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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문화톡톡] 공간과 공연
[이인숙의 문화톡톡] 공간과 공연
  • 이인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3.03.2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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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특별한 감정을 우리에게 준다. 특히 공연이 있는 무대라는 공간은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특별한 장소이다. 공연장은 공연이 이루어지는 곳 이기도 하고 제작자와 관객. 그리고 배우(예술가)가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며, 공연이라는 문화를 시간과 돈으로 교환하고 같이 작품을 공유하는 특별함이 있는 장소이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선별하여 규정한 무대라는 공간은 상품의 특성, 교환되는 방식, 소비되는 상품, 제공되는 서비스가 다른 문화상품과 구별되는 특성을 가진다. 또한 공연장은 공연장만이 가지는 배치, 설비, 기능, 등이 상징적 가치를 가지며 공연장이라는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내에 발생되는 인위적으로 의도된 작품의 공유와 해석이 있는 곳이다. 그 장소에 있는 모두는 최소한 주어진 시간 동안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무대에 몰입하고 그를 통한 감정적, 심리적 자극이나 활기를 얻게 되는 특별한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모두 공간 속에 존재한다. 평소에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그래서 인식도 못하는 공간 속에서 익숙함을 넘어 무의식적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때때로 이색적인 공간에서의 경험과 의외의 창의적인 구조를 보고 감명을 받을 때가 있다. 일상의 반복에서 이탈하는 경험, 의식 못했던 공간이 불쑥 마음에 다가오는 듯한 새로움, 이러한 경험은 일상에 상상력을 가지게 하고 우리의 생각 속에 있는 제한된 틀을 깰 뿐 아니라 사고의 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포항공대신문(http://times.postech.ac.kr) 에서 이승훈기자는 문화 - 공간과 창의성이라는 글을 통해 ”창의성이란 ‘새로운 관계를 지각하거나 비범한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등, 전통적 사고유형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뜻하며, ‘새로운 무엇을 만드는 활동”이라 말한다 그리고 창의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지적 능력, 지식, 사고유형, 성격, 동기, 환경 등이 있는데, 공간과 창의성과의 상호작용에 집중하여 창의성을 설명 한다. 공간의 크기, 기능, 동선, 쾌적함, 색, 벽의 위치, 창문, 모양 등이 우리의 일상공간과 전혀 다르다면 우리에게 의외의 감정과 경험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현대에는 고정화된 공간보다는 창의적인 업무공간으로 새롭게 대체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는 추세라 한다. 공간이 창의성에 영향을 주는 이유 일 수도 있고, 감성과 분위기를 새롭게 제공함으로써 사고의 전환을 의도 한 것 일 수도 있고, 보다 원활한 소통의 공간을 통한 자율적인 협업과 융합, 창의성을 자극하는 것일 수 있다. 이처럼 공간의 의미는 변화한다.

주거 공간은 가족의 생활주기를 반영하고 공간에서의 행동과 생활을 규정한다. 집은 그래서 오랜 시간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표준화 되어 왔다, 공간의 표준화는 효율적일 수 는 있지만 변화와 다양성의 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다양성과 역동성이 결여된 공간은 매력이 없게 느껴지고 보편성에 치중하면 특수성을 가지기 어렵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공간은 우리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공간에서 각기 다른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물리적 공간이 바뀔 때 우리의 마음 상태가 바뀌는 경험을 한다. 공간은 감정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 행동 패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정신의학신문; 광화문 숲 정신과 김인수 전문의) 공간은 각자가 살아온 시간들이 축적 되어 있고 인간내면의 특정한 정서가 형성된곳이며 공간 속에는 많은 기억, 다양한 이미지 들이 투영되어 있다. 때로는 공간에 변화를 주어 효율성을 높이기도 하고 개인의 또 다른 가능성에 자극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

현상이나 사물을 보더러도 사람마다 해석과 느낌이 다르다 예술의 근간은 창의, 창작이다 라고 말한다.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있던 것들에 새로운 개념을 입히고 가치를 부여하여 새로운 의미나 경험을 가지게 하고 감명을 주게 하는 것, 이를 통해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생활을 재구성 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의욕을 가지게 하는 작용을 한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무용을 했다. 6살부터인가 엄마 손에 이끌려 자의 반 타의 반 동네 무용학원을 다니게 된 것이 나의 무용인생의 시작이 되었다. 그만큼 무대라는 공간이 나름 익숙한 공간이 되었고 무대를 보면 설레임과 기대로 심장이 좀 빠르게 뛰는 것 같기도 하고 무대의 먼지 냄새가 왠지 편안한 마음을 준다. 공연장에서나 거리에서, 야외무대에서, 다양한 공연에 참여하고 경험들을 쌓아 왔다.

그러나 대부분 기본적으로 공연작품을 극장의 무대라는 공간을 염두에 두고 제작을 한다. 무대의 크기, 등. 퇴장 동선, 무대가 갖추고 있는 기능, 조명, 음향, 시설 정도에 맞게 작품을 만들어 간다. 그래서 그 무대에 가장 최적화된 효과적이고 극대화된 공연이 실행되는 것이다.

무대공연, 거리공연, 각종 축제나 지역 행사에 크고 작은 많은 공연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각각 다양한 시간대에 다양한 방식, 다양한 목적 아래 공연이 이루어 진다. 행사의 목적을 이루고 가치를 상승시키고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공연 예술이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많은 공연들이 주로 무대에서의 제작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 낸다. .

그러나 공연장소는 그 장소가 가지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무대의 조명, 음향, 기능, 시설, 심지어 분위기까지 극장이 아닌 야외나 거리의 공연은 전혀 다른 환경과 상황이 주어진다. 더욱이 무대공연이 이루어지는 극장도 서로 다른 조건과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극장에서 공연을 한다면 어느 정도의 조절과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각종 공연은 그 목적이 각기 다르다. 예술적이고 수준 높은 작품을 공유하고자 하는 공연, 축제의 주제 및 지역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공연, 생활 속에서 예술, 문화를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방향을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의도의 공연, 소외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공연 등 다양하다. 나아가 어린이. 가족, 청소년, 노인 등 대상에 따라서도 다양한 목적과 방식이 필요하다. 보통 극장에서의 공연은 60 ~ 90분 혹은 2시간이 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공연을 거리로, 야외무대로 가져온다면 어떠한 결과를 기대 할 수 있겠는가? 거리나, 야외, 혹은 축제의 장에서 처럼 개방되고 자유로운 공간에서 사람들이 얼마 동안이나 공연에 집중할 수 있을까? 최고의 시설을 겸비한 최고의 극장에서와 지역의 마을회관 정도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극장에서의 공연이 같은 작품이라 할지라도 똑 같은 기대와 결과를 자져 올 수 있겠는가?  지역간의 격차를 해소한다는 명목에서의 훌륭한 예술단의 공연이 전국순회공연으로 여러 지역에서 공연되는 경우가 있다. 처음 공연을 위한 극장의 여러 조건에 최적화 된 작품이 다른 무대에서는 과연 어떻게 공연되어 질 수 있을까? 지역의 축제나 행사에 무용, 음악 등이 공연 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러한 공연을 보고 있자면 아쉬움과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지역의 축제를 왜 하는 것인지? 축제를 통해 무엇을 기대하는지? 여기에 공연의 역할은 무엇인지? 지역의 축제를 통해 그 지역의 문화예술은 충분히 그 지역의 문화 예술을 소개 하고 있고 그 지역의 가치를 대표하고 있는지? 또한 지역인들의 자부심이 되고 있는지? 등등 살펴보고 고민해야 할 일 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존의 작품을 장소만 옮겨서 공연한다거나, 화려한 구색을 맞추기 위해 끼어 넣은 것 같은 공연 등이 그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것은 지나친 우려 일까? 극장이라는 무대는 그래도 예상되는 관객과 관심이 있는 관객들이 오는 장소이다. 그러나 거리, 야외무대, 축제의 장은 불특정 다수인이 접근 가능한 장소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문화예술을 알리거나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장소이다. 지나가는 과정에서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잠깐 혹은 오랫동안 서서 볼 수도 있고 그저 스치듯 지나갈 수도 있다. 주최측에서 지원금을 아끼기 위해 아무렇게나 가능한 예술단을 섭외하거나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기존 작품을 생각 없이 공연에 올리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극장 무대가 아닌 장소에서의 공연은 더욱 치밀하고 계산하고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무대공연을 그대로 재현 하거나 선택된 예술가, 예술인의 예술성을 드러내는 것에만 집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지지와 가치를 얻고 그것이 세계적 공유를 이뤄낼 수 있도록 공연으로서의 문화영역을 확대하고 공유해야 할 것이다. 무엇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철저한 기획과 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공간이 바뀌면 공연 방식이 바뀔 수밖에 없다 등. 퇴장 동선이나 음향, 조명 및 장치들도 다 다르고 특히 공연을 보는 관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야외 공연은 날씨, 환경, 광선, 이동 인구 등이 고려 되어져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사전에 현장을 방문해 주변시설이나 주위환경을 활용할 수 있는지, 공연에 방해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지 등을 확인 해야 하며, 날씨에 대해서도 미리 파악해 두어야 할 것이다 흐리거나 비가 올 때는 어떠한 대비가 가능한지, 전기나 음향은 어떠한지 등 수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공연의 목적 및 기대효과를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공간의 변화가 어렵고 귀찮은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 인가를 다시 시도할 수 있고 발견하게 되는 이점도 많이 있다.

 몇년 전 중국 계림에서 야외공연을 본 경험이 있다. 산과 물, 바람과 자연을 배경 삼은 공간을 공연장으로 활용한 공연으로 나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과 자극을 준 공연이었다. 이 공연은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고 제작되었다. 중국의 유명한 영화감독인 장이모(张艺谋) 감독이 연출한 인상리우산지에(印象刘三姐)이다. 이 공연의 특징은 첫째 중국계림의 자연과 지형적 특징을 아주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 둘째 600여명 가까운 출연자를 출연시키는 대형작품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고하고 정식 무용가는 20여명에 불과하고 그 지역의 어민들을 참가시켜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공연에 참가하여 또 다른 수익을 가짐과 동시에 지역의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게 한다는 점이다. 제작적인 측면에서도 경비나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셋째, 이 공연은 순회공연이나 초청공연이 불가능한 바로 중국계림 그곳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공연이라는 점이다. 공연이 디테일하고 예술적 수준이 높은 건 아니지만 주변과 조화를 이루어 규모와 시각적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중국계림의 인상유산지에(​중국 계림의 인상유산지에((印象刘三姐) 중에서​
​중국 계림의 인상유산지에((印象刘三姐) 중에서​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난타공연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난타의 출연자는 5~6,7 명에 불과하다. 최소의 인원과 단원의 기능화로 무대 장치, 소품, 등의 제한을 초소화 할 수 있고 단원들도 간단한 장치나 무대 세팅(Seetting)이 가능하다 즉, 공간의 변화에 적극 대응이 가능한 공연이며 15명이 인력이 필요한 것을 5명이 가능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하고, 난타 전문공연장이나 일반 공연장이나 거리 등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이 가능한 특성이 있다. 순회공연이나 초청공연에 효율적이며 현장의 여건을 잘 활용할 수 있다.

어디나 공연장이 될 수 있고 공연장의 변화는 그만큼 다양하고 창의적인 공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형식과 방법을 초월한 생활 속의 한 부분으로서의 공연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공간에 스며 들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LA 주거 단지의 문화 공간
미국LA 주거 단지의 문화 공간

낙옆이 떨어진 은행나무 밑에서도, 벚꽂이 휘날리는 공원에서도, 호수 위의 배 위에서도 공연이 펼쳐 질 수도 있다. 한 명이 공연할 수도 있으며 몇 명이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음악이나 무용, 연극 등의 장르가 크게 구별되지 않아도 좋을 것이고. 지나가는 누구에게 영감을 줄 수 있거나 호기심을 가지게 할 수 있는 것 만이라도 좋은 결과의 가능성을 기대해 볼만 하지 않겠는가? 공연 공간에 대한 우리의 관념적인 인식과 범위, 그리고 틀을 넘어서 형식과 방법을 다양하게 전환시켜보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인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주변의 활용 가능한 문화 공간
우리 주변의 활용 가능한 문화 공간

어떤 사회든 그 사회에서의 예술은 예술적 우수성을 이루는 것과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 이 두 가지의 이원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경제학자 하비 펄로프(Harvey Perloff)는 말하고 있다. 예술 고유의 가치와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예술활동은 지역사회에서의 예술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얻는 것과 동시에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의 생활화, 생활의 예술화”라는 슬로건이 있는 것처럼 공연이 무대라는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같이하고 참여하고 공유할 수 있으며 그것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개인에게는 자부심과 사회적인 결속력, 국가의 미래 가치를 함께 가지고 의욕적이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예술의 역할 이 아닌가 한다.

 

글·이인숙

문화평론가. 교육학박사. 문화예술경영 현재 청주대학교 연출제작학부 초빙교수로 있으면서 북경수도 사범대학교 과덕대학 공연예술대학 부학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국제문화예술교육교류협회회장, 한국연기에술학회 이사, 청주시 도시문화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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