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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연구원 출신 한우 레스토랑 대표가 추천하는 "고기에 어울리는 최고의 와인"은?
식품연구원 출신 한우 레스토랑 대표가 추천하는 "고기에 어울리는 최고의 와인"은?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3.09.13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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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셀라X르몽드코리아'가 주목한 한국인에 최적화된 와인 공간, '우미학'
최적의 숙성 고기와 와인 셀라 구비, 콜키지 프리 ...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가족, 친구들과 와인 한 병 달랑 들고 가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곳.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사랑할 공간.

강남구 신사동의 우미학(牛味學)을 방문했다.

우미학 제공

편한 사람들과 함께 방문한 고깃집. 널찍한 테이블과 탁 트인 통창을 구경하다가, 프라이빗 룸으로 안내받는다. 전문가의 포스가 흐르는 직원이 테이블 한편의 그릴에서 섬세하게 고기를 구워주고, 고급스러운 접시에 먹음직하게 잘려 나온 고기가 육즙을 머금고 영롱하게 빛난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열된 정갈한 기본 반찬들까지, 한껏 대접받는 기분에 들뜬다. 오늘은 마침 가져온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주섬주섬 와인병을 꺼내며 조심스레 콜키지를 문의하는데, 이게 웬걸, ‘콜키지 프리’라고? 와인잔을 내어주는 직원의 눈이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우리 집에 놀러 왔는데, 콜키지가 어딨어?”

그러고 보니 메뉴판에 적힌 고기 가격도 꽤나 착하다. 소고기 가득한 된장국과 깍두기 볶음밥은 왜 이리 잘 어울리는지. 통통한 안심 한 점과 곁들이는 상추 무침은 어쩜 이렇게 감칠 맛이 도는지. 고급스러워 보이기만 했던 이 가게, 생각보다 참 친근하다!

정겹게 둘러앉아 시끌시끌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와인병이 텅 비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다. ‘와인 대량 구매’까지 가능한 합리적인 와인 셀라가 마련되어 있으니까. 와인을 팔지만, 돈은 벌지 않겠다 다짐한 이 레스토랑의 철학은 무엇일까?

 

 

소고기 안심과 완벽한 궁합을 보여주는 케이머스, 나파 밸리 카버네 소비뇽 @강철민

 

레스토랑 이름을 ‘우미학(牛味學)’으로 지으신 것이 인상적입니다. “소의 맛을 배우다”라니, 아카데믹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름에 담긴 신한결&이종길 대표님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저희 두 사람은 회사를 다니던 연구원 출신이에요. 저는(신한결 대표) 유명한 커피 믹스 회사에서 식품연구원으로 10여 년을 근무했답니다. 그런 영향인지, 학구열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나 할까요? 소고기에 대해서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입맛은 계속해서 변하고 트렌드도 바뀌니까 머물러 있으면 도태될 수 있잖아요. 그러니 우리가 끊임없이 노력해서 새로움을 보여드리자,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역시 범상치 않군요. 가게로 오던 중 1층 계단 에서, ‘오늘도 소의 맛을 연구합니다’ 라는 문구에서 자신감을 느꼈습니다. 다른 레스토랑과 차별화되는 우미학만의 특징이나 장점이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고기의 상태별, 부위별로 최적의 숙성 방법을 연구해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고기를 한꺼번에 숙성시켜 버리는 게 저희에게는 편하겠죠. 하지만 고기가 다 다르듯이 최고의 맛을 내는 방법도 제각기 달라요. 예를 들어 담백한 안심과, 기름기가 많은 등심은 더 맛있는 맛을 낼 수 있는 숙성 일자를 각각 따로 적용 합니다. 숙성 방식도 달리해요. 안심, 등심은 웻에이징(습식 숙성)을 하고, 티본 같은 경우에는 드라이에이징(건식 숙성)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농산물이라는게 언제나 일정하지 않아요. 번거롭더라도 그때그때 고기 상태를 체크하고, 적당한 숙성 일자를 조절하는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직원들은 힘들어하기도 하지만(웃음) 최고의 고기를 방문객들께 드릴 수 있는 게 우미학의 강점인 것 같습니다.”

 

'우미학' 메뉴와 프라이빗 룸 @강철민

최고의 고기와 함께하는 와인이야말로 정말 최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미학은 독특하게 ‘콜키지 프리’로 운영되는데요. 이런 방침을 내걸게 된 계기가 있나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우미학이 편하게 와인 한 병 들고 와서 고기 먹는, 부담 없는 가게가 되길 바랬어요. 저는 예전부터 와인을 굉장히 즐겼는데요. 식당에서 항상 콜키지가 부담스럽더라구요. 한 병에 보통 3~5만 원 씩 비용이 붙으면 식사값에서 콜키지만 몇십 만 원이 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해서 이종길 대표와 함께, ‘우리가 가게를 열 때는 손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콜키지 프리를 하자’고 다짐했죠. 고기 메뉴 가격도 그래서 최대한 합리적으로 정한 거고요. 두 번째로는,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서에요. 우미학을 오픈한 2015년쯤에는 체감상 와인이 그다지 대중화되지는 않았어요. 콜키지 프리를 통해 우리 가게에서 사람들이 더 많이 와인을 즐기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와인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시네요. 그렇다면 고기와 함께하는 와인은 어떤 게 가장 맛있을까요? ‘고기 전문가’가 추천하는 와인이 있다면?

“수많은 와인을 마셔봤는데요, 사실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저만의 기준을 공개하자면, ‘향’과 ‘맛’ 중 골라야 할 때 ‘맛’을 선택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특히 한국식으로) 고기를 구울 때는 그 향이 강하다 보니 와인의 향기가 자칫 묻힐 수도 있어요. 반면 맛이 강한 와인은 소고기의 육향을 단단하게 받쳐 주면서 정말 잘 어울린답니다. 해서 미국 나파 밸리 카버네 소비뇽이나 멀롯같은 와인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미국 나파 밸리 와인은 향보다는 맛이 더 강조된 와인이고, 누가 마시더라도 호불호가 없죠. 나라셀라가 미국에 특화된 와인 수입사다 보니 나라셀라 와인도 많이 씁니다.”

 

우미학 내부와 와인 셀라
우미학 제공

레스토랑 입구의 와인 셀라에도 그런 와인들이 비치되어 있나요? 또 고깃집과 와인 셀라 라는 신선한 조합은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

“저희 와인 셀라에는 누구나 소고기에 어울릴만한 와인을 고를 수 있도록, 제가 직접 테이스팅한 와인들을 채워놓았어요. 만약 와인을 못 가져오시거나 식사 중 와인이 다 떨어진다면, 저 와인 셀라에 가서 사오시면 돼요. 저희는 식당가가 아니라 평범한 와인숍 정도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서 부담이 없죠. 여기서 와인을 대량 구매하시는 분들도 있을 정도니까요. 레스토랑이 술을 팔아야 돈이 남는다는 게 정설이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했어요. 집에 있는 와인 가져와서, 아니면 숍에서 가볍게 한 병 사서 저희 레스토랑에 방문해주시면 감사한거고, 좋은 기억을 가져가셔서 다시 한번 와주시면 더욱 감사한 거죠. 저는 방문하신 분들이 우미학을 즐겨주시면, 그것만으로 너무 큰 만족을 얻는 사람이에요.”

 

 

글 · 김유라
사진 · 우미학 제공, 강철민

* 해당 기사는 와인 매거진 <NARA> 5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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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kimyura@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