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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의 시네마 크리티크] 미봉의 상태로 완결된 SAG・AFTRA 파업
[이현재의 시네마 크리티크] 미봉의 상태로 완결된 SAG・AFTRA 파업
  • 이현재(영화평론가)
  • 승인 2023.12.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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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G·AFTRA의 잠정합의안 (자료: Senta Moses의 X(Twitter) 계정)
7월 기준 SAG·AFTRA-AMPTP 잠정합의안 일부
(자료: Senta Moses의 X(Twitter) 계정)

내부 갈등을 남긴 채 끝난 SAG・AFTRA 파업

한국 내에서 SAG・AFTRA 파업 결과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헐리우드 파업에 대해 꾸준히 칼럼을 제공해온 딴지일보의 ‘고물상주인’은 12월 13일 「넷플릭스와의 전쟁, 결과가 나왔다: 모든 컨텐츠 종사자들에게 벌어질 일이다」를 ‘할리우드 배우와 작가들은 파업을 통해, 사측의 경영 오류를 지적했으며 업계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총평을 내렸다. SAG・AFTRA의 파업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지만, 헐리우드 현지의 평가는 다소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강한 편으로 보인다.

12월 5일 SAG・AFTRA(Screen Actors Guild・American Federation of Television and Radio Artists)는 SAG・AFTRA 파업 철회의 이정표가 된 AMPTP(Alliance of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Producers)와의 잠정 합의안을 투표를 통해 비준시켰다. 11월 9일 AMPTP와 잠정합의안 협상을 완료한 지 약 한 달이 지나서야 잠정 합의안이 내부적으로 비준된 셈이다. 투표 역시 약간의 내부 갈등이 잠재된 결과를 보였다. 잠정 합의안에 대한 투표 참여율은 38.15%로, 2020년 합의안 투표율이었던 21.67%보다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잠정 합의안 자체에 대한 내부적 동의 또한 70%를 무난히 넘겨 잠정 합의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잠정 합의안에 반대한 SAG・AFTRA 조합원은 21.67%로, 잠정 합의안에 대한 내부 동의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드러낼 수 있을 만큼 유효한 반대표를 보여줬다.

SAG・AFTRA 잠정 합의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던진 성우 브록 파월(Brook Powell)은 LA Times를 통해 이번 잠정 합의안으로 인해 AI 활용 연기자와 성우들이 직업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외에도 저스틴 베이트먼(Justine Bateman)과 매튜 모딘(Matthew Modine)은 ABC News를 통해 “독립성과 경제적 장래를 위태롭게 하는 계약은 지지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미국의 논평지 The New Republic은 일부 조합원들이 이러한 반대의견을 드러내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 요인 때문이라고 보았다. 하나는 SAG・AFTRA의 잠정 합의안이 파업 돌입 직전 SAG・AFTRA에게 AMPTP가 제안했던 협상안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로는 잠정 합의안에 표기된 AI에 대한 정의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표기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을 뽑았다.

The New Republic은 SAG・AFTRA 잠정 합의안의 AI 양해각서의 표기를 “특정 프로젝트에 사용될 자신의 유사성에 대한 동의를 제공해야 하는 실제 인간에 기반한 ‘디지털 복제품’”로 해석했다. The New Republic은 이러한 표기는 한 개인에 기반을 두지 않은 ‘합성 연기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와 같은 잠정 합의안으로 인해 SAG・AFTRA의 조합원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SAG・AFTRA의 FAQ에는 “AI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가드레일을 설치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명시되어 있다.

 

영화콘텐츠에서 눈을 돌리기 시작한 영화관 사업주들

이렇듯 SAG・AFTRA에 있어 내부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인식되겠지만, 정작 가장 큰 문제는 WGA & SAG・AFTRA 더블 파업을 기점으로 콘텐츠 산업 전체가 불황기 악순환의 초입에 들어왔다는 점이다. 파업으로 인한 노사 리스크 증대와 제작비 상승은 콘텐츠 산업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A TImes는 스튜디오들이 재무적 위기에 봉착하며 제작 예산을 삭감하고 있으며, 작업 중단과 개봉 지연을 넘어 개봉 일정 자체를 보류하는 영화들이 증가해 영화콘텐츠 산업 전반의 생산력이 크게 저하되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영화콘텐츠를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영화관 사업자들이 영화콘텐츠의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콘텐츠 & 테크 산업 전문 리서치앤컨설팅그룹인 Omdia는 자체 보고서 「Trends to Watch 2024: Cinema Super Themes」를 통해 WGA & SAG・AFTRA 파업에 따른 헐리우드 내 영화 콘텐츠의 고갈 및 외부 리스크 증가는 영화관 콘텐츠의 주도권을 영화콘텐츠에서 이벤트 시네마로 옮길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보고했다.

Omdia는 특정한 콘서트 실황 중계를 비롯한 이벤트 시네마 기반의 라이브 콘텐츠의 경우 수익이 제한적이며 배급사 중심의 유통 구조 때문에 영화관들이 선호하지 않는 콘텐츠였으나 최근 <RENAISSANCE: A FILM BY BEYONCÉ>의 기록적인 흥행과 테일러 스위프트 등의 유명 가수가 더 높은 이익을 내기 위해 배급사가 아닌 영화관과 직접 협력하는 경우들이 생겨나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할 주체로는 아이러니하게도 OTT 업계가 지목되고 있다. OTT 기업 역시 스튜디오들만큼이나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로부터 수익 창출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Vox는 전했다. Vox는 OTT 업계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수익 다각화에 나서면서 새로운 매출 채널로 영화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하며, OTT 기업들이 영화관을 수익 창출 확보를 위한 베이스업계로 삼고, OTT는 라이센스를 최대한 방어하는 역할로 삼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WGA & SAG・AFTRA 더블 파업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업계의 약진과 함께 콘텐츠 산업이 공급자 중심의 질서로 재편되는 것에 대응하려는 방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블 파업의 성과를 낮춰볼 것은 아니지만, 과연 그 대응이 효과적이었는지는 다시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콘텐츠 제작자에게 부여된 역할과 책임이 제작에만 머물지 않고, 경영의 일부 역할까지 확장된 것은 아닌지 재고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 본고는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 138호도 개제되었습니다

 

 

글‧이현재
경희대학교 K컬쳐・스토리콘텐츠연구소, 리서치앤컨설팅그룹 STRABASE 연구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시네마 크리티크」 정기평론가.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한국콘텐츠진흥원) 「저작권 기술 산업 동향 조사 분석」(한국저작권위원회) 등에 참여했다. 2020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부문, 2021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부문 신인평론상, 2023 게임문화재단 게임제네레이션 비평상에 당선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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