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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비 추 감독이 <리턴 투 서울>에서 그린 입양인의 상처
데비 추 감독이 <리턴 투 서울>에서 그린 입양인의 상처
  • 황영미 l 칸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심사위원
  • 승인 2023.05.31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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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입양된 한국계 프랑스인이 한국에서 친부모를 찾으며 정체성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리턴 투 서울’은 지난해 75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어릴 때 아버지에 의해 입양기관에 맡겨졌다가 프랑스에 입양돼 자란 20대 여성 프레디(박지민)가 서울에 오면서 겪는 이야기다. 캄보디아계 프랑스인인 감독 데비 추는 올해 76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심사위원으로 칸을 방문했다. 데비 추를 칸에서 만났다. 

 

영화 <리턴 투 서울> 스틸컷 © 옛나인필름

- 한국인 입양인 친구가 한국에서 부모님 친구를 찾는 것을 동행하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프랑스에서 한국인 입양인을 자주 접할 수 있었는가.

“처음에는 내 친구에 대한 이야기였다. 또한 프랑스에서 입양된 한국인들도 많이 접했다. 내 친구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중요한 사건들을 많이 알려줬다. 그 이후 많은 입양인들을 만났다. 나의 친구들도 있었고, 그 친구들이 소개해준 다른 입양인들도 있었다. 때로는 파리, 때로는 서울에서도 외국 입양인을 만났다. 남녀 할 것 없이 굉장히 많이 만났다. 

또한 캐스팅에 들어갈 때, 프랑스 입양인 협회에 연결을 해서 작품의 역할에 관심 있는 분들을 모집했는데, 이는 굉장히 흥미로운 과정이었다. 그들에게 많은 질문을 했고, 그 답변과 내 스토리를 비교했다. 또한 내 스토리를 그들에게 들려주며 그들의 의견도 물었다. 또 영화제작을 끝낸 후 프랑스, 한국, 미국, 벨기에, 독일, 영국 등에서도 상영하면서 많은 입양인을 만나게 됐다고 답했다.” 

 

- 입양인이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친부모를 꼭 찾아야 되거나, 찾고 싶을 것이라고 보는가. 

“모두 각자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친부모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친부모를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아예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 존중받을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점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무는 없다. ‘입양인은 이래야 돼, 저래야 돼’라는 편견에 그들은 부담을 느낀다. 모든 이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삶에 대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모든 선택이 타당하며, 각자 시행착오를 통해 인생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도 변하게 된다. 모국을 방문하든 안 하든 정답은 없고, 간단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25세에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나는 입양인은 아니지만, 부모님께서 캄보디아인이기 때문에 부모님의 나라가 궁금했다. 그렇게 나의 뿌리를 알고 싶어 하는 욕망에 충분히 공감한다.”

 

- 연기 경험이 없는 박지민에게 연기 디렉팅을 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가.

“지민은 대단했다. 그녀는 타고난 연기자다. 타고난 직감을 바탕으로 순간순간 본인의 결정을 훌륭히 내렸다. 다만 전문 배우를 감독하는 것은 확실히 특별한 부분도 있다. 이번에 지민 씨와 일하기 전에 캄보디아에서도 연기 경험 없는 분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이런 경우 사전 작업을 많이 하려고 한다. 파리에서 자주 만나서 리허설 뿐만 아니라 즉흥 연기, 연기 연습, 춤, 요가, 가끔은 서로 바라보기만 하거나 대화만 나누면서 함께 창작의 공간을 만든다. 

그래야 배우들이 나를 믿을 수 있고, 스스로를 믿을 수 있고, 함께 일하는 다른 배우들도 믿을 수 있다. 그렇게 형성된 믿음을 바탕으로 작품에 임한다. 쉽지 않지만, 나는 그렇게 믿음의 공간을 구축한다. 물론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지민은 너무 몰입한 나머지,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곤 했다. 다른 배우들처럼 이런 상처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따로 마음을 챙겨줘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이 부분이 난관이라면 난관이었다. 

 

- 음악 감독은 누구인가, 따로 있는가? ‘꽃잎’, ‘아름다운 강산’의 OST는 어떻게 알고 쓰게 됐는가. 20년도 더 된 한국 노래다. 

“노래는 내가 선택했다. 2011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살짝 취한 채로 거리를 걷다가 한국 남성분을 우연히 만나게 됐다. 그분께서 ‘서울에서 가장 좋은 술집에 가볼래요?’라고 해서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는 나를 곱창전골집으로 데려갔다. 거기에서 밤새 그와 술을 마셨는데, 70년대 노래들이 계속 흘러나왔다. 너무 좋았다. 2011년에 접한 이 노래들을 쓰고 싶어서, 이번 작품을 마친 후 스포티파이나 유튜브를 통해 더 찾아서 들어봤다. 거기에 내가 기존에 아는 노래들과 프랑스 노래들을 취합한 후 한국 노래를 몇 개 선택했다. 

과거를 노래하는 곡들이라서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슬픔도 있다. 프레디 같은 경우 노래를 듣지만 가사를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어를 못하니까 한국 노래를 들으면서 익숙함은 느껴지지만 이해는 되지 않아서 슬픔과 거리감을 느낀다. 나도 캄보디아에 처음 방문했을 때 그랬다. 캄보디아 옛날 노래를 듣고 슬픔을 느꼈다. 내 뿌리의 일부인데 이해를 못한다는 점에서. 답답하고, 혼란스러웠다. 노래에서 멜랑콜리함이 느껴져서 슬프기도 하다. 이 모든 요소들 때문에 한국 노래를 골랐다.”

 

- 좋아하는 한국이나 외국 영화 감독은?

“이창동, 홍상수, 봉준호를 좋아한다. 박찬욱도 좋아한다. 이창동의 <시>와 <버닝>을 좋아하고, 홍상수 작품은 거의 다 좋아한다. <밤과 낮>,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생활의 발견> 등을 다 좋아한다. 이들 작품은 천재적인 것 같다. 해외 감독들 중에는 미국 감독 마틴 스코세지, 타란티노를 좋아한다. 앞서 말했듯 한국 감독들도 좋아하고 아시아 감독들도 좋아한다. 아피차퐁, 후샤오시엔 등등. 프랑스 감독은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감독한 케시시를 좋아한다.”

 

- 앞으로도 한국소재의 이야기를 할 것 같은가?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는 어떤 것인가? 이와 관련해 한국 영화계나 한국영화진흥위원회와 관계를 맺으며 작업할 것 같은가.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의 작업은 너무 즐거웠다. 배우들도 굉장했고 팀도 좋았고 프로듀서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 따라서 한국에서 촬영하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자 명예였다. 이제는 다른 프로젝트들을 구상하고 있다. 다만 메인스트림, 대중적 작품은 어려울 것 같다. 캄보디아계 프랑스 감독으로서 나에게 개인적이고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잘 모르겠지만, 다시 기회가 된다면 물론 일하고 싶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와도 오랫동안 함께했기 때문에 나에게 중요한 파트너들이다. 서로 지원하며 친하게 지내고 싶다. 2011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도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이었다. 부산의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나에게 중요했고, 그때 만난 분들은 잊을 수 없다.

 

- 프레디는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는 젊은 여성이다. 그런 캐릭터를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삶이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 아니면 그녀를 입양아라는 상처를 극복하고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캐릭터로 설정했기 때문인가?

“그렇게 선택한 이유는 첫째, 내 친구를 닮아서다. 둘째, 영화에 더 흥미를 가미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낯을 가리고 예의 바른 캐릭터는 지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인물이 살짝 관능적이고, 예측불가하고, 화나고, 약간 무례할 경우 영화가 진부함을 피할 수 있게 된다. 관객들도 그렇게 더 몰입할 수 있게 되고, 더 놀라면서도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기생충>도 보는 내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이 불가했다. 그런 면에서 프레디의 성격은 영화의 전개를 예상할 수 없도록 해줬다. 또한 그 성격 덕분에 입양인의 진정한 경험을 그려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프레디가 모든 입양인의 경험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접하게 되는 입양인 이야기들은 흔히 비슷하다. 이번에는 프레디의 분노를 통해 다른 경험을 선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한국 관객들도 이 작품을 보면서 ‘아 이럴 수도 있구나, 흥미롭네. 자주 보던 그런 스토리가 아니라 더 폭력적이기도, 불편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모두의 경험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으면 좋겠다. 모두의 인생과 경험과 스토리가 다르다는 걸 깨달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캄보디아계 프랑스 감독인 데비 추는 성인이 돼 자신의 뿌리였던 캄보디아에 가봤을 때 느꼈던 충격이 기억난다며 “입양인의 경우 이때의 충격이 더욱 클 것”이라고 말한다. 입양이라는 문제가 한국에서는 여전히 큰 문제다. 영화 <리턴 투 서울>은 5월 3일부터 국내 개봉 중이지만 상영관이 많지 않아 이를 알지 못하는 관객이 많다.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입양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졌으면 한다. 

 

<데비 추(좌)와 황영미>

 

글·황영미 
제66회, 76회 칸 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심사위원, 시네라처연구소 소장, 한국영화평론가협회.26대 회장, (전)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회장, (전)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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