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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의 시네마 크리티크] 습지 소녀가 마주하게 된 침범의 불안과 공포-<가재가 노래하는 곳>
[김희경의 시네마 크리티크] 습지 소녀가 마주하게 된 침범의 불안과 공포-<가재가 노래하는 곳>
  • 김희경(영화평론가)
  • 승인 2023.12.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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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침범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인간은 타인의 영역에, 타국의 영역에 끊임없이 침투하여 쟁탈해 왔다. 그런데 그것은 비단 인간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발을 명목으로 내세워, 자연이라는 푸르고 광활한 영역까지 수없이 침범하고 파괴하여 왔다.

 

올리비아 뉴먼 감독의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2022)은 그 침범에 관한 이야기를 한 소녀를 통해 풀어낸다. 영화는 습지 소녀라 불리는 카야(데이지 에드가 존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카야는 가족들이 함께 살다 모두 떠나버린 습지에 홀로 남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 습지에서 한 남성 체이스(해리스 딕킨슨)이 사망한 채 발견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카야는 체이스의 유력 용의자로 체포되는데, 이를 기점으로 영화는 플래시백 기법을 활용해 카야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낸다.

 

카야는 습지를 지키며 떠나간 엄마를 기다린다. 그러던 중 첫사랑 테이트(테일러 존 스미스)를 만나게 되고, 새로운 세상에 눈 뜨게 된다. 특히 글을 알게 되면서 자연에 있는 다양한 생명체들에 대해 쓰고 그린다. 그러다 테이트가 떠나가고, 카야는 두 번째 남자친구인 체이스를 만나게 된다. 체이스는 테이트와 달리 카야의 터전을 탐내는 등 카야를 불안하게 만든다.

영화는 체이스의 살인으로 시작되지만, 이 사건에만 얽매이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어떻게 타인을, 또 자연의 영역을 침범하는지를 비춘다. 카야는 습지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사람들의 대척점에 서게 된다. 체이스의 살인범으로 쉽게 몰리게 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카야가 존재하는 습지는 사람들에게 개발을 해야할 영역으로만 취급된다. 그곳에 머무르는 카야, 그리고 더 많은 생명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게 영화는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고, 마침내 결말을 통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 침범에 대한 대가는 어떻게 이뤄지며, 침범에 대항하는 주체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에 대한 것이다. 인류가 자행해 온 침범의 역사의 끝은 어디일까. 영화가 끝나는 순간, 멈춰서서 자문해 봐야 하지 않을까.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글‧김희경
영화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한국영화학회 이사, 은평문화재단 이사, 만화평론가로 활동. 前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예술경영 석사, 영상학 박사. '2020 만화‧웹툰 평론 공모전'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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