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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국의 문화톡톡] 피라미드-다이아몬드 그리고 모래시계
[최양국의 문화톡톡] 피라미드-다이아몬드 그리고 모래시계
  • 최양국(문화평론가)
  • 승인 2024.01.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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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가 우리를 매혹하는 것은 우리가 한때 아이들이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아이들이고 죽을 때까지도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를 키운 비밀의 거의 전부는 우리가 아이들이었던 때의 바람과 달빛 속에 감추어져 있다.”

- 모랫말 아이들(2001년) 추천사, 도정일 -

 지구는 자전축이 약 23.5도 기울어진 채로 태양을 공전한다. 지구 자전과 공전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에 계절의 변화를 만든다. 섣달의 도시에는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 떨리듯 부끄러움을 펼쳐 놓는다. 눈은 자본의 놀이터인 운동장을 향해 가며 도로를 덮는다. 도로는 암갈색 찻길과 하얀 보행자 길로 나뉘어간다. 기울어진 지구는 도로와 운동장으로 이어지며, 우리 마을의 살아가는 얘기들이 서로 달라지고 점점 멀어지게 한다. 기울어진 시공간은 희소한 돌~모래~흙을 쌓여 가며 저울을 찾는다. 사회의 성원으로써 공통으로 가져가야 할 사고 방식과 행동 양식이 저울대 위에 오른다. 저울이 시소게임을 하다 멈추는 곳에 상중하로 서열화되어 서 있는 우리. 피라미드~다이아몬드~모래시계의 흙을 향한 시간의 흐름을 바라본다.

 

문화의 / 첫 계층 구조 / ‘피라미드’형 / 단극 문화

 사회화를 통해 갖게 되는 사회 성원으로써 공통으로 가져가야 할 사고 방식과 행동 양식은 문화를 의미한다. 문화는 물질과 비물질 자원 분배의 불평등을 계층화하고 서열화하며 그 높낮이를 고착화해 간다. 이는 수요와 공급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며 저울을 동반하는 제약된 시공간 여행을 하도록 한다. 저울대 위에서 맞이한 첫 번째 균형점은 ‘피라미드(Pyramid)’이다.

 

* 피라미드(Pyramid)-단극 문화, Pixabay
* 피라미드(Pyramid)-단극 문화, Pixabay

피라미드는 일반적으로 밑면이 정사각형이고 옆면이 이등변삼각형인 거대한 정사각뿔 형태의 고대 유적을 가리킨다. 그중에서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특히 기자(Giza)의 조부~부~아들 3대 파라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대 피라미드(The great pyramid)가 가장 유명하다. 이 피라미드들은 기원전 2,50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약 230만 개의 큰 돌과 아래에서 꼭대기까지 210개의 층단으로 구성된 거대한 돌 건축물로써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피라미드 안에는 당시 절대 권력자인 파라오의 영생불멸과 부활을 기원하는 많은 벽화와 부장품들이 들어 있다. 그중 무덤 속에서 발견된 누워 있는 목관 중앙 가슴 부분에는 저울과 깃털 그림이 있다. 저울 좌우의 저울대에는 사후 심판 목적으로 심장 무게를 달기 위해 심장을 놓고, 그 반대편에는 생전 잘잘못의 경중을 가리기 위한 기준으로서 깃털을 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 계층 상 상층부로서 절대 권력자인 파라오의 사후를 위한 건축물인 피라미드는 단순한 무덤의 기능만을 한 것은 아니다. 그들 사후의 거처로써 영혼이 태양을 만나고 내세를 얻기 위해 승천하는 신성한 공간으로 절대시 된다. 승천한 파라오는 영원히 죽지 않고 피라미드에 머물며, 깃털의 기준에 의해 벌을 받게 될 지상의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영원한 절대자라고 믿는다. 이는 서열화된 사회 계층 구성원 비율 중 소수인 상층부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층부와 하층부의 문화를 지배하는 ‘단극 문화’의 형태를 보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수직적이며 추종적인 고대 전통사회의 ‘단극 문화’를 대표하는 피라미드는, 현대 민주 국가의 수호자로 각인되어 있는 미국 1달러 지폐 뒷면에 등장한다. 이는 고대와 현대의 시공간적 제약하에서 각각이 추구하는 천부 불가침의 고유 가치 영역을 반영하는 상징물로 같이하고 있는 듯하다.

한때의 아이들이었던 우리는 ‘피라미드’ 문화의 시기에는,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년~1900년)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 1885년)에서 얘기한 정신의 세 단계 변화 중 첫 번째인 ‘낙타’의 특질을 나타낸다. 자아의 정체성 변화와는 무관하게 주인의 무거운 짐을 지는 복종의 정신, 절대자에 대한 공경과 두려움의 정신, 제도와 관념에 던져진 당위의 존재로서 중력의 정신이 그것이다. 물질은 정신의 지배하에 나누어지는 나머지일 뿐이다.

지구 종말에 대비하기 위한 마크 저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의 하와이 지하 벙커 구축과 일론 머스크(Elon Reeve Musk)의 화성으로의 탈출 계획 사이에서, 지상의 피라미드는 그 절묘한 조합의 의미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모두가 시간을 두려워하지만, 피라미드만이 세월을 비웃는다.”라는 아라비아 속담을 로제타스톤(Rosetta Stone)에 새롭게 새기며, 돌의 ‘단극 문화’를 떠나 또 다른 돌을 향한 문화 계층의 시간 흐름을 이어간다.

 

두 번째 / 문화 계층 / ‘다이아몬드‘형 / M극 문화

 상층부를 위한 돌쌓기 문화는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돌인 다이아몬드의 중심을 향해 나아간다. 저울대 위에서 맞이한 두 번째 균형점은 ‘다이아몬드(Diamond)’이다.

 

* 다이아몬드(Diamond)-M극 문화, Pixabay
* 다이아몬드(Diamond)-M극 문화, Pixabay

다이아몬드는 천연 광물 중 경도가 가장 우수하며 광채가 뛰어난,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석이다. 주성분은 탄소로써 탄소의 원자 배열에 따라 다이아몬드 혹은 흑연이 된다. 다이아몬드는 각 탄소 원자가 4개의 다른 탄소 원자와 정사면체 형태로 결합된 구조가 계속해서 반복되어 구성된 물질이다. 이에 비해 흑연은 하나의 탄소 원자가 각자 다른 3개의 탄소 원자와 결합해 육각형을 이루며 얇은 판을 형성하는 구조다. 분자 구조상의 차이로 인해 동일한 원자로 구성된 자연 산물인 흑연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진 보석이 되는 것이다. 미국 아칸소주에 있는 ‘다이아몬드 분화구 주립공원(Crater of Diamonds State Park)’은 911 에이커(acre) 규모의 공원으로써,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다이아몬드 생산 지역이다. 화산 분화구의 침식된 표면으로, 독특한 지질학적 특성으로 인해 다이아몬드 외에도 자수정과 석류석 등 보석들이 발견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1906년에 다이아몬드가 최초로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7만 5,0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반짝이는 돌이나 유리가 아닌 다이아몬드 소유의 행운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사회 계층이 상층부와 하층부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고 중층부가 가장 많다면, 이는 중산층 중심의 다이아몬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각의 계층이 탄소 원자화되어 다이아몬드의 결합 구조를 나타내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가장 가치 높은 또 다른 다이아몬드를 안겨주는 행운과 같은 것은 아닐까? 수평적이며 가치 지향적인 현대 개방사회의 ‘M(Mean)극 문화(평균 문화)’를 대표하는 다이아몬드는, 햇빛을 받은 찬란한 빛의 유희와 함께 문화적 ‘플렉스(Flex)’ (1990년대 미국 힙합 문화 속 래퍼들이 몸을 숙이며 자신의 부나 귀중품 등을 뽐내는 모습에서 유래) 밈(meme)을 선도한다.

지금도 아이들인 우리는 ‘다이아몬드’ 문화의 시기에는,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얘기한 정신의 세 단계 변화 중 두 번째인 ‘사자’의 특질을 나타낸다. 자아의 정체성 변화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며 스스로 정의한 가치를 좇는 자유의지를 향한 명령의 정신, 상대적 긍정의 힘조차 부정하고 파괴하며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는 정반합의 정신, 제도와 관념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의지의 존재로서 반중력과 자율의 정신이 그것이다. 물질은 정신의 지배하에 나누어지는 몫으로 승화된다. 요즘 다이아몬드 분화구에 지각 변동이 감지된다. 공급을 주도하던 절대 강자인 드비어스(De Beers)의 시장 전략 변화와 수요 측면에서 천연 다이아몬드(natural diamond) 대비 흑연으로 만든 랩 다이아몬드(laboratory grown diamond)의 상대적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량 증가가 그 원인이다. 이는 태생을 제외하고 광학‧화학‧물리적 성질이 거의 완벽하게 같은 다이아몬드에 대한 시장 분리를 추구하게 한다. 랩 다이아몬드 대량 생산과 가치 저하 마케팅을 통한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과 가치 지키기는, 역설적이게도 다이아몬드 시장의 양극화를 향해 가며 우리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듯 하다.

천연 다이아몬드에 대해 랩 다이아몬드가 절대적 대체재가 된다면, 흑연은 자신의 유전자가 다이아몬드를 이길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A diamond is forever”라는 드비어스의 마케팅 슬로건이 퇴색되어감을 느끼며, 다이아몬드의 ‘M극 문화’를 떠나 모래로 흘러가는 문화 계층의 시간 흐름을 바라본다.

 

세 번째 / 저울 균형점 / ‘모래시계’형 / 양극 문화

 중층부를 위한 다이아몬드형 플렉스 문화는 지구상에서 가장 흐름성이 좋은 돌과 광물 입자인 모래(sand)를 향해 흘러간다. 흐름은 시간을 나타내거나 시간을 재는 기계나 장치로서의 모래에 대한 효용성을 확대한다. 저울대 위에서 맞이한 세 번째 균형점은 ‘모래시계(Sandglass)’이다.

 

* 모래시계(Sandglass)-양극 문화, Pixabay
* 모래시계(Sandglass)-양극 문화, Pixabay

이러한 모래시계는 자연을 이용한 시간 측정 장치로서, 상하 수직 운동을 통한 평균의 실종을 형태화한다. 평균의 실종은 다양한 분야의 양극화로 이어지며 우리의 사고 방식과 행동 양식을 바꾼다. 모래시계를 둘러싼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의 행태는 확장형 경제 지표화를 위한 순환 사이클 완성을 위해 춤을 춘다. 코로나와 글로벌 패권 갈등, 그리고 탐욕 과시적 전쟁 등은 재정 지출 따른 물가 상승, 상대적 저금리형 통화 팽창 따른 자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며 소득과 소비, 문화의 양극화를 동일선상에 놓이게 한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가 상품과 가성비 상품으로 쏠리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2023년 3분기 가계 동향 조사 결과’(2023년 11월 23일)에 따르면, 상위 20%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1,084만 원으로, 하위 20%의 112만 원보다 거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격차가 커져 있다. 이런 소득 양극화는 계층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서울과 경기, 인천 세 곳의 근로소득 합계가 전체 근로소득의 60%를 넘고 있다. 또한 서울경제신문(2023년 12월 2일) 보도에 따르면, 고물가 한파 속 소비 심리도 양극화되어,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자린고비’형 소비를 자처하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명품·고액가전 등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소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플렉스 대 짠테크”의 이원화된 소비 추세가 강화되어 가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지금도 그리고 죽을 때까지도 아이들일 우리는 ‘모래시계’ 문화의 시기에는,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얘기한 정신의 세 단계 변화 중 세 번째인 ‘어린아이’의 특질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공동체적 자아에 대한 지속적 인식을 통한 변신의 정신, 과거에 매달리지 않는 진솔한 긍정의 정신, 제도와 관념이 지향해야 하는 바를 나의 존재 안에서 들숨과 날숨으로 뱉어내며 놀이로 만들 수 있는 유희의 정신이 그것이다. 물질은 정신의 지배하에 나누어지는 몫과 나머지를 합한 모든 값으로 확대된다.

요즘 문화 양극화를 대변하는 화두를 수요와 공급으로 나누어 보자. 문화 수요 측면에서는 고소득층 문화 공연 관람 독과점 경향 고착화와 공급 측면의 과도한 VIP 위주의 가격 차별화 전략 등이 문화 중립을 저해하며 흘러가고 쌓인다. 우리는 문화의 시공간적 제약 확대가 사회 시스템화로 일상화되어 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로열층의 비싼 가격을 지불한 어떤 소비자(수요자) 잉여 덕분에, 동일한 공연을 그렇게 저렴한 가격에 꼭대기 층에서나마 볼 수 있다‘보다는 생산자(공급자) 잉여를 포함한 잉여의 일체형 시장화. ‘맡겨둔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을 확대한 ‘한국형 맡겨둔 문화(K-Suspended Culture)’ 정립을 통한 가치 소비 공감형 일상화. 소득 양극화의 공범 좇기보다는 해법을 찾아 놀이하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형 아이화. 바람과 달빛 속에 감추어진 문화 양극화의 비밀은 시장화~일상화~아이화의 독립변수를 통해, ‘M극 문화’로 회귀할지. 아니면 실험실의 청개구리를 닮아 가는 듯한 ‘N극 문화’로 흘러갈지.

“더불어 살아가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오늘처럼 힘겨운 날

혼자 있던 누군가 자기 속의 아이에게로 찾아가는구나.”

- 모랫말 아이들(2001년), 황석영 -

낙타~사자를 지나 어린아이로 진화하여 가는 계층 마을의 아이들을 모랫말 아이들이 찾아온다. 함께 어울려 숨바꼭질을 한다.

 

 

글·최양국
격파트너스 대표 겸 경제산업기업 연구 협동조합 이사장
전통과 예술 바탕 하에 점-선-면과 과거-현재-미래의 조합을 통한 가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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