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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빨간사과, 잡스의 은빛사과에 이은 "뱀파이어의 푸른사과"가 온다!
아담의 빨간사과, 잡스의 은빛사과에 이은 "뱀파이어의 푸른사과"가 온다!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3.02.17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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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푸른 사과의 비밀』
- 거대하고 따뜻한 세계관... “뱀파이어 장르의 새로운 획을 긋다”
- 네이버 웹소설 부문 챌린지리그 1위 이어, 베스트리그 최단기 상위권 진입

 

현대인은 고뇌한다. 날 때부터 시작되어 끝이 보이지 않는 치열한 생존경쟁 때문에. 때로는 나를 ‘나’로 존재할 수 없게 하는 오해와 혐오 때문에. 또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랑과 우정, 가족 때문에….

한 소녀가 한강에 뛰어들었다. 이 모든 족쇄를 벗어던지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몇 초가 지난 뒤, 온몸에 느껴지는 건 차디찬 물이 아닌 따뜻한 온기뿐이었다. 누군가 추락하는 몸을 두 팔로 받아낸 것이다. 키 큰 남자의 코트 자락이 상쾌한 바람에 휘날리고 상큼한 레몬 향이 코끝에 맴돈다.

“우리는 너의 능력을 빌려서 인류의 미래를 구하고 싶어.”

고통과 불신을 몰아내고 사랑이 가득한 세계를 만들어가자는 그의 제안을 과연 믿어도 될까? 이것은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과 조금도 평범치 않은 뱀파이어의 이야기다.

 

 

21세기 뱀파이어는
<망원동 5대 강령>으로 통한다!

 

『푸른 사과의 비밀』 1, 2권이 동시 출간됐다.
작가: 아르망
출판사: 이야기동네
가격: 각 16,500 원

올해 2월 출간된 판타지 소설 『푸른 사과의 비밀』은 현대사회의 우울함과 고단함을 단숨에 날려줄 흥미진진한 뱀파이어 이야기를 전한다. 네이버 웹소설 부문 챌린지리그 1위에 이어, 베스트리그 최단기 상위권 진입이라는 기록을 세운 이 소설은 새로운 판타지를 원하는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18세기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21세기 서울 합정동까지 기나긴 여행을 해온 파스칼은 지금껏 우리가 알던 뱀파이어와는 어딘가 다르다. 인간과 동물을 함께 살아야 할 친구로 여기는가 하면, 피를 통해 섭취해야 하는 철분이나 마그네슘은 영양제로 대체한다. ‘흡혈귀’의 명성을 내다 버린 파격으로 보이지만, 사실 뱀파이어들의 행동강령인 <망원동 5대 강령>에 분명히 명시된 사항이라나 뭐라나.

 

<망원동 5대 강령>

첫째, 인간은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할 친구이며, 우리는 절대로 인간의 피를 탐하지 않는다.

둘째, 동물은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할 친구이며, 우리는 절대로 동물의 피를 탐하지 않는다.

셋째, 우리는 불에 익히지 않거나 가공되지 않은 육류와 생선류는 먹지 않는다.

넷째, 우리는 몸에 부족한 비타민, 단백질, 지방, 철분, 인, 마그네슘 등 영양소를 인간이나 동물의 피가 아닌, 영양제에서 섭취하도록 한다.

다섯째, 우리는 궁극적으로 비건주의를 지향하며, 이를 위해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며 청결을 위해 비린내를 없애는 레몬 향을 상시 구비한다.

 

파스칼 덕분에 목숨을 건진 주인공 민주는 뱀파이어 친구들과 함께 거대하고 신비한 세계관을 탐험한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신비한 초능력, 뱀파이어 증후군인 포르피린증 치료제와 우등 유전자 선별을 위한 인공 자궁 공장까지.

“뱀파이어 소설 장르의 계보가 있다면, 새로운 획을 그을 만한 놀랍고 흥미로운 소설”(이효진EBS<지식채널e>작가)이라는 추천사가 아깝지 않은 이유다.

 

현대인의 공허함을 꿰뚫어보는
'착한 뱀파이어'의 응원

 

『푸른 사과의 비밀』 삽화 (1권 3p., 아르망)

작가 ‘아르망’은 파리와 서울의 동네 이야기를 채집하는 몽상가다. 그는 현실과 판타지의 교착점에서, 또 다른 생명체에 대한 발칙한 상상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세상에서 합정과 망원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뱀파이어, 상처 많은 젊은이, 고양이와 비둘기, 강아지들과 인사를 나누는 만남의 장이다.

작가 아르망만의 독특한 시선은 그의 첫 번째 소설인 『푸른 사과의 비밀』에서 도드라진다. 그는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꿈과 좌절, 생명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23편의 에피소드로 그려냈다.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시험 성적, 질병, 성정체성 등 제각기 사정으로 고통받는다.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되지만, 사실 흔히 볼 수 우리들의 모습이다.

이때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열쇠는 언제나 ‘공감’이다. 이기심과 경쟁으로 공허해져버린 현대인의 마음에, 민주와 파스칼은 인류애를 채워 넣는다. 그러면서 우리 삶의 평온과 행복이 언제나 근본적인 가치, 즉 ‘사랑’에 있음을 알려준다. 이야기 속 뱀파이어의 상징인 ‘푸른 사과’는 바로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아담이 금단의 빨간 사과를 먹고 인류의 시초가 되었고, 스티브 잡스가 그 후 흐트러진 인류를 한데 묶으려 설익은 은빛 사과를 베어물었지만, 정작 우리사회는 혼돈과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

이때 작가 아르망은 뱀파이어의 ‘푸른 사과’를 내밀었다. “우리는 너와 더불어 사랑의 과즙이 풍부한 푸른 사과를 심어 인간계에 결핍된 공감력을 다시 재생시킬거야.” 파스칼의 대사처럼, 지친 세상 속의 위로 한 조각, 또 내일로 나아가는 희망을 건네고 싶었던 걸까?

소설을 감상하는 동안 책속의 주인공처럼 절두산 주변을 산책하고, 합정동과 망원동 사이를 오가며 서교동, 연남동, 연희동, 경의선 숲길, 상수동의 꼬불꼬불 골목길을 걷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어쩌면 어느 골목에선 민주, 파스칼, 니콜라, 셀린, 루즈, 쇼브를 마주쳐 유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글 · 김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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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kimyura@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