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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 과학을 전공한 정통 와인메이커 맷 디즈의 특별한 와인 이야기
토양 과학을 전공한 정통 와인메이커 맷 디즈의 특별한 와인 이야기
  • 이종훈 | 인터뷰어
  • 승인 2023.08.24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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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산 호나타 · 더 힐트 와인의 새 장을 연 주인공
- '탄닌의 아티스트', 나라셀라 통해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리다

 

맷 디즈 와인메이커는 ‘탄닌의 아티스트’로 꼽힌다. 호나타 이스테이트와 더 힐트 이스테이트는 태평양 인근의 바닷바람과 캘리포니아의 태양이 강렬한 맛의 와인을 선사한다. 미국의 유명한 스포츠 재벌이며 잉글랜드 아스날 FC의 구단주이기도 한 스탠 크랭키가 두 이스테이트를 소유하고 있다. 20년 이상 와인메이커로서 포도밭을 떠나지 않았던 멧 디즈는 한국의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의 변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강렬한 맛을 존중한다는 찬사를 잊지 않았다. 와인메이커로서 그가 체험한 와인 양조의 애환, 멋진 와인이 나오기까지 자연의 배려와 협조, 기후변화가 가져올 와인 양조의 미래 등에 대해 그의 진솔한 답변을 들어봤다

 

 

맷 디즈, 토양 과학을 전공한 정통 와인메이커

 

맷 디즈 와인메이커가 자신이 만든 더 힐트 샤도네이를 앞에 놓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강철민


와인메이커 맷 디즈(Matt Dees)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호나타 이스테이트와 더 힐트 이스테이트에서 와인 제조를 책임지고 있다. 40대 초반의 그는 전 세계에서 와인메이커로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경영에는 간여하지 않고 와인메이킹에 승부를 거는 프로페셔널이다.

미국 중부 캔자스 출신인 그는 동부의 버몬트 대학교에서 토양 과학을 전공한 이후, 뉴질랜드의 크래기 레인지, 미국 나파 밸리의 스태글린 패밀리에서 와인메이커로서 경력을 쌓았다. 이어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인근의 호나타 이스테이트(Jonata Estate)에서 2004년에 첫 와인 양조를 시작한 이후 이제 어언 20년,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메이커로서 자리를 굳혔다. 그런 그가 '엘 알마 데 호나타(El Alma de Jonata)'의 국내 수입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 와인은 와인 유통업체 나라셀라를 통해 국내에 처음 들어오게 됐다.

자연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듣고 싶다고 하자 맷 디즈는 한 일화를 소개했다. 1999년 무렵 호나타 와이너리를 개발하려던 초기에 토질 검토를 위해 프랑스 보르도에서 유명한 와인전문가를 초청했다. 이 전문가는 이틀 동안 이 지역 토양을 꼼꼼하게 돌아본 후에 채소를 심는 게 낫다고 하면서 아스파라거스를 추천했다고 한다. 땅 소유주들이 다소 실망을 했을 법도 한데, 이들은 일단 리스크를 안고 당초 생각했던 대로 포도나무를 심되, 다양한 포도 종자를 실험했다. 프랑스 보르도의 카버네 소비뇽, 카버네 프랑, 소비뇽 블랑부터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 론 밸리의 시라, 이탈리아의 산지오베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도나무를 심었다. 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당초 우려와 달리 대부분의 포도나무가 수확이 잘 되었다.

물론 프랑스 전문가가 추천한 아스파라거스도 잊지 않고 별도로 심었다. 다행히 자연의 축복으로 현재까지 84에이커의 와이너리(전체 호나타 이스테이트 부지는 586에이커)에서 좋은 포도가 수확되고 있다. 물론 맛좋은 아스파라거스도 채소밭에서 매해 추수하고 있다.

 

 

나파 밸리 스태글린 패밀리에서 경력 쌓아

호나타 와이너리의 테루아

더 힐트 이스테이트는 산타 로즈의 산타 리타 힐즈에 위치해 있다. 이 와이너리는 테루아와 관련해, 벤트록(Bentrock), 래디언(Radian), 푸에르타 델 마르(Puerta del Mar) 등 3개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벤트록은 태평양의 강한 바닷바람에서 보호되는 굴곡진 긴 언덕지역이며 극명한 일교차로 와인에서 복합적이고도 풍부한 맛을 낸다. 래디언은 가파른 언덕 위에 있으며 매서운 바람이 불지만, 희귀한 규조토(diatomaceous soil)가 깔려 있는 게 특징이다. 집중력 강한 맛의 와인을 소량 생산한다.

이곳은 맷 디즈가 “래디언의 규조토 위를 걸을 때면 마치 달 표면 위를 걷는 듯하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매우 독특한 지역이다. 푸에르타 델 마르는 더 힐트 와이너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복합적이고도 매혹적인 와인 맛을 제공한다.

와인을 같이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마른 체구의 맷 디즈에게서 중부 미국인들의 도전정신이 강하게 느껴졌다. 마치 서부시대 개척자와도 같은 묘한 분위기가 풍겼다. 존 스타인벡(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의 대표 소설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1938)에는 중부 미국인들과 캘리포니아의 불편했던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1920~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대에 농지와 일자리를 잃어버린 중부의 미국인들은 돈벌이를 위해 캘리포니아 오렌지밭과 과수원, 포도밭 등을 향해 대 이동을 하였다. 그런데 이들이 정작 캘리포니아에서 마주친 것은 견디기 힘든 열악한 노동조건이었고, 분노한 이주민들은 이에 맞서 저항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한때는 이주 노동자들의 원성이 겹겹이 쌓인 분노의 포도였지만, 캘리포니아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이 1976년 세계인들의 주목을 끄는 대반전이 일어났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블라인드 와인 테이스팅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프랑스의 자존심인 보르도 와인, 부르고뉴 와인을 누른 것이다. ‘와인의 대명사’ 프랑스의 자존심을 깨버린 이 사건은 그 후 ‘파리의 심판’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후에도 캘리포니아 와인, 특히 나파밸리 와인은 여러 차례 ‘파리의 심판’을 재현했다.

 

 

코로나가 최대의 고비,
매일 포도나무 매만지며 대화로 극복

맷 디즈는 나파 밸리 와이너리 가운데 하나인 스태글린 패밀리에서 와인메이커로서 2001~2004년에 경력을 쌓았다. 그런 그도 2020~2022년 고비를 맞았다. 바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의 영향이었다. 그래도 그는 종전과 다름없이 매일 포도나무가 있는 와이너리에 나갔다.

“그 당시 와이너리를 격리시킬 수도 없었습니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매일 혼자 빈야드에 나갔습니다. 일상생활이 변함없이 포도나무들과 연결되어 있었죠.”

 

와이너리에서 수확한 포도를 선별하고 있다

맷 디즈는 그 당시 포도나무와 심적으로 소통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혼자 포도나무들을 매만지면서 와이너리를 걸으면 행복했다고도 했다. 다행히 코로나 위기에 직면한 인간과 포도나무 모두 한마음으로 한고비 넘겼다.

그의 경험은, 마치 영화 <와인 패밀리>(2021)의 여러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배경무대인 이탈리아 와이너리에서 포도나무들이 주인공 마크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마크는 이윤만 추구하던 캐나다의 자동차 회사 CEO에서 갑작스레 할아버지의 고향 이탈리아로 귀향한다. 그는 지역주민과 이탈리아 와이너리 포도나무들의 협력으로, 마침내 멋진 와인을 제조하는데 성공한다.)

 

 

더 힐트와 호나타 와인,
한국 고기·버섯 요리와 페어링 잘 맞아 

“우리 와인은 한국의 음식과 같이 식사할 때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맷 디즈는 자신이 만든 와인이 한국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 이번 한국 방문 동안 강남의 한 식당에서 자신이 만든 와인을 곁들여 쇠고기와 돼지고기 음식을 먹었는데 맛이 매우 좋았다고 평했다. 맷 디즈는 와인에서 탄닌의 역할을 중시하는 와인메이커다.

“탄닌으로 와인은 숙성된 맛을 냅니다. 레드 와인 마시고 입안에 그 맛이 남을 때가 좋죠.”

그는 레드 와인 피노 누아의 참된 맛은 탄닌이라면서, 한국의 돼지고기 쇠고기, 버섯 요리와 잘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탄닌의 아티스트로 유명한 그의 조언이니 귀담아들을 만하다.

 

 

 

 
맷 디즈 &  티보 자케 인터뷰

탄닌으로 와인은 숙성된 맛을 냅니다

인터뷰어 · 이종훈 

 

호나타 와인을 든 맷 디즈 와인메이커(왼쪽)와 더 힐트 와인을 소개하는 티보 자케
@강철민

 

유튜브를 보면 와인평론가와 와인메이커의 인터뷰가 종종 와인을 마시면서 이루어진다. 우리도 그 선례를 따라 2018년산 더 힐트 샤도네이를 한 잔 마시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는 호나타와 더 힐트 이스테이트에서 해외 유통을 담당하는 티보 자케(Thibault Jacquet)도 자리를 같이 했다.

더 힐트 사도네이를 한모금 마셔보니 강한 첫 맛이 입안을 채웠다. 유명한 와인메이커 맷 디즈는 이런맛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해서 질문을 던져봤다.
 

*  *  *


팀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이 당신의 와인 메이커 경력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했나요?
- “나파 밸리의 스태글린 패밀리에서 2001~2004년에 일한 적은 있지만 스크리밍 이글에서 일한 적은 없습니다. 시기적으로 다릅니다. 제가 와인메이커로서 호나타로 옮긴 이후에 팀 스크리밍 이글이 생겼으니까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팀 스크리밍 이글 홈페이지에는 맷 디즈의 사진이 나온다. 맷 디즈가 소속된 와이너리의 소유주가 나중에 스크리밍 이글 와이너리도 소유하게 되어 다소간의 혼선이 빚어진 듯하다. 보통사람 같으면 그냥 맞다고 하거나 슬며시 넘어갈텐데, 그는 굳이 사실과 다르다고 답변했다. 자기주관이 뚜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나타 와이너리의 경우 유기농을 위해 노력하나요?
- “지속가능한 와인메이킹이 되도록 노력합니다. 염소와 닭 등 동물들도 키우면서 유기농업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호나타 이스테이트의 홈페이지를 보면 다양한 가축들의 사진이 나와 있다. 호나타 이스테이트가 위치한 산타 이네즈 밸리는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과 가까운 곳에 있다. ‘호나타(Jonata)’는 이 지역 원주민들이 ‘큰 오크나무’를 부를 때 썼던 말인데, 스페인 영토이던 1845년 대농장 ‘San Carlos de Jonata’에 그 이름이 쓰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져 있으며, 자매 이스테이트인 ‘더 힐트(The Hilt)’ 와는 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미국의 스포츠 재벌이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날FC의 구단주이기도한 스탠 크랭키(Stan Kroenke)가 호나타와 더 힐트, 두 개의 이스테이트를 소유하고 있다.



와인평론가 안토니오 갤로니와의 인터뷰 장면을 봤습니다. 당신은 2018년산 카버네 소비뇽을 당신이 만든 최고 와인으로 꼽았는데, 그 이유가 뭔가요? 당신의 2018년도산 최고 와인을 나파 밸리나 소노마 밸리의 다른 와인들과 비교해줄 수 있나요?
- “2018년에 시즌 기간 동안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시즌이 지나고서야 비가 왔습니다. 훌륭한 와인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2020~2021년에도 비슷하게 비가 오지 않아 좋은 와인을 생산했습니다. 나파 밸리나 소노마 밸리는 저희보다 북쪽에서 나는 와인입니다. 남부에 있는 우리와는 다릅니다.”

 

맷 디즈가 2018년에 제조한 카버네 소비뇽인 ‘데사 피오 데 호나타(Desafio de Jonata)’에 대해, 저명한 와인비평가이며 와인평론사이트 <Vinous>의 대표인 안토니오 갤로니는 97점, 유명한 평론가인 젭 던넉의 <jebdunnuck.com>은 95~97점으로 높게 평가했다.

잠시 무거웠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한국시장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해외유통을 담당하는 티보 자케에게도 답변의 기회를 주었다.

 

 

기후 변화는 와인메이킹에 심각한 문제

 

한국시장에 어떤 기대를 하나요?
- “한국시장 고객들은 매우 세련된 고객으로 미각이 뛰어납니다. 한국시장에 우리 와인이 많이 알려져서 한국 소비자들이 많이 찾기를 희망합니다 (티보 자케 해외유통 담당).
“우리 와인은 한국의 음식과 같이 식사할 때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 서울 음식점에서 돼지고기와 쇠고기 요리를 먹을 때 우리 와인을 곁들였는데 맛이 매우 좋았습니다. 와인의 변화를 존중하는 한국분들이 분명 우리의 와인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맷 디즈)


당신은 와인메이킹에서 특히 탄닌의 전문가입니다. 와인을 제조하는데 있어서 탄닌의 역할과 비중에 대해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탄닌으로 와인은 숙성된 맛을 냅니다. 레드 와인을 마시고 입안에 그 맛이 남을 때 좋은 맛이 납니다. 호나타 와인은 구조가 강합니다. 추출에 역점을 두지 않고, 질에 역점을 둡니다. 와인 양조 과정에서 밸런스를 만드는 것은 어려워 충분한 인내가 필요합니다.”

 

와이너리 관리는 매일 이어진다.

와인메이킹에서 기후 변화에 대해 묻고자 합니다. 유튜브 인터뷰 동영상에서 당신은 여름철에 무더위가 사라지고 폭우가 내리는 기상이변을 겪었다고 했습니다. 이 현안과 관련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와인메이킹에서 환경 변화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시즌에 비가 계속 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해 걱정을 합니다. 그전에 해왔던 방식이 앞으로 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에, 이전에 해왔던 방식만을 고수하지 않고 새로운 상황에 대비한 방안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비가 오지 않을 경우를 가상해 포도나무에 수분을 매우 적게 공급하면서 재배하는 방법 등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물을 지속적으로 적게 쓰면서 토양을 건강하게 개선하는 방법도 실험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적인 산미가 좀 더 높은 포도 품종을 실험적으로 재배하고 있습니다.”
 

테루아와 관련해 더 힐트 이스테이트 자료에서 독특한 토양을 보았습니다. 바로 규조토(diatomaceous soil)인데요, 설명을 듣고 싶네요.
- “규조토는 드문 토양입니다. 영양분이 있고, 수분을 담고 있습니다. 구별이 되는 세련된 맛입니다. 집중력이 다릅니다. 때로 바다 쪽 염분도 느껴집니다. 짜릿한 전율의 맛이 있습니다.” 


참고로 더 힐트 이스테이트에 위치한 ‘더 반(The Barn)’을 방문하면 와인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테이스팅 룸이 설치되어 있어 호나타와 더 힐트에서 제조된 와인을 모두 맛볼 수 있다. 21세 이상만 출입이 가능하며 애완동물은 출입이 금지된다. 예약제로 운영되며 와인전문팀의 설명이 곁들여진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맷 디즈는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관련된 영어 표현이 상당히 다양하고 전문적이며, 경험으로 다진 체험적 지식도 깊이가 있어서 와인 칼럼니스트가 된다면 그 잠재력이 수준급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해당 기사는 와인 매거진 <NARA> 5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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