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조선왕릉이 세계유산이 된 이유는 한 왕조의 왕릉이 모두 보존되어 있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왕릉 건축문화, 그리고 아직도 제향 의식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한다.

 

융릉
융릉 ⓒ김정희

예전 왕릉은 학생들의 소풍장소였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한구석에서 점심으로 싸온 김밥을 먹고 장기자랑도 하고, 능침 옆으로 미끄럼을 타며 놀기도 했다. 그때 선생님들이 올라가면 안 된다고 했던 것 같으나 한 학교도 아니고 여러 학교에서 모인 아이들 모두가 선생님의 말을 듣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곳이 누구의 무덤이며 왜 그곳에 무덤이 있는 것인지 배운 적은 없는 것 같다. 서오릉, 서삼릉, 동구릉은 그저 하나의 능이고, 정릉은 동 이름, 태릉은 능이 아니라 스케이트장인 줄 알았다. 그 뒤로 소풍은 체험학습으로 바뀌었고, 체험학습장소는 놀이동산으로 바뀐 지 오래되어 서오릉, 동구릉은 잊혀진 기억이 되었다.

그리고 조선왕릉은 세계유산이 되어 나타났다.

 

ⓒ김정희

세계유산 조선왕릉을 찾아가는 길

우리의 문화유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었기 때문에 가치가 더 높아졌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긍정적인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 후 조선왕릉관리소가 신설되었고, 이후 궁능문화재과와 통‧폐합되어 2019년 1월부터는 신설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에서 조선왕릉을 관리하고, 누리집을 통한 정보제공과 함께 다양한 행사들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조선왕릉을 찾아가려고 하면 어디부터 가야 할지 막막하다. 관람은 자유롭게 할 수 있으나, 궁능유적본부에서 발행한 조선왕릉길 교통지도에 왕릉은 스무 군데나 표시되어 있다.

태정태세문단세

조선왕릉은 조선과 대한제국의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 무덤을 통틀어 말하는 것인데 그 숫자가 73명이나 된다. 조선왕실의 무덤은 신분에 따라 능, 원, 묘로 구분된다. 능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무덤이고, 원은 왕의 친부모, 왕세자와 왕세자빈, 황태자와 황태자비의 무덤이다. 묘는 왕족과 후궁, 폐위된 왕과 왕비의 무덤을 말한다.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언제 어떻게 배우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나면 알게 되는 조선왕의 순서이다. 고종과 순종황제를 포함하여 27명 순서대로 왕릉을 가보면 좋을 것 같지만 왕의 이름과 왕릉의 이름이 일치하지 않고, 무덤의 숫자만큼이나 사연도 제각각이라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왕릉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하나씩 이어가다보면 역사공부는 저절로 될 수 밖에 없다.

 

서오릉역사문화관
서오릉역사문화관 ⓒ김정희

조선왕릉전시관과 역사문화관

아이와 함께 왕릉탐방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선 태릉과 강릉을 추천한다. 태릉‧강릉 입장권으로 태릉‧강릉을 둘러본 후 조선왕릉전시관을 꼼꼼히 관람한다면 왕릉에 대해 거의 모든 것들을 알게 될 것이다. 조선 왕릉의 공간구성과 기능에 대한 설명이 아주 자세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동구릉, 광릉, 사릉, 홍릉‧유릉, 선릉‧정릉, 서오릉, 파주삼릉, 융릉‧건릉, 장릉에 역사문화관이 있다. 또한, 여주 영릉의 세종대왕 역사문화관은 조선왕릉뿐만이 아니라 세종대왕에 대한 전시가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다.

한눈에 보는 조선왕릉

조선왕릉은 대체로 비슷한 형태로 되어 있고, 설명이 표시되어 있는데 평소 잘 쓰지 않는 용어들이라 쉽게 이해가 되지 않으니 몇 가지 용어를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홍살문
명릉 홍살문 ⓒ김정희

홍살문

향로와 어로 가 시작되는 곳에 신성구역임을 표시하기 위해 세워놓은 문이다.

 

헌인릉재실
헌인릉재실 ⓒ김정희

재실

왕릉의 관리를 담당하던 참봉이 상주하던 곳으로 제사에 쓸 향을 보관하고 제기를 간수하며 제사와 관련한 전반적인 준비를 하던 곳이다. 이곳에서 제례를 위한 준비가 이루어지므로 제례가 시작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향을 보관하는 향대청, 제관이 머무는 재실, 제수 장만 등을 주관하는 전사청, 제기를 보관하는 제기고 등이 있다.

신도비와 표석

신도비는 왕의 업적을 나열한 글인 서문과 왕의 업적을 찬양하는 노래 글을 새겼다. 북한에 있는 환조(태조의 아버지)정릉과 태조의 첫 번째 왕비 신의왕후의 제릉을 시작으로 태조 건원릉, 태종 헌릉, 세종 영릉까지 조선 초기에만 만들었다. 표석은 앞면에 능의 이름을 적고 뒷면에는 생년월일, 재위기간, 왕릉을 만든 날과 위치 등이 적혀 있다.

비각 신도비와 표석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건원릉정자각
건원릉정자각 ⓒ김정희

정자각

정자각은 丁자형 건물이라 정자각이라 한다. 선왕과 왕비에게 제향을 올리는 공간, 제상을 차려놓고 혼백을 모시는 공간, 절을 올리는 곳으로 기둥만 있는 개방적 공간으로 되어있다.

수라간은 제향이 있을 때 간단히 음식을 데우거나 조리를 하는 곳

수복방은 능침 공간을 청소하고 지키는 능지기가 머무는 곳이다.

왕릉의 석물들

망주석, 장명등, 문인석과 무인석, 석사자, 석양, 석호, 석마등 다양한 동물들

 

정조국장도감의궤
정조국장도감의궤 ⓒ김정희

기록의 나라 대한민국

세계기록유산은 모두 432건인데 대한민국은 16건이 등재되어 있는 세계기록유산 4위국가이다. 기록의 나라답게 왕의 장례부터 왕릉의 건축, 제향, 제향음식 조리법, 왕릉 공간의 보존, 관리에 관한 모든 내용이 자세히 글과 그림으로 남아있다. 국조오례의, 국조상례보편, 강릉지(康陵誌), 광릉지(光陵誌)를 비롯해 각 능의 능지, 국장도감의궤, 빈전도감의궤, 산릉도감의궤, 태상지등 조선왕릉을 둘러싼 기록물들은 조선왕릉이 과거에만 머물지 않도록 하는 힘을 주는 것 같다. 아마도 조선왕릉이 세계유산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융릉을 둘러싼 소나무들
융릉을 둘러싼 소나무숲 ⓒ김정희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왕릉을 둘러싼 자연이다.

헌릉에 갔을 때 어떤 사람이 일행에게 이렇게 말했다. “서울에 어떻게 이런 곳이 남아 있을 수가 있어? 누가 도로 바로 옆에 이런 자연이 있다고 생각하겠어?”

 

 

·김정희(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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