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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의 시네마 크리티크] 지극히 사적인, 그러나 꼭 기억하고 싶은 그들!
[윤필립의 시네마 크리티크] 지극히 사적인, 그러나 꼭 기억하고 싶은 그들!
  • 윤필립(영화평론가)
  • 승인 2023.10.0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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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회 영평상을 돌아보며
사진. 네이버

제4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 시상식이 지난 9월 21일 언론과 대중의 큰 관심 속에 끝이 났다. 영평상 시상식이 매년 11월에 치러졌던 것과 달리 올해는 날짜를 앞당겨 9월에 치러진 만큼 그에 맞게 예심과 본심의 일정 또한 당겨졌다. 이에 따라 심사 대상 작품도 작년 영평상 심사 이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개봉한 작품들이었다. 때문에 <더 문>(김용화), <비공식 작전>(김성훈, 이상 2023.8.2. 개봉), <콘크리트 유토피아>(엄태화, 2023.8.9. 개봉) 등의 여름 텐트폴 영화를 비롯하여 8월부터 개봉된 작품은 내년 영평상 심사 대상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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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언뜻 보면 큰 영화가 모두 제외된 것처럼 오해할 수 있으나 <올빼미>(안태진, 2022.11.23. 개봉), <영웅>(윤제균, 2022.12.21. 개봉), <유령>(이해영), <교섭>(임순례, 이상 2023.1.18. 개봉), <킬링 로맨스>(이원석, 2023.4.14. 개봉), <범죄도시 3>(이상용, 2023.5.31. 개봉), <밀수>(류승완, 2023.7.26. 개봉) 등 적지 않은 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뿐만 아니라 <탑>(홍상수, 2022.11.3. 개봉), <다음 소희>(정주리, 2023.2.8. 개봉), <물 안에서>(홍상수, 2023.4.12. 개봉), <드림팰리스>(가성문, 2023.5.31.), <비밀의 언덕>(이지은, 2023.7.12. 개봉), <비닐하우스>(이솔희, 2023.7.26. 개봉) 등 보석 같은 저예산 예술영화 또한 다수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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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저예산 예술영화는 한국 영화의 현재이기도 하지만 다수가 감독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영화계를 이끌어 갈 한국 영화의 미래이기도 하다. 이 때문인지 제43회 영평상 수상작의 면면을 살펴보면 '새로운 발견'이라는 영평상만의 심사 기조가 느껴지며, 이에 대해 언론에서도 의미 있는 시상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여러 훌륭한 영화들 가운데 하나의 작품에 몰아주기식으로 끝난 지난해 영평상과 달리 올해 영평상은 적어도 구태의연한 결과는 아니었기에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겠다.

영평상의 심사 과정에 대해 언급하자면, 예심에서는 회원들이 영평상 내규로 정한 기간 내에 개봉된 한국영화 리스트 가운데 각 부문별 추천작을 선정하여 집행부로 보낸다. 이러한 예심을 통해 각 부문별 다득표자/작이 추려지고, 이를 대상으로 본심에서 무기명 비밀 투표가 이뤄진다. 이때 참석자 과반 찬성이 이뤄져야 수상자/작으로 선정되며, 그렇지 못할 경우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최종 수상자/작이 뒤집히기도 하는데, 영평의 평론가들이 영화를 보는 눈은 매우 다양하면서도 날카롭고 조밀하다.

그래서 매년 영평상 예심과 본심 등 그 수상작 선정 과정은 어느 영화상보다 날이 서 있고, 매우 엄정히 이뤄지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선 적어도 영평 회원 간에는 서로 반박불가이기는 하다. 그래서 본심이 끝나고 나면 간발의 차이로 수상이 불발된 부문에 대해서는 그 심사에 참여한 한 개인으로서는 늘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서는 그런 부문들 중 몇 가지에 대해, 아주 사소한 이야기를 적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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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독상

<다음 소희>가 작품상으로 결정되면서 감독상 또한 기대됐으나 회원들의 생각은 다소 보수적으로 작동한 것 같다. 일종의 '작품상은 <다음 소희>가 받았으니 감독상은 다른 영화에~'라는 식으로. 아마도 훌륭한 작품과 뛰어난 한국 영화인들이 많아서 생기는 딜레마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감독상 심사 과정에서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던 정주리 감독의 수상 불발이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아쉬웠다. 사견이지만, 한국 감독 중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인 스타일을 펼치고 있는 <킬링 로맨스>의 이원석 감독 또한 한번쯤 감독상을 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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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음악상

<밀수>의 장기하 음악 감독이 영화 음악 작업으로도 출중한 능력을 증명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킬링 로맨스>의 달파란 음악 감독 또한 그에 필적할 만하다고 본다. 기존에 있던 곡이라도 그것을 작품 분위기에 맞게 편곡하여 OST로 얹는 작업은 그 자체가 물론 쉽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그것을 누가 더 작품 안에 더 영화적으로 잘 녹여냈는가의 문제인데, 그 점에서는 달파란 음악 감독의 스킬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500만 괜객의 <밀수>에 밀려 잊혀진 19만의 <킬링 로맨스> 속 자석 같은 음악들. 영평상은 불발됐지만 음악 자체가 <킬링 로맨스>라는 작품이었던 영화 속 음악들을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19만 관객 중 한 명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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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우주연상

이 부문은 최종적으로 <올빼미>의 류준열 배우가 수상했지만 그 과정은 어느 부문보다 치열했다. 본심에서도 수상자가 결정되지 않아 최종 2인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까지 진행되었는데, 그 2인 다른 한 명이 바로 <그 겨울, 나는>(오성호, 2022)의 권다함 배우였다. 영화로 데뷔한 지는 좀 됐지만 장편 주연은 작년에 개봉한 이 작품이 대표적이다. 권다함 배우는 작품에 딱 드러맞는, 숨결 같은 연기로 영평상 예심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본심 후보로 거론되었고, <올빼미>의 류준열 배우와 함께 최종 2인 결선 투표까지 이뤄졌다. 결과는 아쉽게 됐지만 권다함 배우는 어떤 작품 안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라 믿음이 가기에 언젠가는 영평상에서 한번쯤 만나게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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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신인남우상

올해 눈부신 활약을 한 남자 신인배우 가운데 유인수를 기억하고 싶다. <지금 우리 학교는>(2022), <환혼>(2022), <나쁜 엄마>(2023), <경이로운 소문2>(2023) 등 시리즈 영화와 TV드라마에서 아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대표작이 올해 개봉한 이송희일 감독의 <제비> 정도이다. 그러나 주연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이 작품에서 유인수는 다른 어떤 남자 신인배우들보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고, 그래서 미래가 더 기대되는 신인배우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연출자의 일탈로 인해 개봉이 보류됐다 올해 선보인 점, 그래서 영화 자체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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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여우조연상

개인적으로, 올해 영평상 심사 대상 작품 속 여자 배우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백>(윤종석, 2022)의 나나였다. K팝 걸그룹으로도 성공적인 활동을 펼쳤지만 나나가 보여준 연기는 늘 의외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훌륭했고 특히, 영화 <자백>에서의 연기는 경이롭기까지 할 정도이다. 올해 영평상에서는 수상이 불발됐어도 연기력만큼은 평단과 대중들로부터 인정받았으니 앞으로도 많은 작품에서 그 연기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윤필립

영화평론가, 응용언어학자. 대학에서 강의하며 담화분석, K-콘텐츠와 대중문화, 문학치료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계명대에서 국문학, 영문학을,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한국어교육을 전공했다. 시나리오작가협회 산하 영상작가교육원을 수료했고, 무궁화 스토리텔링 공모전(국민일보, 산림청) 동화 부문 입선, 서울국제사랑영화제(SIAFF) 기독교 영화비평 대상 수상,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 당선 등을 했다. 만화평론상, 대종상,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의 심사위원 및 영평상 집행부 등을 역임했으며, 에모리대(미국) 펠로우십, 국립정치대(대만) 한국어문학과 및 난양공대(싱가포르) 인문대학 교수로 지내다 2019년 귀국 후 현재 세종사이버대 한국어학과 초빙교수 및 한국어교육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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