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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2023년을 보내며, AI와 영화 그리고 기시감
[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2023년을 보내며, AI와 영화 그리고 기시감
  • 송영애(영화평론가)
  • 승인 2023.12.20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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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국내외 영화계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 미국에서 진행됐던 작가 파업, 배우 파업 소식을 업데이트하다가, 파업 종료 조식과 함께 AI 활용 규칙을 마련했다는 소식도 접했다. 그 순간 기시감이 느껴졌는데, 오늘은 영화와 AI의 관계에서 느낀 그 기시감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파업 관련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에이 아이> 포스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1년 영화 <에이 아이>가 담은 미래에서 AI는 인간의 사적, 공적 생활을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부여하지만, 감정까지 탑재하는 것은 금지한다. 인간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한동안 로봇의 형태로 등장하던 영화 속 AI는 올여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크리스토퍼 맥쿼리, 2023)에서는 형태가 없는 프로그램 혹은 시스템의 형태로 등장했다. 2편까지 봐야 보다 명확해지겠지만, AI의 능력과 우리의 공포는 극대화 중인 걸로 보인다.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AI에 대한 공포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단순히 할리우드 영화의 상상이 아니라, 실제 인간의 공포가 반영된 거라 하겠는데, 현실에서도 그 시기가 도래 중이다. 영화계가 아니라도, AI는 이미 뜨거운 화두이다. AI가 무엇인지, 윤리적 법적 문제는 무엇인지, 과연 사람의 일자리는 얼마나 대체할지 등에 대한 이슈는 낯설지 않다.

 

이런 기시감

그렇다면 영화계에서는 어떨까? 과연 AI가 작가와 배우를 비롯한 인력의 영역을 상당 수준 빼앗을까? 무엇보다 AI가 참여한 영화에서 인간의 참여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결국 AI가 다 한 것으로 봐야 할까? 말하자면, AI를 활용한 각본이나 편집은 인간의 기여 정도가 확 줄어드는 걸까?

여기서 기시감이 들었다. 물론 기술적 특성이 서로 매우 다르지만, 1890년대 영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영화가 등장해 기존 쇼 오락 산업의 판도가 바뀌어 일자리 이동이 발생했고, 영화는 기계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인간의 창작품으로 볼 수 없다는 인식도 꽤 강력했다.

카메라가 현실을 그대로 찍어내니, 사진이나 영화가 담아낸 이미지는 인간이 만든 이미지가 아니라 카메라가 만들어낸 이미지라 생각했다. 도구로서 카메라를 활용하는 과정에 인간의 창의력이 개입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 것이다. 영화가 카메라 등 다양한 기계를 도구로 활용해 만들어지는 인간의 창작 산물이라는 걸 대중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후 소위 말하는 컴퓨터 그래픽이 활용될 때에도 비슷한 인식이 재 등장했다. 모든 건 컴퓨터가 한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랬다면, 최첨단 장비만 확보하면 그 장비가 알아서 모든 걸 창작해내야 겠지만, 사실 그건 불가능하다.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만약 카메라가 다한 창작이라면, 최신 카메라만 확보하면 최고의 영화가 촬영되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건 이젠 다들 안다.

언제나 그랬지만, 세상이 변하면서 모든 건 모든 차원에서 변한다.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를 규정짓는 기준부터 제작비를 확보하는 방식, 내용을 담는 방식,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식, 편집하는 방식, 개봉하는 방식, 평가하는 방식, 대중의 인식 등등까지 영화가 만들어져서 받아들여지고, 이해되는 모든 과정이 변화의 대상이다.

현재 영화계에서 논의를 시작한 혹은 시작할 필요가 있는 AI 이슈는 단순히 활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활용하라는 실질적 차원의 논의와 관련이 있다. 방대한 기존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이기에 저작권 문제 등 실질적인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AI라는 영화속 공포의 대상이었던 미지의 존재가 어느새 현실에 다가와 있다. 챗GPT, 감마, 뤼튼 등도 국내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기도 하다. 혹 사용 중이라면, 어떤가? 그들이 모든 걸 다 하는가? 

여러모로 영화 안팎 세상 변화도 주시하게 되는 2023년 12월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글·송영애
영화평론가.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한국영화 역사와 문화, 교육 관련 연구를 지속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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