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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화의 문화톡톡] 잠자는 국립무용원, 청룡의 서기(瑞氣)로 비상(飛上)하길 바라며
[김기화의 문화톡톡] 잠자는 국립무용원, 청룡의 서기(瑞氣)로 비상(飛上)하길 바라며
  • 김기화(문화평론가)
  • 승인 2024.01.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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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의 해이다. 무용계가 청룡의 상서로움으로 한 해가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작년 말 ‘춤의 대중적 공감을 위한 시론’을 3회에 걸쳐 연재하였다. 이번 글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되리라 생각한다. 몇 해 전부터 무용계에서 진행해 온 몇 가지 사안 중 하나인 ‘국립무용원 건립’에 관한 그동안의 성과를 짚어보고, 성찰을 통해 국립무용원의 건립이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시작한다.

지난해 4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국립무용원 건립 대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앞서 국회 앞에 1천 500여 명의 무용인이 결집하여 ‘K-무용의 세계화를 위한 국립무용원 건립’을 기원하는 집회가 열리었다. 국회 앞에서 한 차례의 결의대회를 마친 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로 이동하여 진지하게 토론을 이어갔다.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대토론회>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승수 국회의원(국민의 힘)과 유정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동주최/주관하고 (사)대한무용협회를 비롯한 무용계 18개 협회 및 단체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2018년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추진단이 발족 되어 꾸준한 노력을 해온바,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립무용원 건립 타당도 조사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향후 방안을 모색하려는 후속 논의였다. 토론회는 입법부의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당사자인 무용인, 행정부인 문화체육관광부 전통예술과 담당자가 함께 논의하는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소통의 장이자 공감의 장이었다.

 

​2024년 4월 27일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대토론회’ 사전 무용인 궐기대회(사진제공 유정주 국회의원실)
​2024년 4월 27일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대토론회’ 사전 무용인 궐기대회(사진제공 유정주 국회의원실)

1. 국립무용원 건립 추진단의 출범과 성과와 바람

국립무용원의 건립과 관련된 논의는 2000년쯤이다. 독일의 탄츠하우스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성공사례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유사 기관의 설립을 위한 논의가 제기되었다. 이후 2005년 출범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무용위원장으로 선임된 김현자(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주도로 ‘춤공장 조성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기초 조사 연구’가 진행되었다. 장광렬을 책임 연구원으로 진행한 연구는 2007년 문화관광부 무용 중기 발전계획에 반영되어 ’무용 종합 정보교류센터[가칭(假稱) 춤공장]의 건립은 희망적으로 논의되었다. 이후, 서울특별시와 2008년 무용 종합 정보교류센터의 기능을 담은 부지를 적극적으로 논의하여 화곡동과 성북동이 물색(物色) 되었으나 이 공간들은 문화접근성 및 공간의 협소 등을 이유로 무산되었다.

그리고 10여 년의 긴 공백을 거쳤다. 국립무용원의 건립과 관련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은 국제포럼 ‘코리아 댄스 커낵션(KOREA DANCE CONNECTION) 2017’에서였다. (사)한국무용협회(現, 대한무용협회)가 주최하고, (사)한국춤문화자료원과 댄스포스트코리아의 주관으로 열린 포럼의 세션 2의 주제, ‘국립무용센터 건립을 향한 전략과 과제’에서 집약된 결과를 바탕으로 무용계가 대거 참여하는 ‘국립무용센터(가칭) 건립을 위한 추진단’이 발족 되기에 이르렀다.

2018년 발족한 ‘국립무용센터 건립을 위한 추진단’은 LIG문화재단 구자훈 이사장을 추진단장으로 추대하고, 추진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조직하였다. 추진단은 (사)대한무용협회를 비롯한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의 각 협회와 학회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추진위원은 당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상덕,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성용, (사)한국현대무용협회 회장 김혜정, 대한무용학회 회장 문영철,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장 박인자, (사)한국발레협회 회장 박재홍, (사)한국현대춤협회 회장 손관중,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윤성주, (사)한국춤협회 이사장 이미영, 유네스코 산하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회장 이종호, (사)우리춤협회 이사장 이화숙, (사)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 장순향, (사)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조남규, 한국무용예술학회 회장 조은숙, (사)한국전통춤협회 이사장 채상묵,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장 채희완,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 최태지(이상 가나다순)가 선임 되었다.

운영위원은 2017년 국제포럼에서 ‘국립무용센터 건립을 위한 미션과 비전’에 관해 발제한 김경숙(現 경기도무용단 예술감독)을 위원장으로, 위원으로는 (사)한국춤협회 부이사장 김기화, 현대무용협동조합 이사장 김성한,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운영위원 김운규, (사)한국발레협회 회장 박재홍, 한국평론가회 회원 심정민, (사)한국무용협회 사무국장 이성희, 한국춤비평가협회 운영위원 장광렬,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상임이사 장승헌, 이화여자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조기숙, 한국무용예술학회 연구윤리위원장 최상철, (사)한국춤문화자료원 이사장 최혜리(이상 가나다순)가 선임되었다.

그리고 2019년 자문위원으로 대한민국예술원 부회장 조흥동, 대한민국예술원 김문숙, 김인희, 김숙자, 박명숙, 정승희, 최정자, 한국체육대학교 생활무용학과 교수 백현순, 강원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한경자가 위촉되었다.

이상과 같이 무용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여 국립무용센터 건립에 필요한 의견을 수렴해 갔다. 같은 해 7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립무용센터 건립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고, 건립 촉구를 담은 선언문을 정부에 전달하였다. 이후 운영단 회의를 통해 추진체의 명칭, 목적, 방향성 등을 두고 의견을 모으고, 새롭게 이름 붙인 ‘국립무용원’의 건립 추진에 관한 정리된 의견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꾸준히 전달하며 소통하였다.

마침내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국립무용원 건립 타당성 연구가 진행되었다. 조사연구는 (사)지방발전연구원의 용역으로 실시되었고, 운영위원회 위원 네 명이 자문에 참여하여 무용계의 입장을 피력하였다. 연구 과정에서 용역 연구단체가 제시한 국립무용원의 건립 규모를 두고 국립무용원 추진단 측의 자문이 상충 되어 논의를 거듭하며 의견 차이를 좁혀갔다. 연구 최종 결과 국립무용원 건립은 670억 원 이상의 생산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는 결과로 국립무용원 건립의 타당성이 인정되어 국립무용원 건립은 활기를 띠게 되었다.

앞서 서두에서 기술한 2023년 4월 27일의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대토론회>는 추진단이 출범하여 꾸준한 논의를 통해 일궈낸 성과였다. 그러나 추진단이 출범한 이후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추진 운영위원회는 무용계와의 소통과 공감을 구하는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같은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한 문건이 미비하였거나 공유되지 못해 이를 둔 내부 불신이 야기되기도 하였다. 실무 담당자가 업무 역량은 발휘했으나 구성원과 공감하지 못해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 마치 실체가 없는 유령의 집과 같은 운영체계에 마음이 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이후의 행보에서도 우려되는 바가 있다. 현재, 국립무용원 건립 추진단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일에는 시작과 끝이 분명해야 한다. 용두사미(龍頭蛇尾) 격으로 끝이 흐리다면 구성원의 신뢰를 잃기 마련이다. 어떠한 설명도 구하지 않고 조직체계를 새롭게 정비해 나간다면 소수자의 권력과 독점이라는 오해의 여지가 생긴다. 국립무용원 추진단의 거취에 대한 명확한 위치와 새로운 조직체계의 기준이 어디에서 발의된 것인지 설명과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선행되었어야 한다. 새로운 추진체로 국립무용단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선행된 업무의 공과(功過)를 토대로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려면 업무 승계를 위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요즘 <국립무용센터 건립을 위한 대토론회> 이후의 행보가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기도 한다. 명확한 상황 인식이 공유될 수 있도록 소통의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2. 국립무용원 건립과 설립의 오차범위

국립무용원은 과연 어떠한 패러다임으로 구성되어야 하는가? 이 논의는 추진단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꾸준히 논의하던 지점이다. 처음 국립무용원의 명칭을 구하는 논의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예술성과 대중성, 혹은 무용인과 국민으로 대별되는 지점이었다. 국립무용원의 중심 범주를 어디에 둘지에 대한 관점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었었다.

결국은 국립무용원은 무용 향유자인 국민의 문화적권리를 증대하고, 예술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건립해야 한다는 중지(衆志)가 모였다. 이 의견으로 국립무용원의 범주는 대중 무용 교육, 작품 제작, 국제교류, 무용 연구 등의 영역을 담아 확장되었다.

그러나 국립무용원의 기능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건립이 아닌, 새로운 기관, 혹은 조직체를 만들어야 함에 집중해야 한다. 건물을 관리하는 직원 몇 명이 필요한 국립무용원으로 건립되기보다는, 대국민 무용진흥을 위한 다각적인 의견을 수렴하여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한다. 그리고 전국적 확산을 위한 매개가 될 수 있는 조직으로 시도의 지원, 혹은 분원으로 확장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한다. 무용이 전적으로 공연될 공간적 범주도 필요하지만, 그 공간을 사용할 무용계의 역량을 다각적인 차원에서 지원해줄 기반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자문자답(自問自答) 해 본다. 국립무용원은 무용계의 다양한 성과를 담아낼 새로운 조직이어야 한다. 국립무용원의 설립을 위해서는 무용계 내부의 공감을 얻은 체계적인 기구가 구성되어 논의를 집화하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접근 방안을 구하여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무용계 일각에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큰 패러다임을 구성하는 무용계의 염원이 실현될 수 있도록 의견을 진취적으로 제시하며 협력해야 한다.

 

3. 국립무용원 설립과 국민

국립무용원의 설립에는 국민이 담겨야 한다. 공적 자금이 투여되는 대규모 조직이 설립되려면 국민의 문화 향유권에 우선해야 한다. 대부분 무용인의 국립무용원 설립에 대한 의지는 아직도 ‘무용인의 예술 활동 기회의 증진을 통한 저변확대’에 관한 것이다. K-Dance라는 세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무용가들에게 안정적인 창작환경을 제공하는 전용 공간인 국립무용원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논의의 중심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무용계를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무용인 외에도 많은 수의 무용인이 생활 속의 무용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들이 외롭게 활약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는 그들의 활동 기반을 제공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무용계의 방계를 구성하는 무용 향유자인 춤 공동체(Dance community)에 관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 마련도 국립무용원의 설립에 큰 비중으로 포함해야 한다.

무용인은 국가의 대소사에 참여하며 국민과 함께 기쁨을 공유해왔다. 더운 여름 아시안 게임, 서울올림픽을 위해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개·폐막식 공연 준비에 노력해왔고, 추운 겨울 발을 동동 구르며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제에 출연해 왔다. 그리고 동네의 크고 작은 축제나 잔치에 참여하며 공동체의 일체감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렇듯 무용인이 사회를 위해 공헌했음에도 무용진흥을 위한 방안이 모색되지 않는 점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랜 기간 국립무용원 추진에 참여한 한국춤정책연구소 장광렬 소장의 2023 <국립무용원 건립을 위한 대토론회>의 발제 내용을 곱씹으며 2024년 국립무용원이 설립되었으면 하는 무용인의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한다.

“변화된 춤 환경을 반영한 적절한 지원 시스템, 서울 중심이 아닌 전국적 관점에서의 무용예술 발전 포괄 정책, 국민의 삶의 질과 연계된 무용 프로그램 운용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런 중요 의제들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운용할 전문기관의 부재가 가장 큰 단점이다. 무용예술의 고유성을 추동할 새 공간·기관의 설립이 대안이 될 수 있다.(장광렬 한국춤정책연구소 소장)”

 

 

글·김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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