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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성덕> ― 입덕에서 탈덕까지, 범죄자 오빠에 대한 X성덕의 자전적 성찰
[서곡숙의 문화톡톡] <성덕> ― 입덕에서 탈덕까지, 범죄자 오빠에 대한 X성덕의 자전적 성찰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3.10.0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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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덕>: 실패한 덕후들의 덕심 덕질기

 

<성덕>(오세연, 2022)은 실패한 덕후들의 덕심 덕질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스타에서 범죄자로 추락한 오빠를 좋아했던 덕후들의 상처를 다룬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23회 부산독립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작품이다. 팬, 덕후, 성덕의 차이는 무엇인가? ‘팬’은 특정 단체, 인물의 지지자를 일컫는 말인데, 영어 fanatic(열광적인, 광신적인, 광신도)을 구어체로 줄어서 정착된 단어이며, 대한민국에서는 열성 부류부터 마일드한 지지자들 전반까지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쓰인다.[1]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매니아 혹은 울트라매니아라는 뜻이며, 한 분야에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집착하는 사람 또는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사람을 의미한다.[2] ‘성덕’은 덕후에서 파생된 단어로 성공한 덕후라는 뜻이며, 네 가지 부류, 즉 덕질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인정받는 경우, 시회적 성공이나 인맥을 통해 덕질하는 대상과의 직접적으로 만나는 경우,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여 많은 재산을 가진 경우, 덕질의 대상과 일체화가 되는 경우가 있다.[3] 이렇듯 팬, 덕후, 성덕으로 가면서 점차 전문성, 매니아의 정도가 깊어진다. <성덕>에서 정준영 X성덕인 오세연 감독은 좋아해서 행복하고 좋아해서 고통받는 실패한 덕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2. 범죄자가 된 오빠와 남아있는/떠나가는 팬

 

<성덕>의 전반부는 범죄자가 된 오빠와 남아있는/떠나가는 팬의 대비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자신, 정준영, 범죄자 오빠로 범위를 넓히는 점층법을 보여주는 한편, 범죄자 오빠로 인해서 성공한 덕후에서 실패한 덕후로의 하락으로 점강법을 보여주며, 성공한 덕후가 되기 위한 노력과 실패한 덕후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이 영화는 정준영의 성덕이었던 자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해서, 자신과 같이 정준영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덕후들을 거쳐서, 정준영, 강인, 승리, 박유천 등 범죄자가 된 오빠들의 덕후들로 확대해 나가면서, 범죄자 오빠들로 인해 상처받은 덕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영화는 먼저 범죄자 오빠로 인해 성공한 덕후에서 실패한 덕후가 된 현재에서 시작해서, 나중에 정준영에 대한 덕질로 전교 1등에서 추락한 덕후였던 과거를 보여줌으로써 현재의 시각으로 과거를 성찰한다. “처음의 기억은 오래 남는다”는 감독의 말처럼 스타는 단순히 비현실적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모든 사건의 처음을 기록하면서 생활의 일부분의 차지하는 실체화된 존재가 된다는 점에서 범죄자 오빠로 인한 탈덕은 생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된다. 감독은 정준영 팬 사이트에서 ‘탈퇴하시려면 조용히 하세요. 한 번 팬은 영원한 팬입니다.’라며 여전히 정준영의 팬으로 남아있는 팬에 대해 의문을 느낀다. 왜냐하면 감독 자신은 정준영이 범죄자인 줄 모르고 좋아한 것만으로도 함께 죄가 되는 상황에 처해졌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전반부는 두 가지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우선, 성공한 덕후가 되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서인데 범죄자 오빠 때문에 실패한 덕후가 되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과는 무관한 상황 때문이라는 점에서 상황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여전히 덕후는 성공한 덕후의 모든 노력을 기울여 사실상 여전히 성덕이지만, 덕후의 대상인 오빠가 범죄자가 되어 실패한 덕후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혹은 성덕, 덕후, 팬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가 된다. 다음으로, 범죄자 오빠 때문에 실패한 덕후가 되고 이제 더 이상 팬, 덕후, 성덕이 아니기 때문에 굿즈를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 범죄자 오빠를 원망하면서 그 오빠와의 과거 추억이 깃든 굿즈를 버릴 수 없다는 점에서 부조화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굿즈는 두 가지, 즉 정준영의 손길이 닿은 것과 닿지 않은 것으로 분류되는데, 정준영에 대해 흥분해서 이야기하다가 두 굿즈를 섞어버리게 되자 크게 당황한다.

 


3. 피해자/가해자의 이중성과 무지개에서 신기루로의 변화
 

<성덕>의 중반부는 피해자/가해자의 이중성과 무지개에서 신기루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질문들을 통해 겉/속의 이중성을 비판하며, 범죄자 오빠의 범죄에 대해서 피해자/가해자라는 이중성으로 죄책감을 느끼며, 스타의 사랑스럽고 어른스러운 면모를 믿었던 것에 대한 배신감을 드러낸다. 중반부 내러티브는 많은 질문들을 내뱉는다.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는지? 원래는 착한 사람이라서? 깨지지 않는 믿음이 있어서? 그동안의 모습이 가짜일 리 없어서? 함께 쌓아온 서사가 있어서? 우리가 피해자였을까 아니면 가해자였을까 아니면 둘 다? 정말 범죄자인 줄 모르고 좋아한 건지?

 

덕후들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해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고자 하지만 각자 다양한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 해답의 상당 부분은 범죄자 오빠 당사자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덕후 자신들이 풀 수 없는 문제라는 자각에 부딪힌다. 여기에서 가장 심각한 질문은 마지막 질문, 즉 “우리는 피해자였을까 아니면 가해자였을까 아니면 둘 다? 정말 범죄자인 줄 모르고 좋아한 건지?”이다. 범죄자 오빠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범죄자인 줄 모르고 좋아한 덕후들까지 가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결국 최악의 상황으로 정말 범죄자인 줄 몰고 좋아한 건지라는 의문은 “마음으로는 너무 바보 같았고 이 사람을 지지했다고 한 것만으로 범죄에 한 몫을 한 것 같고” 등 자신의 무의식까지 들여다보는 등 엄격한 양심의 소리를 들려준다.

 

덕후들은 대부분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답변을 하며 범죄자 오빠에 대한 덕후뿐만 아니라 연예인 덕후까지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연예인 덕질이 돈이 아까우며 차라리 치킨을 사먹겠다고 답변한다. 덕후들은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었으며 스타는 그 세계를 유지하는 이미지였으며, 무지개인 줄 알았는데 신기루였다는 점에서 캐릭터 마케팅의 간격이 크다고 한탄한다. 감독은 정준영의 그림을 그리면서 ‘크고 반짝이는 눈빛, 락에 대한 애정, 헤비 스모크, 요리·축구·반려견에 대한 사랑, 어른에 대한 예의, 인기 많은 친구’ 등 정준영의 매력을 열거하면서,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좋아했으나 범죄자로 밝혀져 배반당한 믿음으로 인한 괴로움을 토로한다.

 

 

4. 언젠가는 다시 성공한 덕후가 되고 싶다
 

<성덕>의 후반부는 언젠가는 다시 성공한 덕후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신 같은 존재인 스타에 대해서 정보가 부족하고 귀와 눈을 닫는 맹목적 사랑을 직시하며, 외로움과 무서움을 견딜 수 있게 해준 좋아한 과거 시간에 대해 긍정하며, 희망·사랑·우정을 배신했지만 자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염려를 내비치며 모순적인 심리를 드러낸다. 감독이 3년 전 정준영의 기사를 보도한 박효실 기자에 대한 마녀사냥을 사과하자, 박효실 기자는 독자가 정확하게 판단할 정보가 너무 부족하고 친구를 잘못 만나서, 물타기를 잘못 해서, 누명을 써서 범죄자로 내몰린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귀와 눈을 닫은 팬들의 심리를 말해준다. 감독은 처음에는 떠나가는 팬으로서 남아있는 팬의 심리를 궁금하게 생각했지만, 박효실 기자와의 대화 이후에 아직도 남아있는 팬들의 마음을 더 이상 궁금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감독은 조민기 팬인 엄마, 정준영 팬인 딸의 공통점 때문에 “사람 보는 눈도 유전되는가?”라는 자조적 질문을 던지지만, 엄마와의 대화로 과거 자신의 시간을 함께 한 정준영 덕질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감독은 엄마의 교대근무로 혼자 남아 무서워하는 시간에 정준영의 노래를 들으며 이겨냈으며, 변덕이 심했지만 7년 동안 정준영을 좋아했고 실패와 성공을 함께 나누었다는 점에서 덕후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탈덕한 감독은 “누군가의 희망, 누군가의 사랑, 누군가의 우상이었던 사람. 당신이 상처 입었던 사람 중에는 당신 자신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절대로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정준영이 조민기처럼 자살로 마감하지 않았으면 하는 염려를 내비친다.

 

 

5. <성덕>: 나는 한 번도 내 뒷모습을 본 적이 없다.

 

<성덕>은 탈덕에서 입덕까지의 과정을 다루며 범죄자 오빠에 대한 애증과 죄 없는 죄책감을 다룬다. 감독은 덕질하는 분야의 매니아가 되고, 튀는 행동으로 덕질하는 대상과 직접 만나고, 영화를 통해 덕질의 대상과의 일체화/분리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덕후의 특징을 두루 보여준다. 오세연 감독은 팬, 덕후, 성덕의 단계를 밟으며 상승했지만, 성공한 덕후에서 실패한 덕후로 하락하며, 자신처럼 범죄자 오빠로 인해 상처 받는 덕후들과의 공명으로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덕후들은 성덕이라고 칭할 만큼 생활의 모든 축이 오빠였던 만큼 범죄자 오빠로 인해 생활의 가장 큰 부분이 무너지면서 정서적인 충격을 받는다. 실패한 덕후들은 범죄자 오빠에게 격렬하게 증오를 표현하며 죽으라고 욕하지만, 범죄자가 되어 은퇴하지만 죽지 않기를 바라는 등 모순된 감정을 내비친다. 이 영화는 남아있는/떠나가는 팬을 대비시키지만 남아있는 팬에 대한 인터뷰는 없다. 감독은 전반부에 남아있는 팬에 대해 의문을 느끼지만, 후반부에 팬으로만 존재하고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는 외면한다는 점에서 남아있는 팬에 대해서 더 이상의 의문을 느끼지 않는다.

인생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정답이 있는 문제이며, 자신이 풀 수 있는 수준의 문제이다. 둘째, 정답이 있는 문제이지만, 자기 능력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이다. 셋째, 정답이 없는 문제이며,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는 문제이다. 이 영화는 이러한 세 가지 문제가 뒤엉켜 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나는 한 번도 내 뒷모습을 본 적이 없다”라는 감독의 내레이션과 함께 스타를 기다리는 덕후들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기다렸구나. 그 시간을 좋아했구나.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덕후는 좋아하는 사람을 받아도 변함없이 덕질할 수 있고 먼 미래까지 행복하다면 팬으로서 행복한 것. 언젠가는 다시 성공한 덕후가 되고 싶다.” 감독의 마지막 내레이션을 통해 뒷모습은 바로 좋아하는 대상을 기다리는 시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성덕>은 감독의 탈덕에서 입덕까지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뒷모습을 성찰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1] 「팬」, 《나무위키》, 2023년 9월 30일.
https://namu.wiki/w/%ED%8C%AC
[2] 「덕후」, 《나무위키》, 2023년 9월 30일.
https://namu.wiki/w/%EB%8D%95%ED%9B%84
[3] 「성덕」, 《나무위키》, 2023년 9월 30일.
https://namu.wiki/w/%EC%84%B1%EA%B3%B5%ED%95%9C%20%EB%8D%95%ED%9B%84


사진 출처: 네이버의 <성덕> 포토

 


글·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학박사. 현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사무총장,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영화학회 대외협력상임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종상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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