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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의 문화톡톡] 〈섹스 앤 더 시티〉에 PC 끼얹기
[해달의 문화톡톡] 〈섹스 앤 더 시티〉에 PC 끼얹기
  • 해달(문화평론가)
  • 승인 2023.02.0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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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미란다, 샬롯이 돌아왔다. (사만다는 빼고!) 

최근 미국에서는 과거 인기 드라마의 리부트가 대유행이다. OTT와 프로덕션 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그 붐을 타고 〈섹스 앤 더 시티〉도 리부트 시리즈를 공개했다. 원조 드라마가 총 6개의 시즌과 2편의 영화를 끝으로 막을 내린 지 17년 만의 일이다. 〈가쉽걸〉이 새로운 캐스팅으로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전략을 택한 것과는 달리 〈앤 저스트 라이크댓: 섹스 앤 더 시티〉은 어느덧 50대가 된 캐리, 미란다, 샬롯의 변화된 삶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의 상징과도 같았던 사만다는 영국으로 가 버렸다. 사만다 역의 킴 캐트럴이 캐리 역의 사라 제시카 파커와의 불화설로 불참을 선언했다는 ‘썰’이 있다) 

몇 년 전부터 리부트에 관한 소식을 흘려가며 팬들의 기대감을 잔뜩 끌어올려 놓았던 작품이지만, 막상 공개된 이후 평단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반반이다. 어쨌든 시즌2는 제작 확정이다. 

이 글의 목적은 개인적인 감상평에 있지 않으니, 오늘의 주제로 직진해보자.  

사실, 1회에서 캐리가 출연하는 팟캐스트의 진행자가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이라고 자신을 소개할 때부터 딱 감이 왔다. 사만다가 빠진 자리를 대신하여 새롭게 투입된 새 친구들은 역시나 모두 유색인종으로 안배되었고, 몇몇 에피소드들은 대놓고 선언적이다. 최근의 문화콘텐츠, 특히 미국산 드라마, 영화들이 숱하게 써먹고 있는 영상전략을 이 작품이라고 피해 갔을까? 기시감이 느껴진다. PC, 또 너로구나! 

 

17년 만에 돌아온 앤 저스트 라이크 댓: 섹스 앤 더 시티
앤 저스트 라이크 댓: 섹스 앤 더 시티

블랙워싱과 할당제 

PC는 정치적 올바름을 뜻하는 Political Correctness의 약자로 인종, 성, 종교 등에서 차별과 편견이 포함된 언어나 표현을 쓰지 말자는 운동이다. 인권 감수성, 성인지 감수성, 종교에 의한 차별 금지, 포용주의 등의 이슈들이 모두 정치적 올바름과 연관된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 첫 느낌은, 과.격.하.다. 였다. 왜 사회도, 문화도, 도덕도 아닌 정치가 붙었을까? 확실히 ‘물결, 조류(Wave)’보다는 ‘신념, 신조(Dogma)’에 가까운 뉘앙스를 느꼈던 것 같다. “내가 딱 정해줄게. 오늘부터는 이 단어를 쓰도록 해! 이것이 올바름이야!” 이것이 도그마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오랫동안 PC를 잊고 살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부쩍 그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대개는 화가 잔뜩 난 사람들이 이 단어를 공격용 무기로 사용 중이다. 이에 대해 어느 칼럼에서 매우 공감 가는 지적을 해놓았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올바름이란 개념은 들어오자마자 ‘설명충, 진지충, 선비질, 깨시민’과 비슷한 사용법을 갖는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말이 됐다. 제대로 사유되기도 전에 도태부터 당한 용어가 ‘정치적 올바름’이란 개념일 것이다.
- 채효정, PC, Political Correctness, (워커스 48호)

사람들이 PC를 이토록 자주 거론하는 이유는, 단어 앞에 붙은 ‘정치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최근 너무나 많은 문화콘텐츠에 결합되어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결합이라는 표현은 너무 유하다. PC는 전 세계 문화콘텐츠 산업의 판을 갈아엎고 있다. 

과거에는 당연히 남성에게 돌아갔을 배역들을 여성 배우가 독차지하고, 인종의 안배는 기본값이 되었다. 성소수자나 장애인들도 더 이상 숨어있지 않고 당당히 주역의 대열에 오른다. 이런 고려는 당연히 스토리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백 년이 넘도록 가족관계를 알 수 없었던(사실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셜록 홈즈에게 오빠 못지않게 추리력이 뛰어난 여동생이 생기는가 하면(〈애놀라홈즈〉, 넷플릭스), 흑인 여왕의 등극으로 흑인 귀족이 득세하는 가상의 왕조가 열리기도 한다. (〈브리저튼〉, 넷플릭스) 

마블의 히어로와 디즈니의 공주들도 피부색과 성정체성을 바꾸고 있다. 술탄이 된 자스민(〈알라딘〉), 결혼하지 않는 엘사(〈겨울왕국〉), 심지어 흑인 요정 지니(〈알라딘〉)까지도 이견의 여지없이 참신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라틴계 백설공주와 흑인 인어공주에 이르면 캐스팅은 논란거리가 된다. 

주요 배역을 흑인들이 독차지하면서 과거의 ‘화이트워싱(유색인종 캐릭터를 백인 배우가 맡는 행위로 인종차별의 의미를 내포)’을 미러링한 ‘블랙워싱’이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물론 ‘화이트워싱’에 담겼던 비난의 의미까지도 고스란히 되가져온 단어다. 인종의 기계적 안배에 대해서는 ‘할당제’라는 비아냥이 붙는다. 앞서 말했듯 PC가 들어오자마자 부정적 의미를 가지게 된 한국에서는 ‘PC충’, ‘PC 묻었다’, ‘PC에 절여진’과 같은 조롱이 일상화됐다.  

PC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가진 디즈니는 팬들의 반발에도 캐스팅을 철회하는 대신, “이렇게까지 설명했는데도 캐스팅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건 당신의 문제”라고 맞받아친다. 혹자는 오늘날의 PC 논쟁이 문화전쟁이라고 했는데, 이미 PC주의의 깃발을 내건 디즈니는 한 발도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디즈니는 이미 과거에 자사가 만든 작품들에 반PC주의 요소가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자사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에서 그런 작품들 앞에 다음과 같은 경고문을 달았다. “이 영상은 특정 인종과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를 포함하고 있다. 작품에 나온 스테레오타입은 당시에도 틀렸고, 지금도 틀리다”. 워너브라더스 또한 예전부터 자사의 몇몇 만화에서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이 만화는 오늘날의 사회를 대변하지 않으나 제작 당시의 모습 그대로를 상영하지 않으면 과거에 이런 편견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에 당시 그대로 상영된다”.
 

외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인어공주- 리 베일리, 팅커벨-야라 샤히디,
백설공주-레이첼 지글러, 푸른요정-신시아 에리보가 사진 = 디즈니 

 

(인종에 대한 편견은)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리다. 

그렇다. 시대는 변했다. 정치적 올바름은 사사건건 콘텐츠를 간섭한다. 

몇 년 전 〈섹스 앤 더 시티〉의 리부트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도 이것이었다. 도대체 작금의 PC 광풍을 어떻게 감당해 낼 작정이지?  

이 작품은 인기가 절정을 구가하고 있을 때도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종종 받았다. 주지하다시피 PC주의자들의 주적은 ‘백인/이성애자/남성’이다. 그에 못지않게 그들의 표적이 되는 또 다른 캐릭터 속성은 바로 ‘백인/이성애자/여성’이다. 그 캐릭터에 ‘젊고 예쁘고 날씬하다’는 속성까지 더해지면 ‘성 상품화’라는 논리로 공격당하기 딱 좋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은 이 모든 속성을 하나도 빠짐없이 가지고 있다. 위에서 말한 디즈니플러스나 워너브라더스의 경고문을 응용해보자면, “예쁘고 날씬한 전문직 백인 여성 주인공 설정은 과거에 존재했던 편견이며, 그때도 잘못됐고 지금도 잘못됐다” 그러니 이 드라마는 PC를 ‘묻히지’ 않고서는 도저히 요즘 세상에서 갱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앤 저스트 라이크 댓: 섹스 앤 더 시티〉는 매회 에피소드마다 정치적 올바름을 견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제작진의 고뇌가 화면 밖을 뚫고 나올 지경이다. 

일단 캐릭터의 안배에서부터 ‘할당제’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 가장 성적으로 (심지어 동성애에도) 개방적이었던 사만다가 빠진 자리에 들어온 새로운 친구들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유색 인종으로 채워졌다. 캐리의 부동산 중개인인 시마는 인도인, 샬롯의 새 친구인 리사와 미란다의 대학원 교수인 나이야는 흑인이다. 특히 캐리가 출연하는 팟캐스트의 진행자이자 미란다의 연인이 되는 체는 라틴계 레즈비언으로 아마도 시즌2에서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캐릭터다. 

PC에 대한 제작진의 강박은 샬롯과 리사의 친구 되기 에피소드에서 직설적으로 드러난다.  

샬롯은 딸의 학부모 모임에서 알게 된 리사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마침 리사가 부부 모임을 제안하자 중요한 약속도 취소해가며 파티를 준비하던 샬롯은 자신의 초대 손님들이 모두 백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한다. “(파티에서) 리사 부부만 흑인일 거야.” 샬롯은 놀랍게도 리사의 소외감을 걱정하는 대신, 자신을 걱정한다. “(리사는) 우리에게 흑인 친구가 없는 줄 알 거야!” 샬롯은 고민 끝에 평소 싫어하던 또 다른 흑인 학부모를 초대하기로 한다.  

다행히(?) 첫 번째 파티는 취소되었지만, 이번에는 리사가 준비한 파티에 초대되는 샬롯 부부. 리사의 집에 들어선 샬롯 부부 앞에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진다. 파티 손님들이 모두 흑인이었던 것! 이때 “상황이 반대로 된 것 같군.”이라고 말하며 긴장하는 남편의 표정이 압권이다. 샬롯은 긴장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그래도 아는 사람이 있다며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네지만 그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녀는 민망해하는 샬롯을 위로한다. “나는 그웬이 아니지만 당신이 왜 그랬는지는 알아요.” 흑인은 다 똑같아 보인다는 편견을 드러낸 그 장면은 혹시 제작진의 작심 조롱일까? 

리사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샬롯은 “지난 번 파티가 취소되어 다행”이라고 하며 다짐하듯내뱉은 말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제작진의 생각을 대변한다. 

"다양성 없는 인맥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아."  

                              
HE도 SHE도 아닌 THEY

‘PC 묻은’ 또 다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미란다다. 인권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미란다는 첫날부터 큰 실수를 저지른다. 미란다는 레게머리를 한 젊은 흑인 여성에게 교수 자리에 앉지 말라고 말하는데, 알고 보니 그녀가 바로 교수였다! 인권 공부를 하러 간 자리에서 인종(과 나이)에 대한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 것이다. 

또 있다. 자식뻘인 동료 학생들은 이미 체득하고 있는 PC 용어들이 미란다의 입에는 영 달라붙지 않는다. 특히 HE(그)도 SHE(그녀)도 아닌 성 중립적 대명사인 THEY(그들)를 바로바로 말하지 못해 몇 번씩이나 실수를 되풀이한다. 그럴 때마다 미란다는 단어를 고쳐 말하며 쩔쩔맨다. 하버드 법대 출신의 변호사, 사랑에는 서툴지만 넷 중 가장 지적인 미란다가 이 작품 속에서는 내내 허둥대기만 한다. 이 정도면 요즘 말로 캐붕(캐릭터 붕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니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 같기도 하다. 현실에서 PC를 실천하며 살기란 어렵다. THEY(그들)와 같이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PC 용어들은 정치적, 윤리적 상황에 따라 비교적 자주 업데이트되기에 끊임없이 새로운 단어를 배우고, 익혀야 된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 장애우로 바뀌었다가 장애인으로 바뀌는 식 말이다.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이라는 속담을 PC 용어로 바꾸려면? 아, 골치가 아파진다.  

절대 써서는 안 되는 단어도 있다. 최근 방송작가들의 최대 스트레스 중 하나는 자막에 사용해선 안 될 단어들, 통칭 일베 용어들을 걸러내는 일이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혐오 단어들이 교묘한 세탁 과정을 거쳐 오프라인에서 일상화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 경우 정말로 몰라서 방송에 그냥 내보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은어나 신조어는 욕 비슷해 보여도 제재받지 않지만, 혐오 단어들은 댓글의 뭇매를 맞게 되므로 작가들은 자주 노이로제에 걸린다. 
 
뿐이랴. 작품 외적인 면에서도 정치적 올바름이 예민하게 작동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슬쩍 넘어갔을지도 모를 출연자의 학폭이나 성 비위, SNS상의 혐오 발언 등을 방송작가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 말한다. 그렇게 우리는 미란다처럼 PC의 시대의 새로운 도덕률을 섬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제5의 주인공은 뉴욕이고, 마놀로 블라닉, 지미 추,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같은 브랜드가 제6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화려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이 먼저 회자하곤 하지만, 〈섹스 앤 더 시티〉는 당대 여성들의 일, 사랑, 우정을 가장 섬세하게 파고들었던 드라마였다. 개인적으로 최애 드라마는 아니었을지언정, 사소한 장면에서 뒤통수를 맞기도 하고, 별것 아닌 에피소드에서 꺼이꺼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던, 말하자면 시절 친구 같은. 

또 하나, 〈섹스 앤 더 시티〉는 여성들이 스스로 욕망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틀을 깬 드라마였다. 여자의 욕망에 대한 직설은 인종을 불문하고 남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드라마의 기획자이자 초창기 프로듀서였던 대런 스타는 한 인터뷰에서 “여자 주인공들이 결혼하는 결말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적 있다. 남자의 구원을 기다리지 않고, 결혼으로 가부장제의 관습으로 들어가지도 않는 여성들은 그 자체로 전복적인 캐릭터였고, 여자들끼리 우정을 나누고 연대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는 지금 봐도 충분히 도발적이다. (물론 대런 스타가 제작진에서 빠진 후 주인공들은 모두 남자를 만나고 결혼하는 결말로 끝나긴 했지만) 

요즘은 많은 콘텐츠가 PC를 안고 간다. 〈애놀라 홈즈〉처럼 PC와 페미니즘을 영리하게 차용해서 성공을 거둔 작품도 있지만, 대개는 어정쩡한 타협으로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결과물들을 내놓는다.  

〈앤 저스트 라이크 댓: 섹스 앤 더 시티〉도 확실히 전자는 아니다. 애썼지만 ‘아직은’ 좀, 많이 이상하다. 모든 캐릭터, 모든 에피소드에 PC를 찔끔찔끔 묻히려 하기보다 예전의 그 아우라를 믿고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어땠을까? 〈애놀라 홈즈〉처럼 직설하고 직진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PC와 맞장을 뜨든지. 왜? 이미 도발해 본 적 있으니까! 그 느낌 아니까! 

무엇보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지만, 상황이 그랬다지만, 연애와 모험은 어디 갖다 버린 거냐고! 그저 산책하고 사색하기만 할 거라면 그 제목부터 갖다 버리시길. 

 

앤 저스트 라이크 댓: 섹스 앤 더 시티 -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

And Just LIke That (그래서 그렇게)

글을 마치기 전에 출연 배우 세 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덧붙여볼까 한다. 재밌게도 모두 이 글의 주제인 ‘정치적 올바름’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이러한 작품 바깥의 사정들도 스토리가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는 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아래는 다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드라마를 보실 분은 여기서 읽기를 멈추시라 

1번. 빅(크리스 노스). 만남과 헤어짐을 수없이 반복하여 서로 징하게 질척거렸지만, 마침내 캐리와의 결혼에 골인한 운명의 상대, 미스터 빅(크리스 노스)이 1회 만에 죽어버린다. 첫 장면에서 둘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캐리가 연애할 일이 없으면 시즌 하나를 어떻게 끌고 가? 빅이 또 바람피우나? 드라마에 집중은 않고 딴 생각 하다가 뒤통수, 아니 앞 통수를 정면으로 얻어맞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스토리 전개라 몹시 황당하면서도, 이게 정말 제작진의 의도였을까 내내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의도했다고 하기엔 이후 스토리 전개가 왜 지지부진? 이상해, 이상해, 하다가 드라마는 끝이 나 버렸고, 그 후에 찾아보니 빅 역을 맡은 배우가 성추행 고소를 당해 급히 하차시켰다고 한다. 역시 그랬군. 

2번. 게이 친구 스탠포드. 3명의 다른 주인공을 제외하면 캐리의 가장 절친이었던 스탠포드가 드라마 중간에 갑자기 사라진다. ‘말 잘 통하는 게이 친구’라는 설정은 이미 클리쉐가 되어버렸지만, 리부트 시리즈에서도 예전과 다름없이 주인공들의 브런치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야망을 드러내는 스탠포드를 보면서 PC 심화 코스에 해당하는 에피소드 하나쯤 끌고 오려나 했는데 말이다. 알고 보니 그 역을 맡은 배우가 암으로 사망한 거라고. 거참. 논란의 배우는 죽여 버리더니 실제 사망한 배우는 인플루언서 매니저와 함께 해외 투어를 떠난 것으로 처리했다. 

3번. 미란다. 앞에서 썼듯 캐릭터 붕괴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미란다 캐릭터가 원작과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결혼생활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다가 갑자기 체와 러브러브 한 관계로 발전한다. 또 한 번, ‘이거 뭐지?’ 싶었던 장면. 그런데, 몰랐다! 미란다 역을 맡은 배우 신시아 닉슨이 실제로 <섹스 앤 더 시티> 종영 후 남편과 이혼, 양성애자로 커밍아웃,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와 동성결혼했다는 사실을. 그뿐만 아니라 2018년에는 최초의 레즈비언 주지사를 슬로건으로 걸고 뉴욕 주지사에 출마한 경력까지 있었네. 체 역을 맡은 배우도 실제 레즈비언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 드라마에서는 캐릭터와 배우의 삶이 연동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 시즌2서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살짝 궁금해진다. 



 

글·해달
방송작가.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웹드라마, 예능 바닥을 굴러온 글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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